DAYDREAM NATION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에 해당되는 글 31건

  1.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6호선 불광역 <2> - 혁신으로 새롭게 거듭나다, 서울혁신파크
  2.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6호선 불광역 <1> - 북한산둘레길 구름정원길
  3.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구파발역 -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담은 곳, 은평역사한옥박물관
  4.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 영화, 그 기억을 찾아서…한국영상자료원
  5.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6호선 대흥역 -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와 예술, 마포아트센터
  6.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홍대입구역 - 공원으로 새로 태어난 철길, 경의선숲길
  7.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1·7호선 도봉산역 - 도심 밖 한적함을 찾아, 서울창포원
  8.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쌍문역 - 둘리와 친구들 만나러 둘리뮤지엄으로 떠나요
  9.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1·4호선 창동역 - 록·레게·힙합…창동서 즐기는 음악 파티, 플랫폼창동61
  10.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성신여대역 - 아리랑고개에서 영화를, 미아리고개에서 연극을
  11.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 -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성북동 탐방 <2>
  12.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 -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성북동 탐방 <1>
  13.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4호선 사당역 <2> 애국·체험·사색…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관악산 - 관악산 둘레길
  14.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4호선 사당역 <1> 미술,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15.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호선 낙성대역 - 강감찬 장군의 역사를 찾아, 낙성대공원
  16.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호선 서초역·방배역 - 서초의 숨은 자연, 서리풀길
  17.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남부터미널역 - 보다 가까이서 느끼는 예술의 향기, 예술의전당
  18.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 허밍웨이 지나 한강까지
  19. [새벽을 여는 사람들] 독거노인에게 건강과 온정을, 매일유업 우유배달소 김태용 소장
  20.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 한류스타거리
  21.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강남서 찾아가는 역사 탐방…선정릉·봉은사·광평대군 묘역
  22.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6호선 한강진역 -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삼성미술관 리움
  23.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봄꽃 여행, 지하철 타고 떠나자
  24.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홍제역 - 지구의 시작부터 멸망까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25.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독립문역 <1> 아픈 역사의 흔적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6호선 불광역 <2> - 혁신으로 새롭게 거듭나다, 서울혁신파크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혁신은 '낡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함'을 뜻한다. 최근 들어 더욱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 혁신을 1년 365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다.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불광역 2번 출구에서 교차로를 지나 녹번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약 10만여㎡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 위에 옹기종기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다양한 혁신단체가 모여 있는 서울혁신파크다. 혁신가에게는 시민적 난제를 해결할 사회 혁신 공유지이자 시민들에게는 특별한 배움과 놀이를 선사하는 창의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 서울혁신파크로 조성되기까지는 나름의 역사가 있었다. 서울혁신파크가 되기 전 이곳은 국립보건원과 식품의약안전청, 질병관리본부로 이용되며 국민의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다. 1960년대 재건을 통해 전후 복구와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국립보건원이 세워졌고 이후 식품의약안전청과 질병관리본부로 이름이 바뀌면서 우리나라 보건 혁신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2010년 공공기관의 대규모 지방 이전을 계기로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옮겨가면서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건립 방침을 시작으로 '어르신 행복타운' 또는 웰빙경제문화타운으로 조성하는 방안, 그리고 시청 시설의 일부 입주와 한예종과 서울시립대 분교 유치 등 그 계획도 다채로웠다. 그러나 이들 계획은 모두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침내 서울시는 2013년 '서울혁신파크 조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며 서울혁신파크의 출발을 알렸다.


현재 서울혁신파크에는 다양한 혁신 실험을 펼치는 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서울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서울시 중간지원조직(서울시마을종합지원센터·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서울시 청년허브·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을 비롯해 출판사, 디자인 기업, 영화 제작사,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입주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서울혁신센터를 개소해 서울혁신파크의 시작을 본격화했다. 혁신파크에 입주해 활동할 1000명의 혁신가를 모집하는 '전대미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서울혁신파크는 현재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제작동' '목공동' '재생동' '전시동' '예술동'을 먼저 개관해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제작·목공 체험과 다채로운 전시·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작동'은 제조업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3D프린터와 3D스캐너 등 16종의 30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유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월 단위 멤버쉽(월 7만원)에 가입하면 한 달 동안 횟수 제한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목공동'에는 전문가가 늘 상주하고 있어 공동 작업장에서 직접 가구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단계별 목공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재생동'에서는 장난감, 현수막, 피아노 등 버려진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쓰임을 모색한다. 최근에는 어린이놀이터가 조성돼 유아용품이나 장난감을 싼값에 살 수 있다. '전시동'은 다양한 전시와 작가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예술동'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작업과 실험을 진행한다. 현재 '극장동' '맛동' '참여동' 등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야외공간을 활용한 '창의공원'이다. 2015년 말부터 일부 담장을 개방해 공원으로 꾸민 곳으로 국내외 다양한 작가 그룹이 참여했다. '창의공원'에는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놀이·운동시설, 다목적 공간 등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특히 이색적인 쓰임을 지닌 공간들이 눈에 띈다. 다목적 공간인 '전봇대집',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 등이 구비돼 있는 '모바일키친스테이션', 중앙유리문을 통해 천체를 볼 수 있는 '스페이스만다라정' 등 이색적인 공간들을 공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각각의 공간들은 서울혁신파크에 대관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서울혁신파크에서는 각 지역 농수축산물 및 지역특산물을 직거래하는 장터 '농부의 시장',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마켓 '키덜트 마켓' 등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행사가 쉼 없이 열리고 있다. 앞으로 2019년까지 부지 내 총 32개동을 혁신을 위한 공간으로 단계적으로 조성해 진정한 '혁신파크'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막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서울혁신파크가 앞으로 서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6호선 불광역 <1> - 북한산둘레길 구름정원길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서울의 서북부에 위치한 은평구, 그중에서도 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지나가는 불광역 주변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동네였다. 번화가인 연신내역과 달리 불광역은 주택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삶의 터전의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그런 불광역 주변이 6호선 개통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말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됐다. 북한산을 찾기 위한 등산객들이 모여들면서 불광역 인근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북한산은 서울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다. 높이 835.6m로 서울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은 지난해 탐방객 수만 1380여만 명을 자랑할 정도로 매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단위 면적당 탐방객 수로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기도 하다.


북한산에 대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생겨난 둘레길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산은 험난한 바위산으로 등반하기가 쉽지 않아 사고가 잦은 걸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전체 71.5㎞의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주말마다 불광역에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것도 바로 이곳에서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불광역에서 시작되는 북한산 둘레길은 7구간인 '옛성길'과 8구간인 '구름정원길'이 있다. 그중에서도 구름정원길은 이름처럼 구름 위를 걷는 듯 탁 트인 풍경과 자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인기가 많다. 북한산생태공원에서 시작해 진관생태다리까지 이어지는 길로 전체 길이 5.2㎞에 약 2시간 3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구름정원길이 시작되는 북한산생태공원은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를 통해 찾아갈 수 있다. 2번 출구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거나 2번 출구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7022번, 7211번, 7212번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가면 이곳에 도착한다. 북한산생태공원을 시작으로 주변 아파트 뒤쪽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구름정원길 입구와 만날 수 있다.


계단과 산길을 따라 야트막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나무로 무성한 길을 걷다 보면 왼쪽으로 서서히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구름정원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하늘전망대가 이어진다. 날씨가 좋으면 근처 인왕산과 안산, 백련산의 풍경까지 바라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답답해진 기분을 시원하게 만들기에는 부족함 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구름정원길의 또 다른 명소는 곧바로 이어지는 스카이워크다. 구기터널 상단지역의 계곡을 횡단하는 60m 길이의 데크 길로 '구름정원'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북한산의 웅장한 모습도 바라볼 수 있다.


스카이워크를 지난 뒤에도 구름정원길은 계속된다. 독바위역을 지나 은평뉴타운까지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한적한 동네의 모습과 함께 여유로움을 가득 느낄 수 있다. 다만 길이 좁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만큼 겨울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둘레길이 끝나는 곳에서는 역사의 흔적이 우리를 반긴다. 조선 세종의 아홉 번째 아들인 화의군 이영의 묘역(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4호)이 이곳에 있다. 단종 복위운동에 참여하는 등 절의로 이름을 남긴 화의군의 묘역으로 그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구름정원길을 나오면 3호선 구파발역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서울과 의주를 잇는 파발말의 경유지로 지금과 같은 이름이 붙은 곳이다. 이곳은 서울둘레길 7코스 '봉산·앵봉산' 코스와 북한산둘레길 9구간 '마실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길은 끝나는 곳에서 또 다시 시작된다. 비슷해 보이는 길도 늘 그 모습은 다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또한 잘 살펴보면 그 속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익숙한 즐거움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북한산 둘레길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구파발역 -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담은 곳,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주변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인 이곳은 도시보다 마을의 느낌이 강한 그런 동네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이를 품에 안은 북한산의 풍경에는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정겨움이 있었다. 그러나 구파발역 인근도 개발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은평뉴타운이 들어서면서 구파발역 주변은 이제 익숙한 서울의 일부가 됐다. 고층아파트와 상가들, 그리고 공사장이 즐비한 곳 말이다.


그러나 재개발이 부정적인 효과만 낳은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한적했던 마을은 사라졌지만 대신 마을이 서있던 땅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숨은 역사의 흔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개발 과정에서 땅 속에 묻혀 있는 유적들이 대거 발굴됐다. 4756기에 이르는 조선시대 분묘가 발굴됐으며 이중 약 42%의 분묘에서 부장품이 출토됐다. 자연스럽게 이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도 함께 고민하게 됐다. 그 고민이 결실로 이어진 곳이 바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8)이다.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내려 7723번 버스를 타고 10여분 정도를 이동하면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하나고등학교 맞은편 은평 한옥마을과 함께 있는 이곳은 2005년부터 진행된 은평뉴타운 개발 당시 발굴된 다양한 인문·역사유물, 그리고 전통주거 공간인 한옥 관련 문화콘텐츠를 보존·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상설전시실은 크게 '은평역사실'과 '한옥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2층의 은평역사실은 은평구의 역사, 그리고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 그리고 북한산이 품고 있는 은평의 유적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는 은평구의 역사가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그림, 유물 등과 함께 전시돼 있다.


3층의 한옥전시실에서는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 문화에 대해 보다 깊이 알 수 있다. 한옥의 변천사와 마루, 온돌 등에 담긴 한옥의 과학적 원리, 그리고 한옥 건축 과정 등 한옥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등록문화재 제229호 민형기 가옥의 사랑채의 일부분을 그대로 재현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한옥을 짓는 과정을 모형으로 전시해 한옥이 지닌 자연친화적인 매력도 느낄 수 있다.


