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NATION

'여행기/뉴욕방황('06-'07)'에 해당되는 글 24건

  1. DAY-327 : Beastie Boys @ Hammerstein Ballroom (August 10th, 2007)
  2. DAY-325 : 살짝 늦은 필라델피아 방문기
  3. DAY-313 : Sonic Youth performing Daydream Nation @ McCarren Park Pool (July 28th, 2007) (1)
  4. DAY-309 : The Drowsy Chaperone
  5. DAY-307 : KWIK-E-MART 방문기(;)
  6. DAY-303 : 록펠러 센터 Top of the Rock
  7. DAY-300 : Travis @ Fillmore at Irving Plaza (July 15th, 2007)
  8. DAY-285 : 마틴 스콜세지 마스터 클래스 (at Walter Read Theater, Lincoln Center)
  9. DAY-271 : The Apples in Stereo, Television @ Central Park SummerStage (June 16th, 2007)
  10. DAY-267 : Lily Allen @ Roseland Ballroom (June 12th, 2007)
  11. DAY-261 : Dinosaur Jr. @ Fillmore NY at Irving Plaza (June 6th, 2007)
  12. DAY-232 : Air @ The Theater At Madison Square Garden (May 10, 2007)
  13. DAY-221 : Yo La Tengo @ Webster Hall (April 29th, 2007) (4)
  14. DAY-206 : 영화의 천국에 어서 오세요
  15. DAY-203 : Placebo @ Roseland Ballroom (April 11th, 2007) (4)
  16. DAY-181 : Explosions in the Sky @ Webster Hall (March 20, 2007)
  17. DAY-176 : <숏버스> DVD 발매 기념 싸인회 (2)
  18. DAY-149 : Sonic Youth @ Webster Hall (February 16, 2007)
  19. DAY-143 : Yes, I'm A Witch.
  20. DAY-99 : Rest in peace, James Brown
  21. DAY-84 : The Blower's Daughter
  22. DAY-79 : John Lennon's 26th Anniversary
  23. DAY-74 : 안젤리카 필름 센터를 가다.
  24. DAY-60 : I met Ben Folds!

DAY-327 : Beastie Boys @ Hammerstein Ballroom (August 10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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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혼자 무턱대고 간 섬머소닉에서 비스티 보이즈 형님들과 함께 광란의 시간을 보낸 뒤, 사람들과 함께 치바 마린 스타디움을 빠져 나오면서 다시는 형님들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마냥 아쉬워했는데, 3년 만에 다시 한 번 더 형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뉴욕에서의 마지막 공연으로. 게다가 공연장은 뉴욕에서 처음 공연(벤 폴즈의 라이브)을 보러 갔던 바로 헤머스타인 볼룸. 처음과 끝을 같은 공연장의 공연으로 마무리하다니, 그것도 비스티 보이즈 형님들의 공연으로, 이 정도면 뉴욕에서의 공연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데도 모자람은 없을 것 같다.

어제 공연은 직접 비스티 보이즈 형님들이 연주에 참여한 연주곡 위주의 공연이었다. 아무래도 얼마 전 발표한 <The Mix-Up>이 연주곡으로 이뤄진 음반이니까 평소와는 다르게 공연을 준비한 것 같다. 항상 형님들과 함께하는 DJ 믹스 마스터 마이크(DJ Mix Master Mike)는 어제 공연에 나오지 않았고, 대신 오랫동안 형님들과 함께해 온 키보디스트 머니 마크(Money Mark)와 퍼쿠셔니스트 알프레도 오티즈(Alfredo Ortitz)과 공연에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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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Adrock, MCA, Mike D, Money Mark, Alfredo Ortiz)

Remote Control로 공연은 시작하였다. 이어서 연주된 노래는 Tough Guy였는데 순간 공연장은 바로 아수라장으로 돌변, 형님들의 노래에 맞춰 사람들이 슬램을 하기 시작했다. 아, 무서웠다. 콘 공연 이후로 다시 한 번 생명의 위혐을 느꼈다. 공연은 이번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과 <Check Yo Head>와 <Ill Communication>에 수록된 연주곡들이 주로 연주되었고 특히 예전에 발표한 노래들 중 Tough Guy와 같은 하드코어 풍의 노래들을 모두 들려줘서 여기저기 밀리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초창기 노래인 Egg Raid On Mojo를 연주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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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하는 뉴요커들, 보기만 해도 얼마나 열광적인지 느껴지지 않는가;;;)

3년 전에 형님들 공연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참 형님들 젊으시다. 이제는 소년들(boys)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그런 중년의 나이가 되셨는데도 여전히 열정이 넘쳐나신다. 20년 전만 해도 브루클린 거리에서 어슬렁 거리고 다니셨을 형님들이 이제는 저렇게 의젓하게 양복을 입으시고 열심히 랩을 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참 부럽더라. 저번에 소닉 유스를 봤을 때도 저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반했었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건 참 멋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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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사십 분 정도 계속 되었던 공연은 So What'cha Want로 끝이 났고, 이어서 앵콜 무대에서는 Sure Shot과 Sabotage를 들려주었다. 3년 전 DJ 믹스 마스터 마이크와 함께 공연을 했던 치바 마린 스타디움에서 내 앞에 있던 한 외국인이 그렇게도 Sabotage라고 외쳐도 하지 않았던 그 노래가 흘러 나오자 앞에서 슬램 안 하고 가만히 공연을 감상하던 관객들도 완전히 미쳐서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어쨌든 행복했다. 형님들의 Sabotage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나도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이리 밀고 저리 밀리며 목청이 터지라고 "Listen all of y'all it's a sabotage"라고 외쳐댔다. 그렇게 뉴욕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끝이 났다.

