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NATION

'영화관/짧은 영화글'에 해당되는 글 524건

  1. '반짝이는 박수 소리',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반짝이는' 삶
  2. 몽타주 (정근섭 감독, 2013)
  3. 환상속의 그대 (강진아 감독, 2013)
  4. 노리개 (최승호 감독, 2013)
  5. 공정사회 (Azooma / 이지승 감독, 2013)
  6. 분노의 윤리학 (박명랑 감독, 2013)
  7. 라스트 스탠드 (The Last Stand / 김지운 감독, 2013)
  8. 박수건달 (조진규 감독, 2013)
  9. 타워 (김지훈 감독, 2012)
  10. 반창꼬 (정기훈 감독, 2012)
  11. 나의 PS 파트너 (변성현 감독, 2012)
  12. 자칼이 온다 (배형준 감독, 2012)
  13. 복숭아나무 (구혜선 감독, 2011)
  14. 용의자X (방은진 감독, 2012)
  15.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 팀 버튼 감독, 2012)
  16. 링컨: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2012)
  17. 577 프로젝트 (이근우 감독, 2012)
  18.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김동원 감독, 2012)
  19. 다크 나이트 라이즈 (Dark Knight Rises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2)
  20.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우디 앨런 감독, 2011)
  21. 5백만불의 사나이 (A Millionaire on the Run / 김익로 감독, 2012)
  22. 두 개의 달 (김동빈 감독, 2012)
  23.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 홍상수 감독, 2012)
  24.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 리들리 스콧 감독, 2012)
  25. 차형사 (신태라 감독, 2012)

'반짝이는 박수 소리',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반짝이는' 삶

영화관/짧은 영화글


장애를 지닌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에게 쉽게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드리운다. 이러한 태도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자주 다루는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감독 이길보라)는 장애를 지닌 이들의 세상도 그렇지 않은 이들의 세상만큼 완벽하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길보라 감독은 청각 장애를 지닌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이길보라 감독은 어릴 적부터 부모의 '들리지 않는 세상'과 이들 바깥의 '들리는 세상' 사이에서 남들과는 다른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자라났다. 두 세상 사이의 간극 사이에서 이길보라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장애를 '들리는 세상'에 설명해야만 했다. 때로는 부모의 통역사 역할까지 맡으면서 남들보다 빨리 어른의 세계를 마주하기도 했다. 



영화의 출발은 바로 부모의 '들리지 않는 세상'을 세상에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길보라 감독은 부모의 첫 만남부터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과 남동생이 태어난 뒤 가족이 겪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는 카메라 앞에서 입술이 아닌 손으로 자신들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귀가 들리지 않기에 더욱 힘겹게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부터 IMF와 함께 찾아왔던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과정 등 한 가족의 소박한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의 이야기는 '들리는 세상'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이상 부모의 세상을 설명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 순간 이길보라 감독은 카메라의 방향을 부모가 아닌 자신과 남동생을 향해 튼다.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인도 여행을 떠난 감독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대안 학교를 선택해 부모의 곁을 떠났던 동생의 이야기에는 이 두 가지 세상 사이의 간극을 견뎌내지 못한 아이들의 속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길보라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부모를 바라봄으로써 이 두 가지 세계가 다를 것이 없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두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온 나는 잘 알고 있다.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세계는 그렇게 반짝인다는 것을"이라는 감독의 고백에는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이 담겨 있다. 삶은 장애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사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감동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몽타주 (정근섭 감독, 2013)

영화관/짧은 영화글


<몽타주>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영화가 취한 내러티브 구조를 언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결정적인 스포일러라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스릴러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 점은 단점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취한 트릭이 서사 전반에 녹아들지 못하고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된 점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흥미로운 구석도 있다. 편집의 리듬감을 잘 살린 초반부의 시퀀스가 특히 인상적이다. 엄정화, 김상경, 송영창 세 배우의 연기도 자칫 무너지기 쉬운 영화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환상속의 그대 (강진아 감독, 2013)

영화관/짧은 영화글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리고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이를 다큐멘터리적 접근으로 다룬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남겨진 자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그 상처의 깊이를 헤아리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강진아 감독의 <환상속의 그대>는 관객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남겨진 이들의 마음에 다가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영화는 차경의 죽음으로 삶이 잠식된 두 남녀 혁근과 기옥의 마음 깊은 곳을 시적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상실의 아픔의 크기를 관객들도 체감하길 바라는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만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서사적인 완결성을 일정 부분 포기한 점은 아쉽다. 때때로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 상태가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노리개 (최승호 감독, 2013)