한옥전시실 맞은 편에 있는 기획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 전시를 개최한다. 현재는 '자연의 빛으로 지은 우리옷, 강종순 한복' 전(展)이 진행되고 있다. '은평 한(韓)문화특구'의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역 내 작가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장으로 마련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은평구에서 한복 디자이너로 2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강종순 작가의 엄선된 대표작 50여점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정통 궁중복부터 현대적인 창작복까지 다양한 한복을 만날 수 있다. 다음달 13일까지 열린다.


전시 외의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목가구와 한옥 관련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자연 환경이 뛰어난 곳에 위치한 만큼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박물관 옥상에 있는 용출정과 삼각산전망뜰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대형 박물관에 비하면 전시물의 규모가 소박한 편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 속에서 가까스로 모습을 드러낸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은평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이토록 많은 유물이 발굴된 것은 오래 전 이곳이 집단 매장지로 쓰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한양 도성과 도성 사방 10리에는 무덤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매장이 금지된 지역 바로 바깥에 위치한 곳이 현재 은평뉴타운이 들어선 진관내·외동이었다.


한때 죽은 자의 땅이었던 곳이 지금은 고층 아파트들로 가득한 삶의 터전이 됐다. 아이러니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삶과 죽음이 거듭 쌓이며 흘러가는 법이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역사의 대단한 순간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서있는 이 익숙한 땅도 작지만 나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 영화, 그 기억을 찾아서…한국영상자료원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영화는 기록이다. 한 편의 영화는 그 영화가 만들어질 때의 시간과 공간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오락 매체인 동시에 역사를 담은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가치를 지닌다. 사람들이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 그 시절의 영화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마법 같은 경험을 한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서울 상암동에 있다. 6호선과 공항철도가 지나가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누리꿈스퀘어에서 내리면 한국영상자료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보존·서비스하는 공공기관이다. 1974년 서울 중구 남산동에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필름보관소가 그 전신이다. 1990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이전하면서 재단법인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2002년 영화진흥법에 따라 특수법인으로 개편됐다. 2007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청사를 지어 이전했으며 지난 5월에는 파주보존센터를 개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은 크게 한국영화박물관과 영상도서관, 시네마테크KOFA로 구성돼 있다. 1층에 있는 한국영화박물관은 자료원에서 수집한 다양한 영화 관련 자료를 통해 한국영화의 지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와 함께 청소년 대상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해 영화 인재 육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특별 기획전 '잡지로 보는 한국영화의 풍경, 「녹성」에서 「씨네21」까지'를 진행하고 있다. 1919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영화잡지 '녹성'을 시작으로 현재 발간되고 있는 유일한 영화잡지인 '씨네21'까지 국내 영화잡지 약 200부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특별전이다. 한국영화문화의 변천사를 손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관람료는 무료다.


2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자료를 구비한 영화 전문 도서관인 영상도서관이 있다. 영화 관련 서적과 OST, 그리고 국내에 출시된 DVD와 블루레이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전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접하고 싶다면 꼭 한 번 찾아가봐야 할 곳이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에는 국내외 고전·예술·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상영관 시네마테크KOFA가 있다. 2개관으로 구성된 이곳은 극장에서 쉽게 보기 힘든 영화는 물론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을 상영하는 곳으로 영화 마니아들의 인기가 높다. 다채로운 주제의 기획전부터 영화인과의 대담 등의 부대 행사 등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6일부터는 최근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고(故) 구봉서의 추모전 '웃음을 사랑한 영원한 코미디언: 故 구봉서 추모 특별 상영'을 개최한다. 희극인이자 배우로 활동하기도 한 구봉서의 대표작 9편과 그가 걸어온 길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등을 11일까지 상영한다.


13일부터 21일까지는 '추석특선 영화: 극장을 다시 찾은 영화들' 기획전을 마련했다. '비포 선라이즈' '냉정과 열정사이' '그녀에게' '무간도' '이터널 션사인' '피아니스트'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총 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월요일과 추석 연휴 기간은 휴관한다. 9월 말에는 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끈 배우 윤정희의 특별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상암동까지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http://www.kmdb.or.kr)에서는 한국고전 영화를 VOD 서비스로 제공한다. 유튜브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서도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고전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한 주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작 영화들 사이에서 한번쯤은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아 오래 전 추억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영화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6호선 대흥역 -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와 예술, 마포아트센터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주변에는 유난히 학교가 많다. 서강대학교를 비롯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여 있다 보니 서울에서도 유독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에 속한다. 그러나 평범해 보이는 대흥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마포아트센터(서울 마포구 대흥로20길 28)다.


◆ 문화·예술·교육·체육 모인 복합공간


마포아트센터는 대흥역 2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02년 마포문화체육센터로 처음 개관한 이곳은 당시만 해도 수영장, 헬스장 등을 갖춘 종합체육센터이자 마포구 행사가 주로 열리는 구민회관 역할을 하던 공간이었다. 자치구마다 있는 평범한 공간이었다.


마포문화체육센터가 지금의 마포아트센터로 새로 태어난 것은 2008년 1월 마포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4월 781석 규모의 대공연장인 아트홀맥과 180석 규모의 소공연장 플레이맥, 그리고 전시장 갤러리맥과 다목절홀, 연습실 등 전문 공연장을 갖춘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선보이게 됐다. 그렇게 마포아트센터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생활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마포구 주민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마포문화재단은 '공연전시' '생활체육' '지역문화' '문화교육'이라는 네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마포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밀착형 공연 콘텐츠 기획, 지역 기반 동네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 사업, 그리고 문화·예술 교육과 지역 연계 스포츠 사업 등이 마포아트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마포문화재단은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 속에서 보다 많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매달 수준급 공연 선보여


마포아트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공연이다. 아트홀맥과 플레이맥에서는 매달 수준급의 공연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8월 아트홀맥에서는 한국 전통 무용 공연과 젊은 음악가들의 클래식 공연, 그리고 퓨전 오페라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오는 20일과 21일에는 한국 전통 춤을 만날 수 있는 '제3회 대한민국 차세대 명무전'이 열린다. 이어 23일에는 한국쇼팽콩쿨과 베토벤콩쿨 입상자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동문으로 구성된 아르덴테 챔버 앙상블의 공연 '패션 오브 뮤직'이 무대에 오른다. 26일과 27일에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와 한국 전통 판소리 '배비장전'을 하나의 작품으로 녹여낸 더뮤즈오페라단의 퓨전 오페라 '러브배틀'이 관객과 만난다.


가을과 겨울에도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 중이다. 마포문화재단이 국제문화예술교류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체코 부르키&콤 컴퍼니 초청공연',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앙상블 '모스크바 피아노 트리오'의 내한공연,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듀오 콘서트 등이 연말까지 아트홀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매달 단돈 1000원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MAC 천원의 문화공감'도 마포아트센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플레이맥에서는 연극 공연이 주로 펼쳐진다. 현재는 김호연의 장편 소설을 무대에 옮긴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대 만년 공시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50대 황혼이혼남이 옥탑방에서 펼치는 고군분투 재기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으로 오는 2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오는 28일에는 마포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배우 손숙의 모노드라마 '그 여자'가 무대에 오른다. 시몬드 드 보봐르의 소설 '위기의 여자'를 한국 현실에 맞게 무대화한 작품으로 1990년 손숙의 연기로 초연된 작품이다. 안정된 가정의 행복한 한 여성이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연극으로 친밀하면서도 섬세한 손숙의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홍대입구역 - 공원으로 새로 태어난 철길, 경의선숲길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호선과 경의선, 그리고 공항철도가 만나는 홍대입구역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의 번화가 중 하나다. 그런 홍대입구에 최근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연남동의 '센트럴파크'라는 뜻으로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이 붙은 경의선숲길이다.


경의선숲길은 용산구 원효로를 시작으로 마포구 가좌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철로를 녹음으로 우거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2011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경의선숲길은 지난 5월 총 6.3㎞ 길이에 총 면적 10만2008㎡에 달하는 대규모 휴식 공간으로 전 구간이 개방됐다.


기차가 다니던 철길이 공원으로 재탄생한 것은 경의선 철길 중 용산에서 가좌까지 연결되는 구간을 지하화함에 따라서다. 서울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경의선 상부 유휴 부지에 총 457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녹지를 갖춘 시민 휴식 공간으로 경의선숲길을 조성했다.



경의선은 한국의 슬픈 근대사의 산물이다. 이름 그대로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경의선은 일제가 한반도 지배와 대륙 침탈을 위해 1904년부터 1906년에 걸쳐 건설한 철로다. 경부선과 함께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주요 철도로 전국 철도 중 가장 많은 운수교통량을 자랑하는 노선이었다. 광복 이후 남북분단이 된 뒤에도 열차가 계속 달렸던 경의선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남북의 철도가 끊기면서 지금의 경의선으로 남게 됐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후 경의선 복원사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2003년 6월 14일에는 군사분계선에서 남과 북 사이에 끊어진 철길을 잇는 연결식이 있었다. 그리고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광역 전철이 개통되면서 일부 구간은 지하화하게 됐다. 이에 경의선숲길을 만들게 된 것이다. 경의선숲길은 경의선 철길이 지닌 기억과 흔적의 이미지를 레일, 침목, 쇄석, 콘크리트 등으로 표현해 그 의미를 더했다.