덧. 벤 폴즈부터 시작하여 데미안 라이스, 소닉 유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 플라시보, 욜 라 텡고, 에어, 다이노서 주니어, 릴리 알렌, 애플즈 인 스테레오, 텔레비전, 트래비스, 콘, 그리고 또 소닉 유스, 끝으로 비스티 보이즈. 참 많이도 봤구나. 이 행복한 생활을 잠시 접어야 한다니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을에는 케미컬 브라더스와 비요크의 공연도 있는데 말이다. 이 많은 뮤지션들이 왜 가까운 일본만 방문을 하고 우리나라는 오지 않는 것일까. 물론 우리나라의 시장이 그만큼 작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뮤지션들의 음악에 무관심한 것일까. 외국 음악을 듣고 거기에 심취한다는 것이 우리 것을 배척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따르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 모르겠다. 그냥 나는 아쉬울 뿐. 이 아쉬움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를 하자꾸나. 그리고 사실 지금 난 기네스 두 병에 살짝 취해서-_-

DAY-325 : 살짝 늦은 필라델피아 방문기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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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뉴욕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을 때는 뉴욕이 아닌 다른 곳을 가는 것은 생각도 하질 못했다. 그러다 뉴욕 생활에 지쳐갈 무렵 뉴욕을 떠나고 싶어졌고, 그때필라델피아(Philadelphia)가 뉴욕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인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당일치기로 혼자서 부담없이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마음 먹은 지 무려 두 달이 지나서야 필라델피아를 갔다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평탄치 않았다. 이번에도 차이나 버스를 이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속도로 위를 한참 잘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고장이 났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고칠 방법이 없어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버스기사의 말이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직사광선이 그대로 내리쬐던 날이었다. 버스가 고장이 났으니 에어컨도 틀 수가 없어서 더위와 씨름하며 두 시간을 고속도로 위에서 보냈다.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나자 다음 버스가 왔지만 또 이 버스기사는 고속도로로 다시 들어가는 길을 몰라서 한참 헤맸다. 결국 필라델피아에 도착을 한 것은 오후2시가 넘어서였고, 미리 생각해두었던 여행 계획은 전면 수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필라델피아에서 하고 싶었던 곳이 영화<록키>에 서 록키가 뛰어올랐다는 계단이 있는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의 그 계단을 가보는 것과, 필라델피아의 특산물(?)인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어서 계획을 수정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대신 짧은 시간이라서 완전 수박 겉핥기 식으로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을 뿐-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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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의 역사 유적은 워싱턴 D.C.처럼 공원(Independence National Park)으로 형성되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둘러 보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 곳의 상징은 바로리버티 벨(Liberty Bell)인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쳤다고 하는 미국 독립의 상징과도 같은 역사 유물이다. 누가 필라델피아는 리버티 벨과 벤자민 프랭클린으로 상징된다고 하던데 그 말이 틀리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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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와 보스턴을 갔을 때도 느꼈지만 미국 동부의 관광지들은 대부분 미국의 역사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라서(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역사적으로 봐도 미국은 동부부터 발전해왔으니까) 미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흥미로운 것들이 아니다. 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의 느낌이었고. 대부분의 여행객들도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마치 역사 탐방이라도 온 듯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다만 이렇게 역사적인 건물들과 유적들을 한데 모아 공원으로 만들어 일종의 사람들의 휴식처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저 여유로움이 나는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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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문자 그대로 대충 역사 유적들을 훑어 본 후 바로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사우스 스트리트로 발길을 옮겼다. 