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NATION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⑦ 그밖의 사진들

여행기/2008년 봄 도쿄

역시 뒤늦게 올리는 일본 사진들.
출발 전 공항에서 찍은 사진들과 신주쿠의 야경,
지하철 역의 자동판매기,
그리고 나카노 근처의 라면 가게.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⑥ 도쿄역, 히비야 공원, 긴자

여행기/2008년 봄 도쿄

올해 봄 도쿄에서 찍은 사진들.
필름을 뒤늦게 현상해서 이제야 올린다;
도쿄역, 히비야 공원, 그리고 긴자 근처.
아, 일본 가고 싶다ㅠ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⑤ 자전거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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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자전거 타고 떠난 하이킹
그냥 동네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산책로를 따라 한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아직까지 벚꽃이 남아 있는 걸 보고는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더 열심히 달렸다.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소소하면서도 즐거웠던 순간들.
2008년 4월12일 토요일에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④ 롯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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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폰기의 새로운 랜드마크 도쿄 미드타운의 작은 공원
그리고 롯폰기 힐즈에서 바라본 도쿄 타워, 롯폰기 힐즈의 영화 광고
2008년 4월11일 금요일에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③ 아사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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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사의 상징 센쇼지2008년 4월11일 금요일에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② 키치죠지, 시모키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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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죠지의 이노카시라 공원, 그리고 시모키타자와
(마지막 세 장이 시모키타자와에서 촬영한 사진들)
2008년 4월9일 수요일에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필름카메라 ①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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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다이라시 근처의 어느 아파트
(JR 츄오센 고쿠분지 역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가면 있음)
2008년 4월9일 수요일, 11일 금요일에 ae-1p로 촬영

[2008년 봄 도쿄] DAY-8 : また会う日ま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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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알람 맞춰놓은 시각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시각이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세상의 종말이라도 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몸은 잠에서 덜 깼는지 제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자꾸 바둥거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 더 빨리 나가서 돌아다니지 않으면 이제는 영영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알람이 울릴 때까지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일어나서도 평소처럼 게으름부리며 정오가 지나서야 겨우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도 아침 내내 흐렸던 하늘은 어느 새 맑게 개여 있었다. 일기예보에서는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했는데 그래도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하늘이 나를 돕는다는 혼자만의 상상을 하였다. 오늘도 여전히 계획없이 무작정 돌아다녔다. 나카노에 있는 만화 전문점 만다라케에 가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을 몇 권 사고, 가는 길에 타꼬야끼를 먹고, 도쿄역에 가서 벚꽃 구경을 하고, 히비야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긴자에 발자국만 살짝 남기고는 신주쿠에서 아버지를 만나 집으로 돌아온 게 오늘 하루의 전부.

어제는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뭐랄까, 무턱대고 일본에 오긴 왔는데 비싼 돈 들여서 와놓고서는 그냥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에 좀 기운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떠나기 전부터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좀 여유롭게 쉬려고 온 것이었는데, 막상 와서는 그런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지내는 걸 보니 조금 우스웠다. 그래, 잠시 현실을 떠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나는 어차피 ‘나’일 뿐이니까 말이다. 무언가 마음의 답답함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하기 위해 찾아온 2008년 봄의 갑작스런 도쿄 방문은 오히려 여전하기만 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날들이었던 것 같다. 변하지 않아서 정말 밉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나라고나 할까.

어쩌면 이번에 도쿄에 와서도 한국에서나 다를 것 없이 지냈던 것은 예전에 도쿄에서 잠시 생활을 했던 기억이 있기에 익숙하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 돌아다니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4년 전 일본에서의 추억들이 생각이 나서, 역시 기억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지만, 그때의 추억들만큼은 잊지 않고 남아있어서 조금이나마 그 무렵의 설렘 가득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쿄가 익숙한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가 계시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들, 물론 대부분은 어색하게 끝나고 말았지만,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집에서와는 또 다른 ‘안정감’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매번 일본에 왔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이상하게 섭섭하고 아쉬운 기분이 들었는데, 별 다른 일 없이 지냈던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드는 걸 보니 어쩌면 나는 ‘일본’을 떠난다는 사실보다는 ‘아버지’를 떠난다는 사실이 더 슬픈 걸지도 모르겠다. (열흘 정도만 지나면 한국에서 다시 만나겠지만;)

일본에 대해서,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한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8일이었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인지 ―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편인데 ― 어떻게 정리를 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 마무리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차근차근 하기로 하고, 우선은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안녕, 다시 만날 날까지.

[2008년 봄 도쿄] DAY-6 :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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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봄 도쿄] DAY-4 : 무작정 돌아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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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집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침만 되면 계속 잠을 설친다. 결국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몸이 뻐근해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이나 하며 TV를 틀었는데, 아버지 집이 있는 고쿠분지가 뉴스에 나오는 것이다. 뭔가 하고 유심히 살펴보니 이 동네 근처의 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아침부터 JR 츄오센 전철이 다니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오후 12시부터는 운행을 재개한다고 하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안심해버렸다. 그때는 몰랐지, 그렇게 안심해도 될 일이 아닐 줄은.