영화관/짧은 영화글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패기는 좋다. 그러나 이 소재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건지가 불분명하다. 상식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재판 과정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언론 및 권력층과 연예 기획사 사이의 모종의 관계를 파헤치려는 것인지 그 태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여검사의 과거를 언급하는 것도 괜한 사족처럼 느껴진다. 연예계의 추악함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이랄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공정사회 (Azooma / 이지승 감독, 2013)

영화관/짧은 영화글



“아줌마는 그냥 가만히 계세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성폭행 당한 딸 때문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엄마는 법과 절차만을 내세우는 형사와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별거 중인 남편으로 더 큰 고통을 경험한다. 엄마는 속이 상하지만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그런 그녀를 ‘아줌마’라고 부르며 무시할 뿐이다. 선택은 하나. 엄마 스스로가 법이 되는 것이다. <공정사회>는 아동 성폭행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세심하게 다루려는 태도가 눈에 띄는 영화다. 영화는 아동 성폭행을 소재주의로만 섣불리 이용하려 하지 않는 대신 한 사건을 둘러싼 사회의 반응으로 관객의 시선을 돌리고자 한다. 때로는 덜컹거리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묵묵히 풀어나가는 뚝심이 인상적이다. 저예산답게 많은 부분을 배우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장영남의 열연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씁쓸하게 남는 여운을 선사한다. 


분노의 윤리학 (박명랑 감독,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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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감 숏으로 담아낸 오프닝 시퀀스는 색다른 영화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각 인물들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엮이는 플롯도 그런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그러나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나머지 영화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는 방식에서 한번쯤은 허를 찌르는 전개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인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빚어지는 시너지 효과도 약한 편이다. 잔혹한 부조리극인 만큼 조금 더 세게 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라스트 스탠드 (The Last Stand / 김지운 감독, 2013)

영화관/짧은 영화글


흥행 결과가 항상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다른 정서를 지닌 미국 박스오피스 결과는 더욱 그렇다. 비록 북미 지역 흥행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라스트 스탠드>는 허투루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프로페셔널한 FBI 요원과 국경 마을의 보안관, 거침없이 질주하는 튜닝 슈퍼카와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한 동네 등 대립 구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는 물론, 할리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만든 총격 신과 옥수수 밭에서의 카 체이스 장면은 볼거리로서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라스트 스탠드>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 복귀작으로 반갑다. 얼굴 가득 주름을 드러낸 그가 지친 몸을 이끌고 악당과 맞서 싸울 때, 어느 순간 그를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박수건달 (조진규 감독,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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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기대했다면 눈물을 흘리고 나갈 것이다. 코미디로 시작하는 <박수건달>은 일련의 소동극을 거쳐 예상 밖의 감동으로 끝을 내린다. 2001년 <조폭 마누라>로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조진규 감독은 그로부터 10여년 만에 선보이는 <박수건달>로 조폭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의 결합을 통해 장르적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예상대로 두 장르는 영화 속에서 어긋난 조합을 보이지만 영화는 디테일을 버리고 대신 헐겁게나마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 집중한다. 영화적 완성도를 포기하는 대신 대중적인 재미와 감동을 선택하는 연출 방식이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박수건달>은 잘 보여준다. 무조건 두 손 들고 반기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박신양과 아역배우 윤송이가 등장하는 순간만큼은 스크린 속에 빠져들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가슴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박신양의 말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타워 (김지훈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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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는 한 마디로 재난영화 클리셰의 총집합이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 구조는 물론 재난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까지 모든 것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을 자아낸다. 문어체 같은 딱딱한 대사들과 감정선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 만나 빚어지는 불균형은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 전형적인 캐릭터 설정도 눈에 밟힌다. 재난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타워>에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럼에도 재난의 스펙터클로 관객의 눈길을 끄는 영화인만큼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한 연출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 같다. 