가는 길에 본 건물들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조금 과장을 보태면 18세기, 19세기의 미국에 와있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도 정신없이 바쁜 뉴욕의 삶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뉴욕만 벗어나면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참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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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스트리트와 4th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Jim's Steaks. 6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필리 치즈 스테이크(Philly Cheese Steak) 전문 레스토랑(;)이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는 스테이크라는 이름에서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요리가 아니라, 핫도그 빵에 치즈를 얹은 뒤 소고기와 야채를 볶아서 그 위에 올려 먹는 일종의 핫도그와도 같은 음식이다. 치즈의 종류에 따라 메뉴도 다르고, 야채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를 수가 있는데 나는 그냥 앞에 사람들이 다들 똑같은 것만 골라 시키길래 따라서 시켜 먹었다. 가격은 음료수까지 해서 8달러가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게 기억은 안 나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맛있다는 것! 그리고 배도 부르고 정말 행복했다.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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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스트리트(South Street)는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와 비슷한 분위기의, 젊음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이스트 빌리지보다 좀 더 아기자기하다는 느낌. 이 거리를 다니는 젊은이들이 다들 타투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작은 타투가 아니라 팔 전체를 뒤덮고 있는 그런 타투들이라서 인상적이었다. 근처의 공연장 The Fillmore에서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공연이 적혀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8월 말에 뉴욕에서도 무료 공연을 하는데 그때는 한국에 있어서 정말이지-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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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스트리트를 따라 한없이 가다 보니까댈러웨어 리버(Delaware River)와벤자민 프랭클린 브릿지(Benjamin Franklin Bridge)가 보이는 곳까지 가버렸다. 저 멀리 강만 건너면 뉴저지. 그리고 나는 펜실베니아의 필라델피아. 정말이지 미국은 너무나도 넓고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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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를 가기 전에 들른 곳은프랭클린 코트(Franklin Court)로, 저 하얀 기둥이 있는 곳에서 벤자민 프랭클린이 생활하고 인쇄해서 돈도 벌고 뭐 그랬다고 한다. 원래는 저 기둥 있는 곳에 집이 있었다는데 나중에 프랭클린의 조카인지 사촌인지 손자인지 손녀인지 하여튼 뭐 그런 사람들이 집을 부숴서 흔적만 남아있다. 그러고보니 벤자민 프랭클린이 왜 유명한지도 잘 모르고 있구나 나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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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에 가서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로 가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알려준 트롤리플라쉬(Phlash). 1달러만 내면 필라델피아 시내를 마음껏 이동할 수 있다. 덕분에 시청도 보고 로댕 미술관도 살짝 지나가고 프랭클린 과학 뮤지엄도 보고 어쨌거나 필라델피아에서 유명한 건 이 트롤리 덕분에 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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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Philadelphia Museum of Art)! 원래는 일찍 필라델피아에 가서 뮤지엄도 구경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결국 뮤지엄은 못 보고 록키만 보고 왔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서도 저 계단을 걸어 오르니까 나도 모르게 귓가에서 록키의 음악이 들리는 것 같더라. 게다가 친절하게도 저 계단 위에는 아마도 록키가 서있었을 발자국이 그대로 찍혀 있어서 록키가 되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다 록키처럼 포즈를 취할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 밑에는 어설프게나마 록키 동상도 있었고. 내가 뮤지엄을 보러 간 건지 록키를 보러 간 건지 모르겠다. 하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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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 앞의 분수대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면서 필라델피아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결국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은 다 했지만 그래도 아쉽더라. 뉴욕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시청 근처의 서점과 레코드 가게를 구경하다 <렌트>의 DVD가 10달러길래 낼름 집어왔다. 필라델피아에 여행을 하러 간 건지 DVD를 사러 간 건지 이거 원-_- 그런데 나중에 집에 와서 다시 보니까 이 DVD가 와이드스크린이 아니라 풀스크린 버전인 거다. 뉴욕에서 샀으면 환불이라도 받았을텐데, 이것 때문에 다시 필라델피아를 갈 수도 없고 참 기분 그렇더라. 게다가 뉴욕에 돌아오니까 뜬금없이 폭우까지 내려서 우산 없이 비 다 맞고 집에 돌아가고 이래저래 썩 유쾌하지 못한 여행이었다. 뭐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겠지, 생각하며 위로를 할 수밖에-_ㅠ