경의선숲길의 가장 큰 특징은 번화가부터 주택가를 모두 아우르는 공원이라는 점이다. 각 구간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연남동 구간은 경의선숲길의 '핫 플레이스'다. 홍대 거리의 영향을 받아 개성 넘치는 카페와 식당이 숲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곳은 과거 홍제천의 지류인 세교천 물길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이를 형상화해 물과 나무를 함께 공원으로 조성해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연남동 구간 맞은편 신촌과 홍대 사이에 있는 와우교 구간은 연남동 구간과 달리 조용하면서도 홍대 앞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와우교 구간은 옛 철길 따라 기차가 지나갈 때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져 '땡땡' 소리가 울렸다고 해서 '땡땡거리'로 불린다. 이곳에는 국내 인디밴드 1세대들이 연습하던 창고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있는 곳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저녁에는 '땡땡거리 마켓-밤의 피크닉'이라는 이색 행사가 열려 예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서강대 인근에 있는 신수동 구간은 일제강점기에 있던 인공하천인 선통물천의 옛 기억을 재현하기 위해 실개천을 만들어놓았다.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과 지역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산책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벚나무 숲길로 조성된 대흥동 구간, 옛날 상인들이 머물던 마포나루와 염리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염리동 구간, 구불구불 지나가는 고갯길과 함께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새창고개 구간 등이 경의선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경의선숲길의 의미를 조금 더 되새겨보고 싶다면 6호선과 경의선이 지나가는 효창공원역을 찾아가면 된다 효창공원역 5번출구를 나오면 경의선숲길의 출발점인 원효로 구간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경의선 철도 지하화가 시작된 곳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옛 화차와 1906년에 개통된 옛 경의선에 대한 설명을 담은 히스토리 월(histroy wall) 등이 설치돼 있다. 무더위가 잠시 피해가고 선선해질 무렵, 경의선 철길을 따라 여유로운 산책을 즐긴다면 그동안 느끼지 못한 서울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1·7호선 도봉산역 - 도심 밖 한적함을 찾아, 서울창포원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도심 외곽으로만 나가도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주말마다 도심 밖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도봉산역에 위치한 서울창포원(서울시 도봉구 마들로 916)은 도심에서는 누릴 수 없는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다.


◆ 붓꽃으로 가득한 식물원


도봉산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서울창포원과 만날 수 있다.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있는 이곳은 장미, 튤립, 국화와 함께 '세계 4대 꽃'으로 불리는 붓꽃(iris)으로 가득한 특수식물원으로 2009년 개원했다.


공원에 들어서면 앞으로는 수락산, 뒤로는 도봉산의 웅장한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푸르른 식물로 가득한 공원이 잔잔한 여유를 느끼게 만든다. 5만2417㎡(약 1만6000평)에 달하는 이곳에는 붓꽃 외에도 다양한 꽃과 나무가 빼곡하게 자리해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즐겨도 되고 녹음 속에서 휴식과 여유를 즐겨도 괜찮다.


붓꽃은 꽃봉오리가 먹을 묵힌 붓과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창포원'이라는 이름은 붓꽃의 한 종류인 꽃창포(단오날 머리를 감기 위해 삶은 물로 쓴 창포와는 다른 식물)에서 따왔다. 난처럼 얇고 길게 뻗은 잎, 그리고 새초롬하게 핀 꽃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영어명인 '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리스'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무지개를 타고 지상에 내려온 이리스처럼 붓꽃 또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한다. 다만 아쉽게도 지금은 서울창포원에서 붓꽃이 핀 모습을 만날 수 없다. 붓꽃의 개화시기가 매년 5~6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붓꽃만이 서울창포원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약용식물원과 습지원이다. 약용식물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약용식물의 대부분을 한 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연못과 함께 조성돼 있는 습지원에서는 각종 수생 식물과 습지 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찰 데크가 설치돼 있다. 무엇보다도 서울창포원은 곳곳에 의자들이 잘 설치돼 있다. 부담 없이 찾아가 산책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서울·북한산둘레길의 시작점


서울창포원은 도심 외곽에 있는 조용한 공원이지만 평소에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서부터 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서울창포원의 입구에 있는 방문자 센터에서 둘레길을 가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센터에서 나눠주는 지도와 함께 누구나 손쉽게 둘레길 탐방을 떠날 수 있다.


서울창포원은 수락산과 불암산을 통과하는 서울둘레길 1코스 '수락·불암산 코스'의 시작점이다. 서울 북동 지역에 있는 수락산과 불암산을 트래킹하는 코스로 초심자에게는 다소 어렵다. 그러나 코스가 완만한 만큼 꼭 숙련된 기술이 없이도 산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 특징다. 도봉산역을 시작으로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과 6호선 화랑대역까지 이어지는 약 14.3㎞ 코스로 6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서울둘레길 1코스의 맞은편으로는 북한산둘레길 코스를 활용한 서울둘레길 8코스 '북한산코스'가 있다. 약 34.5㎞ 길이에 무려 17시간이 소요되는 긴 코스다. 그러나 북한산둘레길 코스를 이용한 만큼 정비가 잘 돼 있어 어렵지 않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사찰과 문화재는 물론 계곡과 같은 자연적인 요소 등 다양한 볼거리고 둘레길 곳곳에 있다. 하루 만에 완주하기는 힘들지만 시간을 내서 가본다면 그만큼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쌍문역 - 둘리와 친구들 만나러 둘리뮤지엄으로 떠나요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빙하를 타고 내려온 아기 공룡, 타임머신과 함께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타조. 80년대에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바로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둘리와 도우너, 또치 이야기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처음 연재된 '아기공룡 둘리'는 21세기인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다. 그런데 바로 둘리와 친구들이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쌍문역 근처에 있는 둘리뮤지엄(서울시 도봉구 시루봉로 1길6)이 바로 그곳이다.


둘리뮤지엄은 쌍문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도봉07을 타면 갈 수 있다. 조용한 아파트 단지 속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길 건너편에서 환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둘리와 희동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아기공룡 둘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둘리뮤지엄이다.


쌍문동에 둘리뮤지엄이 생긴 것은 바로 이곳이 '아기공룡 둘리'의 주요 이야기 무대이기 때문이다. 원작 만화 속에서 둘리는 빙하 속에 갇힌 채 우이천을 따라 내려오다 철수와 영희를 만나 쌍문동에 있는 고길동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이에 도봉구가 2015년 원작자인 김수정 작가가 설립한 둘리나라의 감수를 받아 이곳에 둘리뮤지엄을 만들게 됐다. 현재는 송석문화재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둘리뮤지엄은 뮤지엄동과 도서관동 2개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주요한 볼거리는 뮤지엄동에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각 층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를 꾸몄다는 점이다. 1층은 1996년 개봉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을 테마로 구성돼 있다. 김수정 작가의 캐릭터인 김파마가 들려주는 둘리에 대한 소개 영상과 함께 전시실로 들어가면 다양한 체험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관람객의 동선에 맞춰 전시물이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게임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흥미롭다.



2층은 원작 만화 중에서 '고길동 아마존 표류기' '둘리와 친구들의 저승행차' '마법의 피라미드 여행'을 테마로 삼았다.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둘리와 친구들의 천방지축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전시실 옆에는 '마이콜 뮤직 스테이지'가 있다.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이다.


둘리를 보며 자라난 세대에게는 이곳에 있는 '김파마의 집'에서 추억을 가득 느낄 수 있다. 김수정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만화 연재 당시에 직접 그린 스케치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80~90년대에 '아기공룡 둘리'를 테마로 만들어졌던 다양한 상품들도 전시돼 있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3층은 '둘리 소인국'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체험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다. 시계추를 응용한 그네, 문어 모양의 미끄럼틀 등이 있다. 고길동의 아내인 박정자를 테마로 삼은 카페 '정자싸롱'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옥상에는 둘리와 도우너, 고길동이 숨어 있는 미로공원도 있다.


마지막 관람 순서는 지하 1층이다. 이곳에서는 '둘리의 숲 속 환상여행'이라는 제목의 3D 영화를 상영한다. 환경 보호를 테마로 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다. 도서관동은 뮤지엄동과 달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둘리뮤지엄답게 '아기공룡 둘리' 관련 서적부터 둘리 관련 책은 물론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대여가 불가능하나 조만간 대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 일대는 이제 둘리를 테마로 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태어난다. 도봉구는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을 '아기공룡 둘리'와 관련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4호선 쌍문역은 승강장을 개선하고 역 기둥을 새롭게 꾸며 '둘리 테마' 역으로 조성 중이다. 우이천에는 김수정 작가의 초안을 바탕으로 한 약 420m 길이의 '우이천 둘리벽화'를 만들고 있다. 현재 약 230m 정도를 그린 상태이며 올해 중 전체 구간을 완성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올해 중으로 쌍문동 곳곳에 둘리 관련 조형물도 들어설 계획이다. 둘리와 친구들을 추억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제 쌍문동을 가보자. 그곳에서 둘리와 친구들이 "호이"라는 주문과 함께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1·4호선 창동역 - 록·레게·힙합…창동서 즐기는 음악 파티, 플랫폼창동61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최근 도봉구 창동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 동북 지역의 대표적인 베드타운(bed town)이었던 창동이 앞으로의 예술과 문화를 이끌어갈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창동61'(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1길 74)이 바로 그 변화의 주역이다.


◆ 컨테이너로 만든 신개념 문화 공간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창동역 1번 출구 옆에 알록달록한 컨테이너들로 이뤄진 이색 공간이 있다. 지난 4월 29일 문을 연 플랫폼창동61이다. 2790㎡ 규모에 61개의 대형 컨테이너로 구성된 이곳은 음악을 중심으로 푸드, 패션, 포토가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플랫폼창동61은 낙후된 도시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서울시는 문화·경제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서울 동북부의 창동·상계 지역을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만든다는 '창동·상계 지역 신(新) 경제중심지 정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메트로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대규모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를 2021년까지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아레나의 완공 전까지 창동 지역을 장르음악의 새로운 기반으로 만들고자 플랫폼창동61이 먼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수많은 컨테이너로 구성된 이곳은 크게 음악과 사진, 음식과 패션을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 2층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연장 레드박스는 플랫폼창동61을 대표하는 곳이다. 최대 4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는 최고의 음향 장비 시설을 갖춰 뛰어난 사운드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레드박스 오른편에 있는 갤러리 510은 사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시관이다. 현재는 플랫폼창동61의 포토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세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다음 전시로는 시민들이 직접 공모한 스마트폰 사진을 선보이는 '우리네 얼굴'을 기획 중이다.


레드박스 뒤에 마련돼 있는 패션 스튜디오와 포토 스튜디오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클래스가 열린다. 또한 3층에는 플랫폼창동61의 입주 뮤지션들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운이 좋다면 이곳에서 신대철, 이한철, 잠비나이 등의 입주 뮤지션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델 전문 매니지먼트 에스팀이 운영하는 패션 스토어 믹샵, 그리고 레스토랑과 카페 등도 함께 마련돼 있다.