반창꼬 (정기훈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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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직업을 지닌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랑에 빠진다. 신파가 되기 쉬운 이야기를 비교적 깔끔하게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고수, 한효주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조연진의 감초 연기도 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살아 있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연말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다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호흡이 쳐진다. 두 번의 긴급 출동 신 중 하나 정도는 덜어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90년대 트렌디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결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웃음, 눈물, 감동이 모두 영화 속에 적당히 버무려져 있다. 하지만 완성도까지 적당한 수준에 그친 건 좀 아쉽다. 


나의 PS 파트너 (변성현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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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다 빤하죠. 만나고 설레고 헤어지고 아프고 그리고 다시 만나고. 그런 빤한 사랑 노래는 싫어요.” 영화 속 대사처럼 <나의 PS 파트너>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익숙한 사랑 이야기다. 아니, 정확히는 ‘사랑’보다 ‘연애’에 초점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다. 전화 한 통으로 엮인 두 남녀의 이야기는 연애 관계에서 있을 법한 상황들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빤한 이야기를 그나마 신선하게 만드는 것은 성에 대한 솔직한 대사들. 하지만 솔직함과 음담패설의 경계를 오가는 몇몇 장면들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연말에 즐길 데이트 무비를 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자칼이 온다 (배형준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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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와 여자 킬러의 만남이라니. 설정부터 머릿속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조합이었다. 이를 엮어내는 게 관건일 텐데 완성된 영화는 그다지 성공적인 화학 작용을 보이지 못한다. 시골의 외딴 (모텔에 가까운) 호텔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이야기지만 인물들은 좀처럼 이야기에 달라붙지 못하고 따로 논다. 화려한 스타의 이면을 바라보는 시선도 피상적인 수준에 그쳐 아쉬움을 남긴다. 송지효는 맡은 캐릭터 내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지만 후반부의 변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못한다. 발성과 표정 등에서 부족함을 보이는 김재중은 아직 스크린과 잘 어울리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 


복숭아나무 (구혜선 감독, 2011)

영화관/짧은 영화글



구혜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한 마디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마침내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영화가 좀처럼 와 닿지 않는 것은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구혜선 감독만의 상징과 은유들 때문이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느낌이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문법으로 영화를 만들고 이야기를 건네려는 구혜선 감독의 노력은 인정하고 싶다. 그럼에도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힘든 이 영화에 지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용의자X (방은진 감독, 2012)

영화관/짧은 영화글



선입견의 맹점을 찌를 것.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선입견을 뒤집는 그 이면에서 드러나는 진실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천재적인 수학자와 물리학자의 치열한 두뇌 대결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진폭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방은진 감독은 <용의자X>의 헌신에서 두뇌 대결보다는 감정의 진폭에 방점을 둔다. 원작의 중요한 캐릭터가 사라짐으로써 추리물로서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방은진 감독은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인물들의 진한 감정 선으로 채운다. 내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다 끝내 폭발시키고 마는 류승범의 연기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방은진 감독의 선택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 그러나 원작에 비해 헐거워진 추리는 인물의 진한 감정을 버텨내기에 역부족인 느낌이다. 때로는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우연에 기대 이야기가 진행되는 감이 없지 않다.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 팀 버튼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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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싫어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년.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는 세상에 나아가기보다 자신만의 세계에 있기를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영화는 조금씩 어른의 모습을 띄어가기 시작했다. 기이함과 우울함에서 멀어져가는 행보에 관객과 평단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아쉬움을 알았기 때문일까. 팀 버튼 감독이 <프랑켄위니>에서 다시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자신의 유년기다. 외롭고 우울했지만 그럼에도 그리운 유년기를 되돌아보는, 팀 버튼 말대로 “가장 개인적인 기억을 들추는” 묘한 향수가 담긴 영화. 팀 버튼 감독의 영화와 공명하며 유년기를 보낸 이라면 <프랑켄위니>는 거부하기 힘든, 사랑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링컨: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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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팩션 장르다운 기발한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링컨 대통령이 뱀파이어 사냥꾼이라니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남북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뱀파이어라는 장르물의 만남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미국 역사를 잘 모르는 한국 관객에게는 링컨의 상징성이 그리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 링컨이 대통령이 된 뒤 펼쳐지는 후반부도 지나치게 빠른 이야기 전개와 과도한 비주얼로 아쉬움을 남긴다. 기발한 발상에 비해 캐릭터적인 재미는 떨어지는 편. 뱀파이어 사냥꾼이라는 설정이 가미됐음에도 영화 속 링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링컨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577 프로젝트 (이근우 감독, 2012)