DAY-313 : Sonic Youth performing Daydream Nation @ McCarren Park Pool (July 28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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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는 코니 아일랜드에 또 놀러 가서 네이던의 핫도그를 또 한 번 먹어주고 근처 아스트로랜드에 있는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롤러코스터싸이클론(Cyclone) 을 타고는 생각지도 못한 스릴에 체력을 소모한 다음 전날 가서 감동받았던 카네기 델리에서 또 치즈케이크를 먹고는 저녁 느즈막할 무렵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맥캐런 파크 풀(McCarren Park Pool)에서 소닉 유스(Sonic Youth)의 공연을 보고 왔다. 어제 공연은 1988년에 발표한 소닉 유스 최고의 명반 <Daydream Nation>의 전곡을 앨범 순서 그대로 연주하는 특별한 공연으로Don't Look Back Concerts에 서 주최하는 행사의 하나였다. Don't Look Back Concerts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명반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공연들을 주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다이노서 주니어, 벨 앤 세바스찬, 틴에이지 팬클럽 등이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은피치포크 미디어도 공동으로 참여하였다.

수영장에서 공연을 한다길래 수영장에서는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그 옆에 무대를 만들어놓고 공연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수영장의 물을 다 뺀 다음 거기서 공연을 보는 것이라서 조금 당황했다. 그래도 야외공연이라 그런지 마치 락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이 살짝 들어서 왠지 모르게 설레더라. 역시 또 소닉 유스의 티셔츠를 한 장 사준 다음 뉴욕의 대표적인 맥주인 브루클린 맥주 한 잔을 들고는 공연장으로 내려가 게스트인 슬릿츠(The Slits)의 공연을 봤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슬릿츠는 레게와 덥, 펑크가 혼합된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은근히 신나는 음악이었다. 음악에 맞춰 벌써부터 춤을 추는 관객들도 있었고, 바닥에 앉아서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는 젊은이들도 있었고, 부모님을 따라 온 건지 삼촌을 따라 온 건지 하여튼 아이들도 좋아라 신나해 하고 있었다. 공놀이도 하고; 슬릿츠의 공연이 끝난 다음 잠깐 동안 무대 세팅이 이어졌고 저녁 8시가 조금 안 되어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소닉 유스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킴 고든 누님의 인트로와 함께 Teenage Riot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앨범도 약간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직접 연주를 들으니 더욱 더 날 것의 느낌이랄까, 음악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 <Daydream Nation>이 나온지 어느 새 20년이 지났고 소닉 유스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어제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들은 88년의 그들이었다.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했고, 여전히 힘이 넘쳐나는 공연. 해가 지고 점점 어두워지자 공연장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고, 모두가 <Daydream Nation>을 직접 듣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하고 있었다. 앞에 있던 어느 아저씨는 노래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너무 신나 하늘 높이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소닉 유스 식의 펑크곡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모든 멤버의 열정적인 연주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곡인 Eliminator Jr.를 끝으로 90여분의 <Daydream Nation> 연주는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 무대는 써스톤 무어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작년에 발표한 <Rather Ripped>의 수록곡들을 연주하였다. Incinerate를 시작으로 Reena, Do You Believe In Rapture?, What A Waste를 연주한 뒤, 두 번째 앵콜 무대에서 Jams Run Free와 Pink Stream을 연주하였다. 앞서 연주하였던 <Daydream Nation>의 노래들이 젊음이 묻어나는 날 것의 느낌이었다면 <Rather Ripped>의 노래들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은 그들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 노련함이 무뎌짐이나 익숙해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젊으니까.

점점 소닉 유스가 좋아진다. 뉴욕에서 이들의 공연을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행운이 아닐까 싶다. 또 다시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킴 고든 누님의 매혹적인 댄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더 늙기 전에, 한 번만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 뉴욕을 떠나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아쉬운 것이 공연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 가면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비가 온다.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도 아니네. 왜 이상하게 비만 내리면 사람이 감상적이 되는 걸까. 쓸쓸하네.

DAY-309 : The Drowsy Chaperone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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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뉴욕으로 여행을 오는 게 참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목적이 근사한 무언가를 보는 것이라면, 솔직히 이 동네는 별로 볼 게 없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마천루를 처음 보면 '우아!'라고 소리 지를 지 모르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고, 거리를 돌아다닐수록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뉴욕의 모습들 - 지저분한 지하철이라던가 거리의 노숙자들이라던가 - 을 발견하며 실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뉴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문화의 다양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뉴욕은 여행으로 올 곳이 아니라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은 살면서 이 독특한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경험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려면 적어도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굳이 뉴욕에 온다면 그 목적은 두 가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쇼핑, 그리고 뮤지컬. 뉴욕에서 내가 배운 것은 물론 영어도 있고 인생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배움은 바로 쇼핑의 즐거움일 것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영상문화'에 익숙해서인지 뮤지컬은 그다지 관심이 안 갔다. 물론 비싼 뮤지컬을 볼 돈도 없었고. 왜 사람들이 뉴욕에 오면 그렇게들 뮤지컬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대신 나는 뮤지컬 몇 편을 보고도 남았을 돈을 콘서트와 영화에 쏟아 부었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걸 즐기면 되니까 그것이 내게 더 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얼떨결에 (정말 얼떨결에) 뮤지컬을 봤다. 드라우지 샤프론(The Drowsy Chaperone)을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죽는 줄 알았다. 뮤지컬은 한 남자가 192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다는 '드라우지 샤프론'이라는 뮤지컬의 레코드판을 감상하면서 시작한다. 진 켈리의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을 봤을 때 나는 영화 내내 너무나도 신나는 음악과 춤에 즐거웠었다. 드라우지 샤프론은 그 무렵의 - 정확히는 그보다 더 이전이지만 -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나간 시절의 뮤지컬에 대한 일종의 회고담이라고 할까.

요즘의 뮤지컬은 - 물론 많이 보지는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 화려한 무대 연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 같은데, 드라우지 샤프론은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와 춤이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아무래도 1920년대의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나 춤은 고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한편으로는 뮤지컬의 독특한 구성 때문에 고전적임에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더 맘에 들었다. 진짜로 '뮤지컬'이라는 느낌.

드라우지 샤프론에는 이런 내용의 대사가 나온다(잘 기억은 안 나지만).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환상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나보다. 드라우지 샤프론은 굉장히 재밌고,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신나는 뮤지컬이었다. 이런 뮤지컬이라면 몇 번을 봐도 좋을 것 같다. 뭐 어쨌든 덕분에 뮤지컬의 즐거움도 배우게 된 것 같다. 물론 쇼핑의 즐거움만하지는 않지만...-_-;