혼자서 생선이나 구워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 그렇다. 난 일본에서도 내가 밥을 차려 먹는 것이다. 심지어는 돈 아끼려고 밖에서 사먹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행객의 자세라고는 할 수 없는 이 안이한 태도! ― TV를 계속해서 보고 있는데, 채널을 돌리다보니 르누아르 특별전이 어디선가 열리고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오오, 이거 잘 되었구나 싶어서 오늘 갈 곳은 르누아르 특별전으로 무작정 선택. 인터넷으로 구체적인 장소, 시간, 관람요금을 확인한 다음, 먼저 에비스의 사진 미술관을 들리기로 하고 대충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오늘도 도쿄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후 12시가 넘으면 전철 운행을 재개한다고 해서 그 시간 맞춰서 역에 갔는데, 전철역에 도착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역 주변에 방송국 차량도 늘어서 있었고, 여전히 사람들이 출입구 밖에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역무원들도 밖에 나와 누군가는 확성기로 무언가 방송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종이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여전히 전철은 다니지 않고 있었고, 심지어 언제부터 다니게 될 지도 알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고쿠분지 역에는 JR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철(민영전철)인 세이부선도 있었다. 어쨌거나 역무원들도 밖에 서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겠다, 이건 일본어를 하라는 기회구나, 싶어서 그냥 무작정 아무 역무원에게 가서 “나 에비스 가고 싶어요”라고 물었더니 역시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그런데 사실 굳이 안 들어도 되었을 설명이었다. 이미 어떻게 가면 되는지 세이부선 노선도 보고 알고 있었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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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어렵게 에비스에 도착. 오랜만에사진 미술관을 찾아갔다. 예전에 일본에 있을 때도 자주 찾아갔었는데, 건물 분위기도 그렇고 그냥 전시된 사진들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다. 지금은 초현실주의 특별전과 이탈리아 출신의 사진작가 마리오 쟈코멜리(Mario Giacomelli)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초현실주의 특별전은 지금 시대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었는데, 다만 그런 작품들이 이미 20세기 초부터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흥미진진. 특히 콜라주 작품들이 전해주는 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마리오 쟈코멜리는 사실 잘 모르는 사진작가였는데(하긴 사진작가들에 대해 아는 게 워낙 없으니), 생(生)과 사(死)를 넘나드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였다. 죽음에 의존하는 삶, 삶에 의존하는 죽음, 자연에 의존하는 인간, 인간에 의존하는 자연, 그런 생각으로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하는데, 굉장히 심오한 주제를 한 컷의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니 역시 사진작가는 괜히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느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찍은 연작과,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의 사진들이었는데, 연인들의 사진에서는 서로의 사랑이 가장 불타오르는 순간의 그 뜨거움이 사진마다 느껴졌고, 노인들의 사진에서는 죽음을 눈 앞에 둔 이들의 온갖 감정들이 사진마다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사진전을 넘어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라 괜히 기분마저 숙연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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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져서 시부야로 이동, 예전에도 즐겨 찾았던 라면전문점 이치란에서 라면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난 다음 르누아르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분카무라 뮤지엄으로 갔다. 분카무라 뮤지엄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앤디 워홀과 팝 아트 특별전을 봤던 곳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만의 특별전이 아니라 아들인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의 영화와 함께하는 특별전이다. 그래서 이름도<르누아르+르누아르 전>. 도쿄 필름센터에서는 장 르누아르의 영화들도 상영중이라서 아버지와 아들의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침 얼마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던 장 르누아르 회고전 덕분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더 뜻 깊은 전시회였던 것 같다. 아버지 오귀스트 르누아르에 대해서도 이름만 들었을 뿐 어떤 작가인지는 전혀 몰랐는데 덕분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뭐 그렇다고 미술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그냥 이런 그림이구나, 라며 경험 삼아 보러 간 것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운 그림들이 많아서 넋을 잃을 정도라고나 할까(물론 예전 뉴욕에서 고흐 그림을 볼 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작품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 소개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였지만, 적어도 예술에 대한 부자(父子)의 열정 같은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장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왜 위대한지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말이다.

저녁에는 신주쿠에서 아버지를 만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전철이 다니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느림보 운행을 하고 있어서, 완전 사람들로 가득 찬 열차에서 서서 한 시간 정도를 가서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자마 그냥 쓰러지고 싶을 정도였다. 도쿄가 나를 거부하는 것일까, 싶은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정말로 문제는 타이밍인가 보다. 그것이 이번 도쿄 방문의 교훈일지도.