◆ 다양한 장르 음악 공연 개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플랫폼창동61의 핵심은 바로 '음악'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공연장에서는 쉽게 즐기기 힘든 여러 장르의 음악 공연이 매주마다 열린다. 이를 통해 대중음악을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창동 사운드 시리즈'다. 매달 특정한 음악 장르를 선정해 공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상에서 소비되고 휘발되는 음악이 아닌, 장르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경험해보는 시간으로 기획됐다. 지난 6월에는 국악을 테마로 삼은 '오뉴월 국악 공감' 공연이 열렸다. 오는 30일과 31일에는 레게와 라틴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썸머 창동 트레인1'이 열린다. 김반장과 윈디시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입주 뮤지션과 협력 뮤지션이 함께 하는 '뮤직 큐레이션 콘서트'도 플랫폼창동61만의 독특한 공연 프로그램이다. 뮤지션이 직접 기획해 선보이는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이다. 오는 16일에는 협력 뮤지션인 국악 하이브리드 밴드 타니모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 기념 공연 '지금부터 시-작'이 열린다. 이어 오는 23일에는 플랫폼창동61의 입주 뮤지션이자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이 계절 프로젝트의 일환인 콘서트 '여름의 묘약'을 준비 중이다.


장르 음악이 낯선 시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도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레드박스 앞에서 열리는 '수요일, 집에 가는 길 콘서트', 바로 '수집콘'이다. 퇴근 길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공연으로 인디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오는 13일에는 기타치는 세남자, 20일에는 모노반, 27일에는 양양의 공연이 준비돼 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플랫폼창동61을 찾는다면 누구나 장르 음악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성신여대역 - 아리랑고개에서 영화를, 미아리고개에서 연극을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흔히들 예술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향유하는 삶'은 멀고 먼 남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예술은 사실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예술·문화 공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자치구들이 지역 주민을 위한 예술·문화 공간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성북구에서는 아리랑시네센터와 미아리고개예술극장가 지역 주민에게 예술과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극장을 넘어 창작자와 관람객이 예술을 함께 향유하는 공간으로 지역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곳이다.



◆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시네센터(서울특별시 성북구 아리랑로 82)는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 6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극장이다. 총 3개관 472석 규모로 2004년 5월 개관했. 지역 주민의 여가 활동과 미디어 교육 공간으로 마련된 공간으로 성북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 일반 개봉 영화는 물론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예술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영화제, 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 '아리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리랑시네센터가 있는 곳이 바로 아리랑고개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영화인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이 촬영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특별한 역사가 있는 곳에 세워진 의미 있는 극장이다.


멀티플렉스에 비하면 규모는 작다. 하지만 상영작 만큼은 대형 극장 못지않게 알차다.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들' '삼례' '경계' '홀리워킹데이' 등의 다양성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 동네 극장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이곳에서는 자주 열린다.


영화 상영 외의 특별한 프로그램도 있다. 'SAC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의전당 공연 예술 콘텐츠를 매달 두 차례 상영한다. 엄마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는 매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관람료: 성인 7000원, 만 48개월~만 18세 미만 4000원, 장애인·유공자·경로 우대 4000원, 조조 4000원. 매달 첫째 주 월요일 휴관)



◆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성북구에는 아리랑고개 말고 또 하나의 유명한 고개가 있다. 바로 미아리고개다. 성신여대역과 길음역 사이에 있는 이 고개는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국군과 조선인민군이 교전을 벌인 곳으로 노래 '단장의 미아리고개'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변에는 많은 점집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이곳에 지역 예술 창작자와 관람객이 함께 하는 공연장이 있다. 성신여대역 7번 출구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로 177)이다. 1998년 활인소극장으로 출발한 이곳은 2009년 새 단장을 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상업 공연을 지양하고 선별해 예술적, 실험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지역 주민에게 소개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의 젊은 예술 창작자가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마을 극장'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젊은 연출가들이 뜻을 뭉쳐 만든 '마을담은 극장 협동조합'이 성북문화재단과 함께 극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성북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미아리고개예술극장./성북문화재단

최근에는 소설가 이태준의 작품을 소재로 한 공연 '이태준傳 단편소설, 연극이 되다'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이 공연에는 성북구 주민들이 만든 시민극단 미아리고개예술극단이 참여해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앞으로도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은 지역의 창작자와 주민을 하나로 이어주는 '커뮤니티 씨어터'로서 다양한 연극과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성북문화재단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 -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성북동 탐방 <2>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성북동은 오랜 역사가 깃든 곳이자 예술의 정취를 가득 안고 있는 곳이다. 조선 말기를 대표하는 화가 오원 장승업은 이곳에 집을 마련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가 고 최순우의 옛집, 문화재 수집가였던 간송 전형필이 세운 간송미술관, 그리고 화가 운보 김기창과 그의 아내인 우향 박래현 화백의 집터에 있는 운우미술관이 있는 곳도 바로 성북동이다.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성북동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명소들을 소개한다.



◆ 성북구립미술관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을 찻집으로 꾸민 수연산방 바로 옆에 성북구립미술관(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34)이 있다. 2009년 12월 문을 연 이곳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중심지와도 같은 성북동에 자치구 최초로 건립된 미술관이다. 깊이 있는 미술 연구 활동과 함께 수준 높은 기획 전시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 대중 친화적인 미술관이다.


지난 17일부터는 젊은 작가들의 색다른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2012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네오포럼(NeoForum) 프로젝트 기획전인 '네오포럼 2016-원네스(Oneness)' 전(展)이다. '여럿으로 구성된 하나' 또는 '하나로 연결됨'으로 의역되는 '원네스(Oneness)'를 주제로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신건우, 유나얼 작가와 피아니스트 몽라, 미디어 디렉터 송원영이 전시에 참여해 다양한 예술 장르 간의 소통과 교감으로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인다.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무료)



◆ 우리옛돌박물관


북악산과 맞닿아 있는 성북동 깊숙한 곳에는 정감 가는 이름의 박물관이 있다. 바로 우리옛돌박물관(서울특별시 성북구 대사관로 13길 66)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국내외로 흩어져 있던 한국 석조유물을 한 자리에 모아 2015년 11월 11일에 개관한 박물관이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석조유물을 통해 옛 선조들의 수복강녕과 길상을 향한 염원을 느끼고 개인의 소원도 기원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진 곳이다.


박물관은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기획전시관 등이 있는 실내 전시관과 '돌의 정원'인 야외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능묘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조각으로 일제강점기 때 대거 밀반출된 문인석, 무덤 주인의 시중을 드는 역할을 한 동자석, 돌로 만들어진 장승인 '벅수'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여인들의 염원과 정성을 담은 자수, 한국인의 심상과 예술 정신을 나타내는 근현대 미술 작품도 전시한다. 야외 전시관인 '돌의 정원'은 '오감만족' '제주도 푸른 밤' '마음의 정화' 등의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있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돌 조각 사이를 거닐며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 한국가구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에서 길상사 쪽으로 내려오면 또 하나의 이색적인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전통 목가구를 수집, 보존, 전시하고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서울특별시 성북구 대사관로 121)이다. 이곳을 설립한 정미숙 관장은 1960년대부터 전통 목가구를 수집해왔으며 1993년에 사립박물관으로 등록해 1995년부터 약 15년 동안 한국의 옛 가옥을 옮겨 놓아 현재의 한국가구박물관을 완성하게 됐다. 2010년 G20 정상회의 당시 20개국의 영부인이 공식 방문해 주목을 받은 곳으로 2011년부터 일반 관람을 시작했다. 미국 CNN으로부터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되기도 한 숨은 명소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옛 가옥 10여 채와 함께 조선 후기 전통 목가구 550여점을 재료, 종류, 지역 특성별로 분류해 전시를 하고 있다. 또한 실내 장식과 꽃담, 마당 등이 어우러져 선조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가구와 집, 자연,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한국의 주거 생활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가이드 투어로만 진행된다. 예약은 한국가구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투어 소요 시간: 약 1시간 / 매주 일요일 휴관 / 관람료: 성인 2만원이며 초중고생은 할인 가능)


사진 제공=성북문화재단·우리옛돌박물관·성북구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 -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성북동 탐방 <1>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북악산의 동남쪽 품에 안겨 있는 성북동은 서울의 또 다른 얼굴 같은 곳이다. 성북로를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평창동, 한남동과 같은 부촌이, 남쪽으로는 달동네의 모습을 간직한 북정마을이 있는 모습이 그렇다. 시인 김광섭은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성북동을 무대로 60년대 산업화의 광풍 속에서 소외된 인간성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의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성북동은 이름 그대로 한양도성 북쪽에 있는 곳을 뜻한다. 조선 영조 때 도성 수비를 담당했던 어영청의 북둔(北屯)이 설치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부자와 서민들이 한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 성북동은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성북동의 명소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최순우 옛집.


◆ 최순우 옛집을 지나 심우장까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부터 성북동이 시작된다. 1968년에 세워진 나폴레옹과자점 본점, 그리고 조선 말기에 활약한 화가 장승업의 집터로 알려져 있는 성북예술창작터를 지나 성북로를 걷다 보면 오래 전 동네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사람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든다.


10분 정도를 걷다 보면 길 왼편으로 나있는 성북로15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인 혜곡 최순우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거처한 한옥이 있다. 등록문화재 제268호로 지정돼 있는 최순우 옛집(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15길 9)이다.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 한옥으로 바깥채와 안채, 뒤뜰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4월부터 11월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최순우 선생의 유품 등을 관람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과 특별 전시회도 개최된다.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은 휴관이다.


다시 성북로를 따라 길을 걷다 보면 덕수교회와 만나게 된다. 이곳에는 조선 말기 마포에서 젓갈 장사로 부자가 된 이종석이 1900년경에 지은 별장(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31)이 있다. 사랑채와 비슷한 안채, 그리고 안채에 달린 행랑채로 이뤄진 건물로 조선 말기 장사로 부를 쌓은 상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덕수교회에서 소유하고 있으며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심우장.


이종석 별장에서 조금만 더 성북로를 걸어 올라가면 심우장(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29길 24)이 있다. 독립운동가 겸 승려이며 시 '님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만해 한용운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말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곳이다. 좁은 골목길을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성북동에 조용히 숨어있는 심우장을 만날 수 있다. 평생을 독립운동을 위해 바친 만해 한용운은 심우장을 지을 때에도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본다는 이유로 집을 북향으로 지었다. 이름인 심우장은 선종에서 말하는 수행 단계에서 유래했다. 한용운이 쓰던 방에서 그의 글씨와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한양도성.


◆ 한양도성 걸으며 느끼는 역사


한양도성도 성북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 명소다. 한양도성은 조선 초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해 궁궐과 종묘를 먼저 지은 뒤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축조한 성곽이다. 서울의 사대문과 사소문을 하나로 잇고 있는 한양도성은 최근 산책로로 조성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성북동에 있는 한양도성은 백악구간으로 전체 4.7㎞에 약 3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혜화문에서 와룡공원과 말바위전망대, 숙정문을 거쳐 넘어 부암동에 있는 창의문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로를 따라 성북초등학교까지 걸어가면 한양도성으로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968년 발생한 일명 '김신조 사건'인 1·21 사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던 곳으로 2007년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매주 월요일은 개방하지 않으며 말바위 안내소와 숙정문, 창의문을 지날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사진/성북구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4호선 사당역 <2> 애국·체험·사색…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관악산 - 관악산 둘레길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 이곳에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관악산이 있기 때문이다. 높이 629m의 관악산은 산의 규모가 크지 않고 도심에서 가까워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다.