DAY-307 : KWIK-E-MART 방문기(;)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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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와서 변한 게 여러가지(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심슨의 팬이 되었다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심슨을 보긴 했지만 그때는 막 재밌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뉴욕에서 티비로 직접 보다보니까 얼마나 웃긴지 어느 새 그 유머에 나도 중독되어버리고 말았다. 다가오는 금요일 드디어 극장판 심슨 무비가 개봉하는데 개봉에 맞춰 이런저런 홍보 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KWIK-E-MART! 사실 심슨을 많이 보지는 못해서 잘 몰랐는데 만화에 KWIK-E-MART라는 편의점이 나온다고 한다. 세븐 일레븐에서 미국의 체인점 중 딱 열한 곳만 골라서 만화와 똑같이 KWIK-E-MART를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맨하탄 42번가 8번 애비뉴와 9번 애비뉴 사이에 있다. 안 그래도 공짜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보고는 한 번 가봐야지 생각은 했는데 숙제에 치여서 바쁜 나머지 잊고 있다가, 나보다 더욱 더 심슨을 사랑하시는 이웃 슈슈님께서 얘기를 해주셔서 하루 종일 밀린 숙제 다 끝내고 저녁 무렵 한 번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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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을 반겨주는 것은 바로 핫도그를 먹고 있는 호머. 그리고 곳곳에 바트와 매기, 마지 등등 심슨의 캐릭터들이 손님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만화와 관련된 여러 상품들도 판매중이었고, 무엇보다도 저 도넛! 저걸 직접 팔고 있다니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먹어봤는데(그것도 무려 두 개나;) 생각한 것보다 맛있다. 그런데 먹고 나니까 혓바닥이 빨갛게 변하더라. 그리고 버즈 콜라랑 캐릭터들이 붙어 있는 빨대(-_-)를 종류별로 사서 왔다. 여기 너무 좋다. 또 도넛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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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심슨이 그냥 평범한 만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여기와서 보니까 이건 그냥 만화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종의 문화적 상징이더라(뭐 모든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건 아니겠지만;). 하여튼 이번 주는 극장판 개봉만 기다리면서 보내게 될 듯 싶다. 수요일에는 버진 메가스토어에서도 행사가 있다는데(그래봤자 대단한 건 아니겠지만;) 거기도 가봐야겠다. 버거킹에서도 뭔가 하는 것 같던데 그것도 알아봐야겠고ㅋ 한스 짐머가 작곡한 사운드 트랙은 저 도넛을 케이스로 한 한정판이 나온다는데 그것도 사고 싶고. 심슨 티셔츠, 심슨 인형, 이것저것 다 사고 싶은데 돈이 없다-_ㅠ
극장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심슨 무비의공식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여기 재밌다. 정말 재밌다.

DAY-303 : 록펠러 센터 Top of the Rock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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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에 있는 전망대 Top of the Rock을 이제서야 갔다 왔다. 보통 뉴욕에 오면 대부분 사람들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를 가는데, 거기서는 정작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자체를 볼 수 없어서 진짜 제대로 된 뉴욕의 야경을 보려면 록펠러 센터를 가야만 한다. 해가 지기 전에 올라가서 센트럴 파크도 구경하고 멋진 석양도 본 뒤 본격적으로 야경을 감상하면 딱인데 아쉽게도 오늘은 날씨가 썩 좋지 않아서 센트럴 파크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멋진 석양도 구경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맨하탄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17.50달러에 세금까지 붙으니 이거 원-_-

오늘 새벽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그래서 결국 오전 수업을 못 들어갔다(정확히는 안 들어간 거지, 숙제도 안 했으니까;). 자고 있는데 천둥 번개 치니까 더 일어나기 귀찮더라. 그런데 잠을 많이 잤는데도 피곤한 이유는 뭘까?

이번 주 빌리지 보이스에 박진영이 나왔더라.Seoul Train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길래 설마했는데 진짜더라.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피곤해 죽겠다. 박카스 한 병 사서 마셔야겠다. 있기는 할까나;

DAY-300 : Travis @ Fillmore at Irving Plaza (July 15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3년 만에 새앨범 <The Boy With No Name>을 발표한 트래비스(Travis)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뉴욕의 필모어 앳 어빙 플라자에서 공연을 했다. 안 그래도 신보가 나왔을 때, 그리고 신보의 그 따스함에 한껏 빠져 있을 때 혹시 뉴욕에도 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한대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게다가 티켓 살 때만해도 언제 한국에 돌아갈 지 고민하던 때라 공연 못보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 이렇게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주말 동안 숙제가 많아서 일찍 맨하탄으로 나가 숙제를 한 다음, 시간이 남아서 벼르고 벼렀던 <트랜스포머(Transformers)>를 봤다. 로봇들의 싸움에 멀미를 느끼며 공연장에 도착한 건 오후 6시 30분 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7시가 되어 공연장 입장이 시작되었고, 1시간 정도 지난 뒤 게스트의 30분 남짓한 공연이 있었다.

오후 9시가 조금 안 되었을 무렵, 공연장의 불이 꺼졌고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스피커를 통해 20세기 폭스사의 시그널 음악이 나오더니 갑자기 조명이 확 하고 켜지면서 공연장 뒤쪽을 비추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시선은 공연장 뒤쪽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트래비스의 멤버들이 공연장 뒤에서 등장하였다. 마치 링 위에 입장하는 권투 선수처럼 가운을 걸친 네 명의 멤버들이 공연장을 가로질러 무대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관객들은 트래비스 멤버들과 손이라도 한 번 잡으려고 난리였고 나도 순간 정신을 잃고 멤버들에게 돌진하여 프란(Fran, 보컬&기타)과 손을 스치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아아, 첫 등장부터 멋지잖아!