[덧] 며칠 전 HMV 시부야에 갔다가 리세트(risette)라는 밴드의 음반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토키 아사코가 추천을 하고, 심벌즈와 어드밴티지 루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야 한다는 글에 큰 기대 안 하고 들었는데, 내가 좋아라 하는 상큼한 기타팝 멜로디에 그대로 필이 꽂혀 결국 오늘 무작정 CD를 사버렸다. 그래, 무작정 왔으니 뭐든지 무작정 하자꾸나. 무작정 어딘가 찾아가고, 무작정 무언가 먹고, 무작정 아무거나 지르고 말이다. 하하-_-;

[2008년 봄 도쿄] DAY-3 : 언제나 바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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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타이밍이 문제인 것일까? 일본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보통 비가 아니라 강풍까지 동반한 폭우. 시즈오카였나, 하여튼 저 외딴 동네는 너무 많이 내린 비 때문에 흙이 무너져 내리질 않나, 배가 뒤집혀 사람이 죽질 않나, 하여튼 정말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집에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나가기는 하였는데 결국 다 젖은 바지로 하라주쿠와 시부야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별로 재미없더라. 변한 것도 없고. 그나마 친구까지 안 만났으면 정말 허무했을 듯.

다행히도 셋째 날은 날씨가 개어서 외출하기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계획 없이 무작정 와서인지 무얼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키치죠지의 이노카시라 공원, 바닥에 수북이 쌓인 벚꽃의 꽃잎들을 보니 며칠 전만 해도 어떤 분위기였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떨어진 꽃잎들을 바라보며, 홀로 벤치에 앉아 있노라니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객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묘한 기분,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와 전혀 다른 언어, 다른 역사,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소외감. 그런 것들을 느끼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런 기분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나는 그 스트레스의 원인이 내가 원하지도 않은데 ‘사회’가 내게 바쁜 생활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강요당하는 ‘바쁜 생활’을 살고 싶지 않아서 취업을 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와서 보니, 일본인도 한국인과 다를 것 없이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쩌면 스스로 그런 ‘바쁜 생활’을 선택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하루 계획이 없이 지내면,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그렇게 바쁘게 사는 이들에게 뭐라 할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나야말로 비겁한 것은 아닐까?

여전히 할 일은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사소한 목표라도 세워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이대로 남은 날들을 보내다간 돌아가서 후회할 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내일부터 또 비가 내린단다. 역시, 문제는 타이밍이다.

[덧1] 위의 사진은 신주쿠에서 촬영

[덧2] 시모키타자와의 중고음반 전문점 RECOfan에서 ‘헤드윅’ 트리뷰트 음반 <Wig In A Box: Songs From & Inspired by Hedwig and the Angry Inch>를 샀다. 680엔. 벤즈(The Bens, 벤 폴즈, 벤 웰러, 벤 리의 프로젝트 그룹)가 리메이크한 ‘Wicked Little Town’이 너무 듣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 외에도 루퍼스 웨인라이트, 폴리포닉 스프리, 스푼, 요코 오노 & 욜 라 탱고 등이 참여. 오늘의 수확이라고나 할까;

[2008년 봄 도쿄] DAY-1 : nonstop to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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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더 나아질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도쿄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그리고 오늘 낮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도쿄에 왔다.

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했는지 비행기를 타자마자 계속 졸았다. 기내식이 나올 때쯤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푸르른 하늘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정말로 티끌 하나 없이 파랗기만 한 하늘을 보니 그제야 내가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레니 크래비츠의 ‘Are You Gonna Be My Way?’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음악에 맞춰 내 마음은 점점 들뜨기 시작하였다. JAL의 기내식은 여전히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시원한 아사히 슈퍼드라이가 있었기 때문에 참을 만 하였다.

두 시간 여를 날아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 오랜 시간을 기다려 입국 심사를 받은 다음 짐을 찾아 출구로 나갔다. 짜잔, 드디어 일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국에 왔다는 기분이 별로 들지 않았다. 일본의 풍경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뉴욕에서 온갖 사람들을 다 만나고 와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이 낯설지 않음이 더 기분 좋았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이방인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것만큼 자유로운 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버지께 전화를 해 닛뽀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 케이세이센 전철에 올라탔다. 오늘 서울은 날씨가 맑았지만 일본은 먹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씨였다. 간간히 이슬비도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려서인지 벚나무의 벚꽃들이 조금씩 지고 있었다. 무작정 오는 바람에 일본에서의 벚꽃 구경은 어려울 것 같다. 닛뽀리 역에서 아버지를 만나 다시 JR로 갈아탔다. 야마노테센과 츄오센을 갈아타고 내린 곳은 고쿠분지.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아파트 단지 ― 일본에선 우리나라의 맨션 같은 건물들을 아파트라고 부르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지만 막 높은 건물들이 서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4층의 아담한 건물들이 가지런히 서있는 느낌이랄까 ― 가 나왔다. 이 집은 이번이 첫 방문. 처음 아파트 건물을 보자마자 <4월 이야기>에서 우즈키(마츠 다카코)가 지내던 집이 생각났다. 겉모양부터 올라가는 좁은 계단까지 딱 그 이미지. 밤이라서 주변 분위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2005년 여름에 일본에 온 게 마지막이므로 이번 방문은 거의 2년 반만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와서 내일도 당장 무얼 할지 정하지 않았는데, 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걱정스럽다. 이러다 벚꽃이 다 지면 안 되는데 말이다. 어쨌든 무작정 온 덕분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서 떠나온 가장 큰 목적은 우선 달성한 것 같다. 그냥 이 여유를 마음 껏 즐기다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