◆ 다양한 볼거리 갖춘 관악산


관악산은 1973년 관악구가 영등포구에서 떨어져 나온 뒤 관악구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산이다. 1968년 건설부 고시 제34호로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서울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관악산의 이름은 산의 모양이 삿갓(冠)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악산(岳山)'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기이한 바위와 깊은 골짜기가 한데 어우러진 험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등산로를 갖춰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관악산 곳곳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적들이 남아 있다. 관악산 정상에 세워진 사찰 연주암은 관악산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다. 신라 문무왕 17년에 의상대사가 좌선공부를 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 태조 원년에 중건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삼막사, 염불사, 관음사 등의 사찰도 관악산에 있다.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남현동에는 백제 때 토기를 굽던 가마터인 서울 남현동 요지가 남아 있다. 고려의 명장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을 성역화한 낙성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불상인 봉천동 마애미륵불도 관악산이 품고 있는 명소들이다.



◆ 둘레길·무장애숲길 등 산책로 갖춰


관악산은 바위로 이뤄진 산인 만큼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그러나 꼭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관악산을 즐길 방법이 있다. 관악산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이 있기 때문이다.


관악산 둘레길은 크게 '서울구간' '안양구간' '과천구간'의 세 가지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구간은 사당역에서 출발해 신림역으로 이어지는 약 15㎞ 코스로 6~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서울구간은 각각의 테마에 따라 '애국의 숲길' '체험의 숲길' '사색의 숲길'로 코스가 나눠져 있다.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둘레길을 즐길 수 있다.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관악산 둘레길의 시작점인 까치산생태육교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관악산 둘레길 서울구간의 첫 번째 코스인 '애국의 숲길'이 시작된다. 관악산을 따라 낙성대공원을 거쳐 서울대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강감찬 장군의 애국사상을 고취하고자 '애국의 숲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총 6.2㎞로 2시간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어지는 '체험의 숲길'은 서울대입구에서 국제산장아파트까지 연결된 4.7㎞의 2시간 코스다.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돌산, 자연학습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호수공원 등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사색의 숲길'은 국제산장아파트에서 신림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4.1㎞의 길로 1시간20분이 소요된다. 이름 그대로 편안한 숲길을 걸으면서 느림과 사색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근처에는 호림박물관 신림본관과 조선 중기의 문신 강사상의 묘역인 정정공 강사상 묘역 등의 볼거리도 있다.


조금은 긴 관악산 둘레길이 부담스럽다면 큰 경사 없이 관악산을 느낄 수 있는 관악산 무장애숲길을 추천한다. 2013년 5월에 조성된 관악산무장애숲길은 전구간 경사도 8% 미만으로 휠체어와 유모차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1.3㎞ 길이에 40여분이 소요되는 짧은 산책로로 관악산 열녀암에 올라 서울대학교 교정과 63빌딩 등 서울 시내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을 가기 위해서는 2호선 낙성대입구 또는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서울대정문에서 하차한 뒤 관악산 광장으로 가면 된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4호선 사당역 <1> 미술,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서울에 오래 살다 보면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게 된다.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평일 아침과 저녁에는 출퇴근하는 직장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주말에는 관악산과 우면산을 가려는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무 생각 없이 사당역을 찾았다가는 그 혼잡함에 정신을 빼앗기기 일쑤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 정신없는 사당역 인근에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미술관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근대건축물이라는 사실도 아는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이다.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 고전주의 양식 간직한 건물


사당역 6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빨간 벽돌로 고풍스럽게 세워진 2층 건물이 직사각형의 빌딩들 사이에 조용히 서있는 모습이 묘한 느낌을 준다. 한눈에 봐도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이 건물은 20세기 초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였던 곳이다.


이 건물이 처음부터 사당역 인근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05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지하 1층에 지상 2층 규모로 세워진 건물을 이전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해군성 무관부 관저로 쓰였으며 광복 이후에는 해군헌병대의 처소로 사용됐다. 1983년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지금 위치로 옮겨와 우리은행의 사료관으로 사용됐으며, 2004년 우리은행이 문화예술지원사업 일환으로 서울특별시에 건물을 무상임대하면서 지금의 남서울생활미술관으로 개관하게 됐다.


우여곡절의 역사를 겪었지만 큰 훼손 없이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화강암과 붉은 벽돌의 벽면이 발코니의 석주와 조화를 이룬 건물로 고전주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 미술관 내부 또한 기존 건축물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샹들리에나 벽난로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20세기 초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은 개관 당시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다채롭고 수준 높은 기획전시를 연중 무료로 운영한다. 지역 주민들이 부담없이 미술 전시를 즐기기 위함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미술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전시가 없을 때에는 출입이 어려울 수 있으니 전시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 유리조형의 세계 담은 전시


7일부터는 유리를 소재로 한 독특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다음달 24일까지 열리는 '박성원 유리조형' 전(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유리예술을 대표하는 박성원 작가의 개인전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리조형의 예술적 가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박성원은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유리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준 작가다. 또한 조각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한국 유리 예술의 영역을 확장해온 실험적인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지난 15년 동안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했다. 유리조형의 미적 가치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것은 실용적인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유리가 예술적으로는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예술적으로는 낯선 영역인 유리를 소재로 아름다움과 표현매체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박성원 작가의 작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오랜 역사를 지닌 남서울생활미술관의 실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전시 연출 효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유리예술의 아름다움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호선 낙성대역 - 강감찬 장군의 역사를 찾아, 낙성대공원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한 사신이 밤에 시흥군으로 들어서다가 큰 별이 인가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전을 시켜 가보도록 하였더니 마침 그 집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다. 사신이 매우 기이하게 여기고는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 기르니 이 사람이 바로 강감찬이다. 뒷날 송(宋)의 사신이 그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절을 올리며 말하길, '문곡성(文曲星)이 보이지 않은 지 오래더니 지금 여기에 있군요'라고 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지하철 2호선에는 낯선 이름의 역이 하나 있다. 바로 낙성대역이다. 서울대입구역와 나란히 있다 보니 마치 대학교 이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낙성대역은 오랜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고려 때 거란의 40만 대군을 무찌르는 위업을 남긴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강감찬 장군이 태어날 당시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따라 생긴 곳이 바로 낙성대(落星垈)다.



◆ 강감찬 장군을 모시는 곳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를 나와 관악02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 관악산이 시작하는 곳에 낙성대공원(서울 관악구 낙성대로77)이 있다. 1973년 서울시에서 강감찬 장군에 대한 성역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성한 공원이다. 눈앞에 펼쳐진 관악산의 풍경이 서울 같지 않은 평화로움을 전한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강감찬 장군의 동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말을 타고 칼을 들어 돌진하는 모습이 장군의 위엄을 느끼게 한다.


동상 앞을 지나면 강감찬 장군을 모시고 있는 사당인 안국사(安國祠)를 만날 수 있다. 1973년부터 1974년에 걸쳐 세워진 사당이다. 안국사 안으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석탑 하나가 우리를 반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낙성대 삼층석탑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석탑 앞면에 '강감찬 낙성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안국사 사당은 고려시대 목조 건축을 대표하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본떠서 세워졌다. 사당 안에는 강감찬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작지만 웅장함이 느껴지는 사당 분위기가 장군의 호국정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안국사의 이름처럼 낙성대공원 또한 조용하면서도 평온하다. 평소 주민들은 이곳을 찾아 운동을 하거나 낙성대공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긴다. 주말에는 등산객도 즐겨 찾는다. 낙성대공원에서 관악산 언주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등산객의 인기 코스다.



◆ '강감찬 10리길' 따라 도심 탐방


낙성대공원을 나와 낙성대역 쪽으로 이어지는 마을로 5∼10분 정도 걸어가면 걸어가면 실제로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과 만날 수 있다. 관악구 낙성대역4길 인근에 있는 강감찬 장군 생가 터는 현재 안국사에 있는 낙성대 삼층석탑이 서 있던 곳이었다. 현재는 강감찬 군의 생가 터임을 증명하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어 역사의 흔적을 이어가고 있다. 조용한 마을 속에 숨겨진 역사의 흔적이 묘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렇듯 관악구에는 역사의 흔적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이 동네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에 관악구는 지난해부터 '강감찬 10리길 투어'라는 이름으로 지역 명소를 활용한 관광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강감찬 장군의 탄생지인 낙성대 일대와 서울대학교, 샤로수길 등 관악구 명소를 이은 5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강감찬 10리길'은 낙성대역을 시작으로 강감찬 생가 터-전통야외소극장-낙성대공원-서울시과학전시관-영어마을관악캠프-덕수공원으로 이어지는 4㎞ 코스다. 조용한 동네를 지나 자연이 있는 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을 통해 여유와 함께 역사까지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낙성대를 지나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도심속 숲 길', 샤로수길·낙성대재래시장·재즈골목·행운동고백길 등으로 이어지는 '샤로수길', 구청 갤러리관악을 지나 서울대 미술관·박물관·규장각·민주화열사 추모비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역사문화의 거리' 등의 코스가 마련돼 있다. 마을관광해설사와 함께 하는 투어도 마련돼 있다. 참여를 원하면 참가 1주일 전까지 관악구청 문화체육과(02-879-5604)로 신청하면 된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2호선 서초역·방배역 - 서초의 숨은 자연, 서리풀길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한강 이남에 서리풀이 무성하다고 해 또는 '상초리(霜草理)'라고 불리던 마을이 있었다. 서리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고구려 때 쌀을 '서화(瑞禾)'라고 불렀다는 기록에서 벼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곳은 서초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리풀은 서초의 상징으로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서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고속터미널이 있고 한국 사법부의 중심인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있는 행정과 교통의 요충지다. 그러나 복잡한 강남과 달리 서초는 묘하게 여유가 느껴진다. 도심 곳곳에 숲과 공원이 조심스럽게 숨어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과 반포동, 방배동이 함께 만나는 곳에 있는 산책로 서리풀길도 그 중 하나다.