처음부터 심상치않게 무대위에 오른 트래비스는 첫 곡으로 'Selfish Jean'을 연주하였고, 공연장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새 앨범 수록곡 'Eyes Wide Open'으로 분위기는 더욱 더 달아올랐고, 'Writing To Reach You'의 전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다들 미쳐가기 시작했다. 후렴구를 같이 따라 부를 때의 그 전율이란!

왠지 모르게 귀여운, 영국식 발음으로 프란이 관객에에 인사를 건네자 관객들은 다들 반갑게 그의 인사에 대답하였다. 'Love Will Come Through', 'As You Are'가 이어졌고, 전날인 토요일 공연이 90분 밖에 안 되어서 실망했다는 어느 팬의 이야기를 들어서 오늘은 노래를 더 추가했다고 하고는 'Pipe Dreams'를 연주하였고, 'Re-Offender'에 이어 'Big Chair'를 연주할 때는 앤디(Andy, 기타)가 키보드를 대신 치기도 하였다(사진3). 얼마 전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위해 만들었다는 멘트와 함께 연주한 'My Eyes'는 멘트 때문인가 가사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았다. 아빠가 자기를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줬다는 걸 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생각을 하니 부럽기도 했고.

계속해서 'Side'와 'Driftwood'를 들려준 다음, 프란이 건반을 도와줄 클라우스(Klaus, 사진5에서 가운데)를 관객들에게 소개하였다. 다음에 연주할 노래 중간에 그의 이름을 모든 감정을 쏟아 외쳐줄 것을 관객들에게 부탁하더니 그들의 첫번째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Good Feeling'을 연주하였다. 관객들이 "클라우스"라며 목청이 떠나갈 정도로 이름을 부르자 클라우스는 부끄러운 듯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다음 노래를 연주하기 전에 관객들끼리 인사라도 반갑게 나누라는 말에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어진 노래는 'Closer'. 다음 곡인 'Sing'을 부를 때는 모두가 하나 되어 'sing, sing, sing'을 외쳤고, 'Battleship'을 지나 'All I Want to Do Is Rock'을 부를 때는 앤디가 갑자기 무대 밑으로 내려와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기타를 연주하여(사진11)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Turn'을 끝으로 트래비스는 무대를 내려갔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 무대. 앵콜 첫 곡은 'Flowers In The Window'였는데 프란이 혼자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모든 멤버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정겨운 모습을 선사해주었다(사진12). 정말 이 친구들은 노래만큼이나 착하구나, 라는 생각. 이어서 'Indefinately'를 연주한 뒤, 어제는 관객들이 조용했는데 오늘은 관객들이 너무나도 열광적이라서 정말 최고라면서, 오늘 연주했던 노래 한 곡을 다시 연주할 건데 이번에는 특별 게스트와 함께하고 싶다고 뉴욕 출신의 코메디언 데미트리 마틴(Demetri Martin)을 소개하였다. 그는 얼마 전 'Selfish Jean'의 뮤직비디오에서 일종의 퍼포먼스를 하였는데(여기를 클릭해서 뮤직비디오를 볼 것!) 어제는 실제 노래에 맞춰 그 퍼포먼스를 그대로 선보여 관객들을 열광케하였다.

데미트리 마틴의 퍼포먼스와 함께한 'Selfish Jean'이 끝나자 프란은 관객들에게 노래 한 곡을 더 부를 지 두 곡을 더 부를 지 물었고 관객들은 당연하다는 듯 두 곡을 불러달라며 소리 질렀다. 최근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빼놓지 않고 부르고 있는 'Humpty Dumpty Love Song'가 이어졌고, 마지막 곡으로는 아마도 모두가 듣고 싶어했을, 트래비스 최고의 명곡 'Why Does It Always On Rain On Me?'가 이어졌다. 마지막 부탁이라며 후렴구가 나오면 모두가 하나 되어 점프를 해달라는 프란의 말에 공연장에 있던 모든 관객들은 정말 하나가 되어 미친듯이 뛰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정말 직접 이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직접 들으면서 따라 부르고 싶었는데, 그 소망이 현실이 되었다는 행복함에 나도 어느 새 다른 이들과 함께 열심히 뛰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Is it because I lied when I was seventeen?

두 시간이 약간 안 되는, 하지만 너무나도 열정적이었던 트래비스의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마도 이렇게까지 관객과 밴드가 하나가 되었던 공연은 여기와서 본 공연 중 벤 폴즈와 트래비스의 공연이 유일한 것 같다. 만약 한국에 온다면, 어제보다 더욱 더 열광적으로 그들을 환영해줄 수 있을텐데 그 사실을 트래비스는 알고 있을까?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더 그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정말 진심으로.