영화관/짧은 영화글


<러브 픽션> 개봉 전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국토대장정을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의 불씨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해남 땅끝 마을에 도착하니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577 프로젝트>는 가슴 뭉클한 감동도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다. 대신 힘든 여정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청춘의 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국토대장정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를 보고나면 “국토대장정이 끝난 뒤에야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는 하정우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영화적인 면에서 아쉬움 남는 구석이 전혀 없지는 않다. 등장인물은 지나치게 많고 중간에 등장하는 코믹한 설정도 영화 구성을 방해하는 느낌이 든다.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를 묻는다면 의문이 남는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김동원 감독, 2012)

영화관/짧은 영화글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는 <해운대>를 연상케 하는 영화다. 인물들의 드라마를 전반부에 배치하고 이를 후반부의 커다란 사건으로 엮어내며 극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구성이 그렇다. 그러나 <해운대>가 재난 상황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자극한 것과 달리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내세운 <알투비: 리턴투베이스>가 관객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지는 의문이 간다. 공군 조종사라는 특수한 직업을 지닌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는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드라마 또한 관습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드라마를 채우기 위해 배치된 소소한 유머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드라마가 빈약하다 보니 후반부에서 몰아치는 감정 표현 또한 과하게 느껴진다. 다만 심혈을 기울인 비행 액션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Dark Knight Rises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2)

영화관/짧은 영화글



<배트맨 비긴즈>는 슈퍼히어로와 현실 세계의 만남을 모색한 작품이었고 <다크 나이트>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의지만으로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그럼에도 영웅이 필요한 세계를 이야기한다. 캐릭터적인 재미나 이야기의 짜임새에서는 분명히 <다크 나이트>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놀라운 것은 화려한 볼거리나 액션 대신 오직 서사와 주제에 방점을 두며 영화를 끌고 나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다. 가벼운 오락영화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사회주의와 혁명까지 언급하는 영화의 깊은 주제에 머리가 아플지도 모른다. 시리즈의 완결인 만큼 전작들을 복습하는 것도 빼먹지 말 것. 작품 자체보다는 시리즈 전체로 생각할 때 의미가 더 큰 영화다.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우디 앨런 감독, 2011)

영화관/짧은 영화글



우디 앨런 영화 속 주인공은 창작자인 경우가 많다. 우디 앨런의 페르소나와 같은 이들은 하나 같이 창작의 고뇌 속에서 해방구를 찾고자 한다. 그들이 고뇌에 빠진 건 창작의 문제를 자신들의 주변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릴 때 비로소 고뇌에서 해방된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오웬 윌슨)은 멀게는 <브로드웨이를 쏴라>의 데이빗(존 쿠삭)에서 가깝게는 <환상의 그대>의 로이(조쉬 브롤린)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캐릭터다. 그러나 두 영화가 창작자의 고뇌를 깊이 파고들었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들 영화의 주제를 동어반복 하는 인상이 강하다. 대신 영화는 주제의 깊이 대신 프랑스 파리의 낭만성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이 그 낭만성에 집중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 영화를 우디 앨런의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미드나잇 인 파리>는 긴 세월에도 변함없이 재기발랄한 우디 앨런의 감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5백만불의 사나이 (A Millionaire on the Run / 김익로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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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일 작가의 재능을 믿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흥미로운 플롯의 전반부만 해도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했다. 추격전을 바탕으로 코미디, 액션이 버무려진 오락물이 될 수 있었던 영화는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단조로운 전개를 보였다. 반전의 쾌감을 선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영화의 즐거움은 내러티브적인 요소보다 캐릭터적인 면에서 크게 작용했다. 오정세, 조희봉이 탁구공을 주고받듯 펼치는 설전과 중후한 카리스마를 묘하게 망가트리는 조성하의 엇박자 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재미였다. 민효린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이미지를 잘 살려 영화에 적당한 활기를 불어넣은 편. 신인 영화배우 박진영의 연기는? 감정과 행동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엿보였지만 발성이나 대사 처리에서는 부족함이 엿보였다. 소소한 웃음 정도는 줄 수 있는 영화다. 