◆ 서리풀공원부터 몽마르뜨공원까지


서리풀길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방배역, 그리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을 통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방배역에서 출발한다면 4번 출구로 나와 산책을 시작할 수 있다. 서리풀공원과 몽마르뜨공원, 그리고 서리골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2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방배역 4번 출구를 나오면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이자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을 모시고 있는 청권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서리풀공원이 시작된다. 야트막한 산으로 약 2㎞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도심 속에서 자연의 정취를 한가득 느낄 수 있는 산책로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방배동과 서초동 사이에서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과 만나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가롭게 숲속을 걷다 보면 어느 새 서리풀다리와 만나게 된다. 이 다리를 건너면 몽마르뜨공원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아까시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었다. 그러나 2000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반포 지역의 원활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배수지 공사를 시행함에 따라 서초구와 서울특별시의 협의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 제공하고자 배수지 위에 공원을 조성하게 됐다. '몽마르뜨'라는 이름은 인근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마을 진입로를 몽마르뜨길로 부르고 있는 것에서 유래했다.




대검찰청과 대법원 뒤에 있는 이 자그마한 공원은 하늘공원의 축소판처럼 탁 트인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서초의 명소다. 평일에도 운동을 즐기는 주민은 물론 잔디밭에 앉아 자연을 즐기는 가족들과 놀러온 학생들을 볼 수 있다. 곳곳에서 뛰노는 토끼는 몽마르뜨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다.


몽마르뜨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즐긴 뒤 다시 산책을 이어간다. 서리골공원으로 이어지는 누에다리는 서초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로 유명하다. 조선시대에 이 일대에 양잠기관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있었던 점에서 착안해 제작됐다. 누에를 형상화한 독특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을 지나 서리골공원을 걸어 내려가면 서리풀길 산책은 끝나게 된다.


◆ 서래마을·방배사이길 등 즐길 거리도


서리풀길 주변에는 즐길 거리도 다양하게 있다. 몽마르뜨공원 인근에 있는 서래마을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프랑스 가정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부터 유럽 분위기의 상점들이 곳곳에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목할만한 동네도 있다. 방배동 42길에 있는 방배사이길이다. 방배동 카페골목과 서래마을 사이에 위치한 방배사이길은 최근 수제품 공방들과 아트 갤러리들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작고 섬세한 인테리어 소품부터 특이한 디자인의 식기, 그리고 빈티지한 액세서리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골목 사이사이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카페와 빵집도 또 다른 즐길 거리다. 매달 두 번째 토요일에는 이곳에 모인 가게들이 함께 참여하는 소규모 마켓 '사이데이 마켓'이 열린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남부터미널역 - 보다 가까이서 느끼는 예술의 향기, 예술의전당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예술의전당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전당은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 예술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클래식과 오페라 공연,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 그리고 미술 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1년 내내 펼쳐진다. 멀게만 느껴지는 예술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오페라부터 미술관까지 다양한 공간


예술의전당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부족한 문화예술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건립됐다. 서초동과 방배동, 양재동을 감싸 안고 있는 우면산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 내려 셔틀버스 또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예술의전당 앞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은 복합문화센터답게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오페라하우스다. 1993년에 개관한 오페라하우스는 갓머리를 상징하는 독특한 모양으로 예술의전당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곳에는 오페라와 발레 전용 공연장인 오페라극장과 뮤지컬, 연극 등이 주로 열리는 CJ 토월극장, 소규모 실험 공연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소극장이 들어서 있다.


오페라하우스와 짝을 이뤄 서있는 음악당은 1998년 예술의전당 개관 당시 함께 들어선 정통 콘서트 연주장이다. 국내 연주자들이 사랑하는 연주 공간이자 세계적 연주자들의 주요 초청공연의 장으로 예술의전당을 대표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콘서트 전용 연주장인 콘서트홀, 실내악 전용 연주홀인 IBK챔버홀, 젊은 연주자와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음악인이 주로 무대에 오르는 리사이틀홀 등이 이곳에 있다.


예술의전당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미술 전시다. 한가람미술관과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다양한 미술 전시를 만날 수 있다. 1990년 개관한 한가람미술관은 오페라당 전면 왼쪽 날개에 위치해 있다. 현대미술 중심의 전시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으며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시장을 열어 직장인도 손쉽게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페라당 전면 오른쪽 날개에 있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2002년 개관한 조형 예술 전문 미술관이다. 2층과 3층은 예술자료원으로 국내·외 방대한 문화예술 정보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 유일의 서예 박물관인 서울서예박물관, 관객 편의를 위해 한가람미술관과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사이 광장 지층에 조성한 비타민스테이션, 예술의전당을 홍보하는 '@700' 등이 예술의전당과 함께 하고 있다. 세계음악분수가 자리한 음악광장, 다양한 공연, 전시가 열리는 계단광장과 신세계스퀘어 등 야외공간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예술의전당의 명소다.


◆ 대한민국발레축제·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 展


다양한 공간을 갖춘 만큼 예술의전당에서는 1년 내내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열린다. 또한 예술의전당도 직접 공연과 전시를 기획해 보다 많은 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는 제6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열린다.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와 예술의전당이 함께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발레'를 모토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가족, 연인, 친구끼리, 혹은 혼자 관람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레퍼토리로 축제를 구성했다. 해외 안무가들과 한국 발레 무용수가 함께 하는 '해외안무가 초청공연', 차세대 젊은 무용수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해외콩쿠르 수상자 초청공연', 한국 3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의 명품 프로그램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서울발레시어터가 준비한 공연 '올 댓 발레'는 야외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오는 28일부터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전을 개최한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전시다. 전 세계 단일 미술관으로는 유일하게 프리다와 디에고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멕시코 돌로레스 올메도 미술관의 국보급 대표 소장 작품들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는 오는 8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 허밍웨이 지나 한강까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어느덧 5월이다. 화사한 꽃이 진 자리에 푸르른 잎이 자라나 녹음이 우거지는 때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지금 몸과 마음은 자꾸만 밖을 향하게 된다. 먼지 가득한 방구석에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 좋은 때가 온 것이다.


서울에서 산책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한강이다.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일상의 답답함이 조금은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중에서도 한강반포공원으로 걸어가는 길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서울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을 시작으로 반포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소개한다.



◆ 기분 좋게 걷기 좋은 허밍웨이


고속터미널역 5번 출구를 나오면 한강으로 이어지는 반포천을 따라있는 작은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과거 반포천 제방길로 고속터미널역에서 동작역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현재는 '허밍웨이(humming way)'라는 이름의 산책로로 조성돼 인근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콧노래가 나오는 쾌적한 길'이라는 뜻이다. 2010년에는 서울시의 여성행복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여성이 행복한 길'로 인증을 받았다.


허밍웨이의 가장 큰 매력은 길 양옆으로 서있는 나무들이다. 한낮에도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줘 쾌적한 산책을 즐기게 해준다. 도보자 중심의 길로 큰 방해물 없이 편안하게 산책을 할 수 있다. 도심 속에서 숨겨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 도심 속 여유, 서래섬과 세빛섬


30여분을 걷다 보면 지하철 4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동작역에 다다르게 된다. 동작역 1번 출구를 지나면 한강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왼편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을 내려오면 한강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동작대교 밑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걸으면 서래섬과 세빛섬을 만나게 된다. 서래섬은 1982년 한강 종합개발을 하면서 조성한 인공섬이다. 갈대밭, 화훼단지, 그리고 수상스키장이 있으며 봄에는 유채꽃 축제가, 가을에는 메밀꽃 축제가 열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잔디밭에 들어선 흔들의자에 앉아 한강과 서울을 바라보며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서래섬을 지나면 또 다른 인공섬인 세빛섬과 만날 수 있다. 서래섬이 자연의 분위기를 간직한 모습으로 완성됐다면 세빛섬은 최첨단의 기술로 태어난 곳으로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2006년 서울 시민 김은성 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세빛섬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9월 현재의 이름으로 개장해 레스토랑,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책을 하다 지쳤다면 이곳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반포대교 수놓는 달빛무지개분수


반포한강공원에는 서래섬, 세빛섬 외에도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반포대교의 달빛무지개분수다. 2007년 가동을 시작한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는 총 길이 1140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분수로 등재돼 있다.


낮에는 떨어지는 물결의 모양에 따라 버들가지와 버들잎 등 100여 가지의 다양한 모습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밤에는 조명을 활용해 형형색색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여준다. 4월부터 6월까지는 평일 오후 12시, 오후 8시, 오후 8시30분, 오후 9시에 분수가 작동하며 휴일에는 오후 7시30분에 한 번 더 분수를 만날 수 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독거노인에게 건강과 온정을, 매일유업 우유배달소 김태용 소장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모두가 잠든 새벽,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매일유업의 우유배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용(48) 소장도 그 중 하나다. 매일 아침 신선한 상태의 우유를 집앞까지 전달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또한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무료로 우유를 배달하며 따뜻한 마음도 함께 전하고 있다.


우유배달소 직원들의 하루는 매일 자정 무렵부터 시작된다. 전날 배달소에 도착한 우유를 챙긴 우유 배달부들은 빠르면 새벽 3시부터 배달에 나선다. 신선한 상태에서 우유를 집까지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김태용 소장도 자정 무렵부터 배달소에 나와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배달 명단을 체크하고 새로 배달해야 하는 집들도 확인하며 새벽을 맞이한다. 우유배달소 소장이 우유를 배달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우유배달원으로 시작해 배달소 소장이 된 김태용 소장은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우유 배달을 함께 하고 있다. 새벽 5시부터는 오토바이에 우유를 싣고 배달을 한다.


김태용 소장은 "우유 배달은 정직한 사업"이라고 말한다. 갑작스런 '대박'이 터질 일도 없지만 꾸준히 투자하고 노력하면 그만큼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뜻에서다.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등이 많이 드는 만큼 쉽지 않은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유 배달은 고된 일이다. 김태용 소장은 "모두가 잠잘 때 나와서 일하니까 아무래도 힘이 든다"고 말했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김태용 소장이 평균적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3시 사이다. 배달이 끝난 뒤에도 배달소 업무를 봐야 하기에 아무래도 생활 리듬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배달원의 상황도 비슷하다. 새벽 일찍 배달을 마치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김태용 소장도 처음 우유 배달을 할 때는 다른 직업과 함께 '투잡'으로 소화했다.