Travis - Turn (live @ Fillmore at Irving Plaza, July 15th 2007)

DAY-285 : 마틴 스콜세지 마스터 클래스 (at Walter Read Theater, Lincoln Center)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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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링컨 센터에 있는 월터 리드 씨어터에서는 필름 소사이어티 오브 링컨 센터(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와 뉴욕 타임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The Next Generation of Film'이라는 행사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의 마스터 클래스가 있었다. 'Martin Scorsese on the Films of William Perlberg and George Seaton'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오늘 행사는 영화 제작자윌리엄 펄벅과 감독조지 시튼이 50년대와 60년대에 발표한 세 작품 <원한의 도곡리 다리(The Bridges at Toko-Ri)>, <프라우드 앤드 프로판(The Proud and Profane)>, <카운터페이트 트레이터(The Counterfeit Traitor)>를 통해 두 사람의 작품 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자리였다.

윌리엄 펄벅과 조지 시튼은 영화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으로 유명한 제작자와 감독인데 오늘 소개한 영화들은 배우윌리엄 홀든(William Holden)이 주연을 하여 훌륭한 연기를 보였으며, 전쟁을 소재로 한 공통점을 지닌 영화들이었다. <원한의 도곡리 다리>는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그레이스 켈리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고, 나머지 두 작품은 네이버 영화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걸로 미루어보아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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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집중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이야기를 다 이해하려고 하였으나 솔직히 다 이해는 못했다. 대충 내용은 이 세 작품이 동시대에 전쟁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들과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이 작품들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한의 도곡리 다리>에서는 주인공 윌리엄 홀든의 연기를 통해 전쟁의 비참함이나 전쟁 속에서의 개인이 겪는 고민이 잘 드러나고 있고, <프라우드 앤드 프로판>에서는 전쟁의 폭력성이 비주얼이 아닌 인물들을 통해 그려지고 있으며, <카운터페이트 트레이터>에서 사람을 총살한 다음 수레로 끌고 가는 장면들을 통해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영화를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한 사람의 위대한 감독이 다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정말 감동스럽더라. 영어만 좀 더 잘했다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나저나 어학연수 와서 이런 거 찾아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혼자 노는 것도 뭐 당연한 건가;)

사실은 뉴욕에서 우디 앨런 감독을 꼭 만나고 싶었는데(내가 뉴욕에 온 이유의 절반은 우디 앨런이니까) 대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만날 걸로 대신해야겠다. 어떻게 하면 우디 앨런 감독을 만날 수 있을지 도저히 모르겠다. 뭐냐, 가끔 클라리넷 연주로 어느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좀 비싼 게 아니라서; 아, 어쨌든 우디 앨런 감독도 만나보고 싶다!

덧. 그리고 비스티 보이즈의 공연 티켓을 샀다. 이것도 1시간도 안 되어서 매진이더라. 앗싸, 신난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 공연이 될 듯!

DAY-271 : The Apples in Stereo, Television @ Central Park SummerStage (June 16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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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여름이 되면 그야말로 온갖 행사들로 가득한 축제의 도시가 된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은 행사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일일이 챙겨서 다니는 것이 버거울 정도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바로 센트럴 파크에서 열리는 섬머스테이지(SummerStage)다. 6월부터 8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는데, 유료인 공연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료 공연들이다. 오늘은 애플즈 인 스테레오와 텔레비전의 무료 공연이 있었다.

도서관에 잠시 들려 짐 자무시 감독의(우디 앨런에 이어 짐 자무시의 영화도 다 챙겨보는 중) <미스테리 트레인>을 빌린 다음 일찌감치 센트럴 파크에 갔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45분 쯤이었는데 이미 입장을 시작하여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료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입구에서 도네이션을 받고 있었는데 1달러 지폐가 없어서 그냥 동전 다 긁어 모아 93센트 내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스테이지에 있지는 못하고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가다 구경 온 여행객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 내 주변에도 다 영어 못하는 외국인들이 앉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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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되자 드래곤즈 오브 징쓰(Dragons of Zynth)라는 뉴욕 출신의 신인 밴드가 무대에 나왔다. 공연 팜플렛에는 "펑크, 덥, 훵크, 소울, 그리고 헤비메탈이 한데 섞인 신선함, 그것을 '아프로텍(Afrotek)'이라고 이름 지었다"라고 소개하고 있길래 신나는 음악을 할 줄 알았더니만 너무 싸이키델릭하기만 해서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았다. 멤버들이 다 흑인인 것도 그렇고, 음악도 티비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와 조금 비슷하긴 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조금 지루해하는 반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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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야 드디어 애플즈 인 스테레오(The Apples in Stereo)가 등장하였다. 애플즈 인 스테레오는 로우 파이 계열의 밴드들이 속해 있는 엘리펀트 식스(Elephant Six)를 만든 로버트 슈나이더가 리더로 있는 인디락 밴드로 복고적인 멜로디의 상큼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안 그래도 가장 최근에 발매된 <New Magnetic Wonder> 앨범을 한동안 열심히 들었기에 무척이나 기대되는 공연이었다. 첫 곡부터 지금까지 느낀 지루함을 해소시켜주는 흥겨운 음악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천둥이 치기 시작하였다. 불안해하면서 공연을 보고 있는데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를 피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절반 정도를 못 보고 말았다. 어쨌거나 이 친구들은 음반에서 듣던 것처럼 라이브도 귀엽고 앙증맞았고, 노래들도 따라 부르기 쉽고 흥겨워서 더욱 더 맘에 들게 되었다. 앞으로 더 이뻐해줘야겠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집에 갈까 고민을 하였으나, 텔레비전(Television)의 공연을 못 보고 가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 공연장에 남기로 하였다. 신기하게도 애플즈 인 스테레오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비가 감쪽같이 그치고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하였다. 스테이지를 비집고 들어가 텔레비전의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텔레비전은 <Marquee Moon>이라는 명반으로 기억되는 밴드이자, 뉴욕 펑크를 이야기할 때 패티 스미스, 라몬스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밴드이기도 하다. 그런 노장 밴드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데 이걸 놓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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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한참 넘어서야 드디어 텔레비전의 네 멤버가 무대에 등장하였다. 다들 희끗해진 머리에 중년을 넘긴 모습이었지만, 연주만큼은 젊은이들에 못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텔레비전은 펑크 락 밴드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이 강한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두 명의 기타리스트, 톰 버레인과 리차드 로이드의 감정이 실린(화려한 테크닉이 아닌,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기타 연주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음악을 듣다 보니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닉 유스와 욜 라 텡고와 같은 인디락 밴드들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음악을 듣다가 주위를 돌아보니, 무대 위의 네 멤버들처럼 나이가 든 아저씨들이 나이도 잊은채 음악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마 30년 전에는 (지금은 없어져버린) CBGB에서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젊음을 불태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는 저 네 사람도 그때는 세상이 무섭지 않은 젊음과 열정으로 음악을 하였을 것이고.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 다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젊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음악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속에 숨겨진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음악과 하나가 되는 기분.