두 개의 달 (김동빈 감독, 2012)

영화관/짧은 영화글



<두 개의 달>의 러닝타임은 86분이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공포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로 관객의 마음을 붙잡는다. 문제는 미스터리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의 폭발력이 그리 세지 않다는 것. 공포장르 속에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려한 흔적은 보이지만 정작 공포 자체의 새로움은 잘 보이지 않는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세 남녀의 비밀도, 이들을 공포에 사로잡게 한 정체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될 뿐이다. 라미란의 공포 연기가 그나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 홍상수 감독, 2012)

영화관/짧은 영화글



홍상수 영화는 여름이 배경일 때 한결 여유로워진 경향이 있다. <해변의 여인> <하하하>와 함께 ‘해변 3부작’으로 불러도 될 법한 <다른나라에서>는 휴양지의 여유 속에 홍상수 감독 특유의 생각할 거리를 담은 작품이다. 세 명의 안느가 등장하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느슨하게 연결하고 있는 요소들이 인상적이다. 두 갈래 길에 서있는 안느를 통해 홍상수 감독은 삶에서 잃어버린 것과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느슨하게 짜여진 텍스트지만 그 안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해석의 가능성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여전히 매력적인 홍상수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한국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든 이자벨 위페르는 물론 만삭으로 열연하는 문소리, 오랜만에 배우로 돌아온 문성근이 눈에 띈다. 유준상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연기는 <다른나라에서>의 백미다. 


- 처음 [다른나라에서]를 볼 때는 안느의 로드무비라는 느낌을 받았다. 롤플레잉 게임처럼 갈림길에 놓인 안느는 매번 다른 선택을 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들을 겪는다. 여자친구랑 함께 두 번째로 [다른나라에서]를 보면서는 안느와 안전요원의 관계를 생각했다. 홍상수 감독은 어떻게든 두 사람을 엮어주고 싶어 한다. 종수(권해효)가 어떻게든 안느와 키스를 하려고 할 때, 문수(문성근)가 젊은 남자와 대화하는 안느에게 질투를 느낄 때, 안전요원은 안느에게 "당신을 지켜줄 게요(아이 윌 프로텍트 유)"라고 말한다. 종수-문수와 안전요원을 구별짓는 것은 바로 '지켜준다'는 행위다. 홍상수 감독은 이것이 적어도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 아닌지 말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등대를 찾는 안느는 결국 등대를 찾지 못한다(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등대가 등장하지만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대신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 하나를 찾는다. 스님(도올 김용옥)과 나누는 "어릴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변한 건 없는 것 같다"는 선문답 같은 대사가 기억에 남은 영화.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 리들리 스콧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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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갖은 떡밥을 던지며 호기심을 자극했던 <프로메테우스>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막상 정체를 드러낸 <프로메테우스>는 그 자체로도 거대한 떡밥 덩어리다. <에이리언>의 우주관을 빌려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말처럼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의 단서를 제시하는 동시에 또 다른 궁금증을 남기며 관객을 몰입케 만든다. 물론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과 무관한 독자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에이리언>이 타자에 대한 공포를 다뤘다면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제를 밀도 있게 전하는 방식에서는 <에이리언>의 편을 들고 싶다. 그럼에도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로 완성된 <프로메테우스>는 SF의 볼거리 속에 인류의 기원과 종교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 [프로메테우스]를 보면서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사실 영화 속 무수한 '떡밥'이 아니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79년에 발표한 [에이리언]의 세계관으로 돌아간 이유가 궁금했다. [에이리언]에서 정체불명의 타자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호러라는 장르로 담아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프로메테우스]에서는 보다 인류의 기원과 종교 같은 보다 거창한 주제를 끄집어냈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리들리 스콧 감독이 왜 인류의 기원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같은 세계관에서 끄집어 낸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피터 웨일랜드가 혹시 리들리 스콧 감독의 페르소나는 아닐까 잠시 생각해봤다. 영화 속 불확실한 설정의 진실 여부를 파헤치는 것보다 주제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차형사 (신태라 감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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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사>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익숙한 설정의 이야기지만 이를 즐겁게라도 버무려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차형사>는 여러 익숙한 요소들이 제대로 섞이지 못한 밍밍한 맛이다. 키득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 스토리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캐릭터들도 과장된 설정으로 인해 그 매력이 묻혀버린 느낌이다. 색다른 코미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