배달 자체도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많다. 특히 김태용 소장이 맡고 있는 강북구와 성북구 지역은 고지대가 많아 배달하는 데 체력 소모도 심하다. 또한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 추위 때문에 우유를 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김태용 소장은 이른 새벽부터 우유를 배달하는 일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생각에서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을 위해 우유를 무료로 배달하는 나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그 시작은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옥수중앙교회에서 2003년부터 진행해온 독거노인 우유 배달 사업이다. 노인들의 고독사 방지를 위해 기획한 나눔 활동이다. 당시 성동구 지역에서 우유 배달을 담당했던 김태용 소장은 옥수중앙교회와의 인연을 통해 독거노인에게 우유 배달을 시작했다. 여기에 매일유업과 골드만삭스 등이 좋은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해 현재는 광진구와 강북구, 성북구까지 배달 지역을 확대해 나눔 활동을 진행 중이다.


김태용 소장은 "노령화 사회에서 고독사는 민감한 문제지만 이를 막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우유 배달도 그런 시스템의 일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노인의 경우 유당 분해 능력이 부족해 우유 섭취가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우유 배달은 유당을 제거해 소화가 잘 되게 만든 우유로 진행하고 있다. 김태용 소장은 "다른 우유보다 가격이 있는 편이지만 어르신들이 우유를 잘 드시고 건강해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달하고 있다"며 웃었다.


"어르신들과 자주 통화도 합니다. 가끔은 우유값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무료로 드셔도 괜찮다고 안심 시켜드리기도 해요.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사업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우유를 잘 먹고 잘 크길 바라는 마음과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달을 하고요.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생각이 크죠."


매일유업과 옥수중앙교회, 골드만삭스가 함께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는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우유 배달은 앞으로도 그 영역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김태용 소장은 "예산을 확충해 사업을 확장해갈 계획"이라며 "영세한 지역을 중심으로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우유 배달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 한류스타거리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미국 할리우드에 '명예의 거리'가 있고 홍콩에 '스타의 거리'가 있다면 서울 강남에는 '한류스타거리(K Star ROAD)'가 있다. 2004년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 논현동 일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한류스타거리는 한류 스타들이 즐겨 찾는 매장과 음식점, 그리고 이들을 배출한 연예 기획사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테마 공간으로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강남하면 떠오르는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다.


◆ 한류스타거리의 상징, 강남돌


한류스타거리는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구역은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 앞 갤러리아 백화점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청담동 지역이다. 이곳에는 한류스타거리의 상징과도 같은 아트토이 '강남돌(GangnamDol)'이 세워져 있다. 한류스타거리를 안내하는 이정표이자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상징으로 만들어진 공공예술 작품이다.


현재 한류스타거리에는 총 18개의 강남돌이 들어서 있다. 강남구를 뜻한 대표강남돌을 시작으로 소녀시대·엑소·미쓰에이·씨엔블루·동방신기·포미닛·슈퍼주니어·2PM·FT아일랜드·샤이니·방탄소년단·빅스·블락비·인피니트·카라·B1A4·AOA 등을 형상화한 아트토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디자인으로 아이돌 그룹 특유의 매력을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압구정로데오역 7번 출구 앞에는 '강남돌 하우스'도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한류스타거리에 대한 다양한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미니 피규어와 마그넷 등의 강남돌을 소재로 한 기념품도 판매한다.


◆ 아이돌의 본거지, 유명 연예 기획사


강남돌을 따라 압구정로를 걷다 보면 아이돌의 탄생지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대형 연예 기획사다. 청담동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그리고 FNC엔터테인먼트의 사옥 앞은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국내외 팬들로 늘 북적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부터 레스토랑 SMT SEOUL(에스엠티 서울,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5-24)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전 세계 음식을 스몰디시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펜트하우스로 구성돼 있다. 목요일부터 토요일 밤 10시 이후에는 DJ를 초청해 파티를 할 수 있는 라운지로 변신한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홀로그램 영상도 볼 수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9길 41)와 FNC엔터테인먼트(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85길 46)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이곳에는 연예인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고자 하는 팬들이 늘 모여 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한류 아이돌 스타들의 인기만큼은 충분히 실감할 있는 곳이다.



◆ 연예인이 즐겨 찾는 명소들


한류스타거리의 또 다른 볼거리는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들이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럭셔리한 숍부터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그리고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 가게 등이 한류스타거리 곳곳에 숨겨져 있다.


물론 이곳에 화려한 가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18년 동안 전통을 이어온 백반집 청담골(서울 강남구 선릉로1길 48)은 배용준의 단골집이자 인기 아이돌 그룹이 편하게 찾는 일명 '아이돌 급식소'로 소문난 곳이다. 방송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강남구에서 운영하는 한류스타거리 홈페이지에 가면 한류스타거리의 인기 가게들과 이곳을 즐겨 찾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강남서 찾아가는 역사 탐방…선정릉·봉은사·광평대군 묘역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서울에서 가장 현대적인 곳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강남을 이야기할 것이다. 과거 논과 밭으로 가득했던 강남은 1960년대 후반 개발 사업을 통해 재정비되면서 지금과 같은 고층건물이 즐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모인 곳이자 연예 사업의 메카이며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강남은 서울이 지닌 대표적인 얼굴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현대적인 강남에서도 역사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장소가 곳곳에 있으니까 말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릉과 정릉(선정릉), 신라 시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도심 속 고찰 봉은사, 그리고 아파트 단지 속에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광평대군 묘역이 그렇다. 강남의 또 다른 모습이 이곳에 있다.


◆ 선정릉, 도심 속에서 느끼는 여유


선정릉(서울 강남구 선릉로 100길 1)의 정식 명칭은 '서울 선릉과 정릉'이다. 조선 제9대 왕인 성종과 왕비 정현왕후 윤씨를 모시고 있는 선릉, 그리고 성종과 정현왕후의 아들로 태어난 조선 제11대 왕 중종을 모시고 있는 정릉을 합친 이름이다. 지하철 9호선과 분당선이 지나가는 선정릉역, 혹은 지하철 2호선과 분당역이 만나는 선릉역에서 걸어가면 찾아갈 수 있다.


매표소를 들어서 왼쪽으로 가면 먼저 선릉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능침을 조성한 '동원이강릉(同園異岡陵)' 형태로 조성된 이곳에는 왼쪽 언덕에 성종이, 오른쪽 언덕에 정현왕후가 잠들어 있다. 그 맞은편에는 중종을 모시고 있는 정릉이 있다. 정릉은 역사적인 아픔이 깃든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능이 파헤치고 재궁이 불태워지는 등 수난을 겪었다. 능 주변에 서있는 문인석과 무인석이 검게 그을린 모습이 당시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선정릉은 2009년 유네스코로부터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IT 기업들이 밀집한 테헤란로 인근에 위치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관람시간: 2월~10월 오전 6시~오후9시, 11월~1월 오전 6시30분~오후 9시, 입장료: 만 25세~만 64세 1000원, 매주 월요일 휴일)


◆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 봉은사


코엑스로 유명한 삼성동에는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이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파로 조계사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사찰인 봉은사(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531)다.


봉은사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 전인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회국사가 창건한 봉은사는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 잠시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명종대에 문정왕후와 보우스님이 불교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왔다. 또한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을 배출하면서 역사에 큰 흔적을 남겼다.


봉은사는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한 고즈넉한 사찰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불교 신자들은 물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판전에서는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을 만날 수 있다. 높이 23m로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미륵대불은 봉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봉은사는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와 템플라이프 등을 진행한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와 9호선 삼성중앙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찾아갈 수 있다.


◆ 강남의 숨겨진 역사 명소, 광평대군 묘역


도심에서 벗어나 양재천을 건너 수서동으로 가면 또 하나의 숨겨진 역사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바로 옆에 있는 광평대군 묘역(서울 강남구 광평로31길 20)이다.


지하철 3호선 일원역 2번 출구를 나와 아파트 단지를 지나 걸어가면 높게 자란 소나무와 함께 드넓게 펼쳐진 묘역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과 그의 부인인 영가부부인 신씨, 그리고 태조의 아들인 무안대군 방번, 광평대군의 아들인 영순군 등 700여기의 묘소가 모인 곳이다. 정식 명칭은 '전주이씨광평대군파묘역'이다.


이곳은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 남아 있는 왕손의 묘역 중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분묘와 비석, 부속물 등도 중요한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강남의 숨겨진 역사적 흔적을 만나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다만 전주 이씨 문중에서 관리하는 곳인 만큼 떠들썩하게 관람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6호선 한강진역 -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삼성미술관 리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이태원은 묘한 동네다. 서울 같으면서도 서울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살아 숨쉬는 다국적 문화와 함께 부와 예술이 뒤섞여 있는 이곳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안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네 중 하나다.


수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이태원을 지난 10년동안 지켜온 '예술의 명소'가 있다. 바로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6호선 한강진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은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유명 미술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곳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유리구슬로 만들어진 탑 모양의 조각물이 우리를 반긴다. 인도 태생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인 '큰 나무와 눈'이다. 작품에 빼앗긴 시선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면 각기 다른 양식으로 만들어진 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색적인 건축물의 조합이 삼성미술관 리움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2004년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세계적인 3명의 건축가가 만든 건축물로 화제를 모았다.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뮤지엄1'은 스위스 출신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테라코타 벽돌로 만들어진 뮤지엄1은 한국의 도자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다.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전시관의 특징을 건물 외양으로 표현한 것이다.


뮤지엄1과 나란히 서있는 '뮤지엄2'는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이다. 다양한 크기의 직육면체 큐브를 사용해 만든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다. 현대미술 전시관답게 건축 양식도 추상적이다. 여기에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렘 쿨하스가 만든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가 삼성미술관 리움을 구성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의 고전 작품과 전 세계의 현대미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처럼 체계적으로 분류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대신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번에 확인하는데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소장품 또한 국내 정상급 미술관답게 놀라운 목록을 자랑한다.


'뮤지엄1'에서는 청자와 분청사기, 고서화와 불교미술, 금속공예 등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분청사기, 무늬에 깃든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분청사기 특별전을 3층에서 열고 있다. 7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를 통해 다양한 분청사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김홍도, 정선 등의 고서화와 다양한 불교 예술 등이 이곳의 볼거리다.


'뮤지엄2'에서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동서교감'이라는 테마로 구성된 전시관은 김환기, 윤형근 등 국내 작가와 마크 로스코 등 해외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전시해 동시대적인 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애드 라인하르트, 로니 혼, 데미안 허스트, 장-미셀 바스키아, 앤디 워홀, 백남준 등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스기모토 히로시, 장샤오강, 수보드 굽타 등 아시아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추상적인 작품들로 현대 미술의 현재를 엿볼 수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전시뿐만 아니라 국내 신진 아티스트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오는 5월 12일부터 열리는 기획전시 '아트스펙트럼 2016'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현대미술 큐레이터와 외부 추천위원이 함께 선정한 신예 작가 10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04년 개관 이후 삼성미술관 리움은 국내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관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소장품의 규모 면에서 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술관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라도 이곳에 전시돼 있는 독특한 작품들을 보고 있다 보면 미술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이나마 생길 것이다. 미술관 관람을 마친 뒤에는 인근에 있는 경리단길을 걸으며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이태원이 지닌 매력을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봄꽃 여행, 지하철 타고 떠나자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봄을 시샘하듯 찾아온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비로소 진짜 봄이 시작됐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나무들도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로 시작하는 봄꽃의 향연은 목련, 매화, 그리고 벚꽃으로 이어지며 3월의 마지막과 4월의 시작을 화려하게 수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에 한번씩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꽃은 사람들을 변함없이 설레게 만든다. 꽃의 아름다움에 취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자연의 신비로움 속에서 잠시나마 멈춰 쉴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꽃은 만인에게 공평하다. 누구나 가까이에서 꽃을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봄꽃 명소를 정리했다.


응봉산 개나리 축제


여의도 벚꽃 축제


◆ 북적거리기에 신나는 축제


봄꽃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봄꽃 축제다. 올해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봄꽃 축제가 열린다.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 한강과 마주하고 서있는 응봉산은 개나리의 명소로 유명하다. 봄이면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가 산을 가득 메우며 진풍경을 연출한다. 개나리의 개화를 맞이해 응봉산 일대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3일 동안 '제19회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열린다. 산상콘서트, 봄맞이 시 낭공 콘서트, 개나리 음악회, 백일장과 그림 그리기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지하철 중앙선 응봉역에서 내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여의도에서 매년 열리는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 중 하나다. 올해 행사는 다음달 4일부터 10일까지 국회의사당 뒤 윤중로 일대에서 열린다. 봄꽃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벚꽃은 물론 개나리·진달래·철쭉·조팝나무·말발도리 등 총 13종 8만7859주의 봄꽃이 만개해 화려한 봄의 향연을 펼친다. 다양한 거리 행사와 퍼레이드도 마련돼 있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지하철 2·9호선이 만나는 당산역에서 내리면 된다.


서대문구 안산


서서울호수공원


◆ 꽃과 함께 즐기는 한적한 여유


사람들로 붐비는 봄꽃 축제가 부담스럽다면 한적한 봄꽃 명소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 4호선과 9호선이 만나는 동작역 인근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은 숨겨진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수양버들처럼 흐드러지게 핀 수양벚꽃을 만날 수 있다. 축 늘어진 가지를 화려하게 수놓은 벚꽃들이 마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 보인다. 현충원에서는 벚꽃 개화를 맞이해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2016년도 수양벚꽃과 함께하는 열린 현충원 행사'를 개최한다.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봄꽃 명소 중 하나다. 특히 서대문구청 근처 안산과 홍제천이 만나는 곳에 있는 연희숲속쉼터는 벚꽃 외에도 다채로운 꽃을 만날 수 있다. 안산을 둘러싸고 있는 자락길을 산책하는 것도 봄꽃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과 홍제역, 2호선 신촌역을 통해 안산에 오를 수 있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은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공원이자 또 하나의 숨겨진 봄꽃 명소다. 옛 신월정수장을 공원으로 조성해 물과 재생을 테마로 한 친환경공원이다.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핀 왕벚나무 꽃이 인상적이다. 인근 김포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호수 위를 지나갈 때면 소리분수가 자동으로 가동돼 어린이들이 즐기기 좋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다니는 까치산역 4번 출구에서 652번 버스를 타면 찾아갈 수 있다.



불광천변


경의선숲길


◆ 동네에서 만나는 봄꽃


봄꽃을 보기 위해서 멀리까지 나갈 필요는 없다. 동네 가까운 곳에도 봄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6호선 DMC역에서 응암역까지 이어지는 불광천변은 봄꽃을 보며 산책과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중앙선 응봉역에서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까지 이어지는 중랑천변에서는 벚꽃과 창포꽃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에 있는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 주변의 벚꽃길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올해 새롭게 생겨난 봄꽃 명소도 있다. 지하철 6호선과 공항철도가 만나는 공덕역에서 지하철 6호선 대흥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숲길도 그중 하나다. 과거 경의선이 다녔던 철로를 공원으로 꾸민 길로 벚꽃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경의선숲길은 현재 공덕역과 대흥역 구간, 그리고 홍대입구역에서 연남동에 이르는 구간이 개방된 상태다. 전 구간이 개방된다면 봄철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호선 향천향교역 인근에 있는 양천로47길은 벚꽃과 개나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봄꽃길이다. 근처에 겸재정선미술관도 있어 봄나들이를 즐기기에 좋다. 지하철 5호선 방화역에서 방화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금낭화로도 벚꽃을 조성해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 곳곳에 있는 봄꽃길을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스토리 in 서울'의 '서울, 봄꽃으로 물들다!' 페이지에 가면 도심 곳곳에 감춰져 있는 봄꽃 명소와 봄꽃길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홍제역 - 지구의 시작부터 멸망까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지구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 그리고 생물의 멸종은 신비로우면서도 경이롭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다. 바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4번 출구에서 7738번 버스를 타고 13분 정도를 이동하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다. 2003년 7월 개관한 이곳은 지방 자치 단체에서 직접 계획하고 만든 국내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으로 연평균 3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화석을 비롯한 2000여점의 전시품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을 들어서면 9200만년 전 백악기에 살았던 육식공룡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화석이 관람객을 반긴다. 크기 9m에 달하는 웅장하고 압도적인 공룡의 위용이 지금 바로 이곳이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전기 백악기에 살았던 익룡 투푹수아라와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익룡 프테라노돈의 화석도 만날 수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자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적인 흐름에 맞춰 시간적·공간적 순서에 따라 전시가 구성돼 있다. 3층에 있는 '지구환경관'을 시작으로 2층의 '생명진화관', 1층의 '인간과 자연관'의 순서로 관람을 하면 된다.




'지구환경관'에는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지질학적 정보와 전시물이 모아져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걸쳐 배우게 되는 과학 지식을 한자리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지구는 물론 30억년 한반도의 역사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생명진화관'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전시관이다. 생명의 탄생부터 고대의 삼엽충, 중생대의 공룡, 그리고 신생대의 인류에 이르는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양한 화석은 물론 입체적인 디오라마 형식의 전시물로 생명의 역사를 보다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마지막 전시관인 '인간과 자연관'에서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자연사를 보여준다. 환경보존의 중요성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그리고 멸종위기의 야생식물 등을 통해 앞으로의 지구의 자연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어갈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기획전과 특별전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기획전은 여름방학인 7월에 시작해 그 다음해 2월까지 이어진다. 가장 최근에는 외계 생명체를 주제로 한 '아 위 얼론?-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전시가 열렸다. 올해는 생물의 이동을 주제로 한 전시를 준비 중으로 오는 7월 선보일 계획이다. 기획전에 앞서 두 차례 정도 특별전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 말에는 '지지배배 새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동요나 동화에 나오는 새 이야기를 전시할 예정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박물관교실, 체험교실, 박물관투어, 단체교실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강연 프로그램 '세상과 통하는 과학이야기'도 있다. 현재는 '2015 올해의 과학책을 읽다'라는 주제로 '인터스텔라의 과학'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등의 책에 대한 강연을 지난 10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진행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우주부터 공룡까지 다양한 과학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그러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멸종'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이정모 관장은 "우리가 자연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멸종"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지구의 역사 속에서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현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누군가는 그 원인을 지구온난화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진짜 원인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라는 것이 이정모 관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정모 관장은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리 생태계를 이루는 다른 생명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46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역사 속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온 것은 고작 20만년에 불과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나서는 순간 아주 잠시나마 우리가 서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3호선 독립문역 <1> 아픈 역사의 흔적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역사는 기록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숨겨진 과거를 찾아 기록하고 또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251)은 그런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독립문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1897년 세워진 독립문을 중심으로 한 서대문독립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지하철역 출구를 나와 공원 안으로 조금만 걸어오면 TV나 영화, 신문 등에서 자주 본 익숙한 빨간 담벼락을 만날 수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08년 10월 21일 경성감옥으로 개소해 이후 서대문형무소와 서울교도소, 서울구치소 등으로 불리며 80여년 동안 감옥으로 운영된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국인에 대한 억압과 처벌의 장소로 이용됐으며, 광복 이후에는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수감돼 고난을 치렀던 곳이다. 1988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으며 1998년 현재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감옥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관을 시작으로 옥사와 사형장까지 관람로를 구성해 역사적 의미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꾸민 점도 인상적이다.


좁은 입구를 들어서면 과거 보안과 청사로 쓰인 전시관과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서대문형무소의 역사,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해방 이후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전시돼 있다. 전시실 지하에는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벌인 고문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하고문실'이 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문이지만 그럼에도 그 잔혹한 실상에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다.



전시관을 나오면 중앙사와 옥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사는 간수들이 머물며 수감자들을 감시했던 곳이며 옥사는 수감자들이 갇혀 지낸 곳이다.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판옵팁콘(panopticon) 형태로 만들어진 옥사를 걷다 보면 감시와 통제가 얼마나 위압적인 폭력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독립운동가들의 넋이 깃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시련을 겪은 곳이라는 점에서도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11옥사에서 민주화 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고(故) 리영희 교수를 비롯해 김근태, 이소선 등 고인들과 그리고 백기완, 시인 고은 등 한국 현대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1옥사를 나오면 수감자들이 14시간 가까이 노역을 한 공작사와 수감자의 운동시설인 격벽장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장과 시체를 외부로 몰래 반출한 시구문과 만나게 된다. 섬뜩한 모습 그대로 남겨져 있는 사형장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마지막 관람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갇혀 지낸 여옥사다. 1979년 철거된 건물을 원형대로 복원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폭압적인 식민지배와 여성차별에 맞서 싸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역사관 전체를 관람하는데는 1~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이곳에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깊이 남아 있다. 관람을 마치고 역사관 밖을 나서면 처음 만난 빨간 담벼락이 새삼 새롭게 보인다. 평범한 담벼락처럼 보였던 이 벽도 사실은 권력의 폭압을 감추기 위한 벽이었던 것이다. 역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들의 죽음과 희생으로 만들어졌음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증명한다.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251)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3월~10월), 오전9시30분~오후 5시(11월~2월), 매주 월요일(공휴일일 경우는 그 다음날),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 경로우대자·6세 이하 유아·장애인·국가보훈대상자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