마지막 곡은 <Marquee Moon>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타이틀 곡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직접 듣게 되다니 너무나도 벅찬 기분이었다. 공연 스탭이 시간이 초과하였다고 말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텔레비전은 끝까지 관객들에게 멋진 음악을 들려주었다. 역시 노장은 죽지 않는다. 비가 와도 남아 있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뉴욕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름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덥기는 해도, 이렇게 많은 즐길 것들이 더위를 잊게 해주니까.

DAY-267 : Lily Allen @ Roseland Ballroom (June 12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어제는 릴리 알렌의 공연이 로즈랜드 볼룸에서 있었다. 원래는 5월30일에 있을 공연이었는데 날짜가 연기되는 바람에 어제서야 릴리 알렌을 만났다. 잠깐 사진 설명을 하자면, 첫 번째 사진은 공연장 근처에서 발견한 모리씨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광고판인데 모리씨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저 인자한 미소 때문에 찍었고, 두 번째 사진은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공연 시작할 때까지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무료로 나눠주는 콘돔으로 풍선을 불어 풍선 놀이하는 장면을 찍은 건데 첨에는 신기했으나 이제는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해져버렸다. 나머지 사진들은 릴리 알렌의 사진들인데 조명이 밝아서 괜찮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마지막에 기타 들고 있는 사진은, 원래 기타를 칠 줄 모르는데 노래 중간에 한 번씩 기타 코드 하나만 치려고 나온 사진.

공연은 시작부터 DJ의 디제잉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레게랑 힙합만 나와서 재미가 없었는데 나중에는 80년대 팝음악부터 브릿팝, 일렉트로닉 등등 온갖 장르를 섞어서 나름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생각보다 디제잉 시간이 너무 길어서 관객들도 조금 지겨워하는 듯했다. 이어서 게스트가 나왔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고 젊은 시절의 프린스를 떠올리게 하는 흑인 가수와 비트박스를 하며 기타를 치는 백인 한 명, 그리고 신디사이저로 비트를 만들어내는 백인 한 명 이렇게 셋이서 살짝 끈적하면서도 신나는 무대를 선사했다. 무엇보다도 기타를 치면서 비트박스를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릴리 알렌이 'LDN'을 부르며 무대 위에 올랐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살이 더 찌진 않았을까 내심 두려웠는데 그냥 생각했던대로 귀여웠다. 씨디만 들을 때는 노래를 잘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귀엽게 부른다는 생각만 했는데 의외로 노래도 잘 불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제 멋대로라고나 할까, 공연 중간 갑자기 담배를 꺼내 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사도 제대로 외우지 못해 무대 위에 가사를 펼쳐 놓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나 중간에 가사를 까먹어도 태연하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이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정말 솔직 대담한 멘트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예상보다 공연장에는 여자들이 더 많았는데 저런 솔직하고 대담한 모습들이 여성들에게 어필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공연을 다 보고 난 첫 느낌은 릴리 알렌이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귀여운 외모나 솔직한 태도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앨범 하나를 낸 신인이지만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사뭇 궁금해졌다.


Lily Allen - Smile (@ Roseland Ballroom, June 12th, 2007)

DAY-261 : Dinosaur Jr. @ Fillmore NY at Irving Plaza (June 6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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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의 공연을 보고 왔다. 다이노서 주니어는 9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가 한참 떠오를 때 너바나가 팬이라며 자청하는 등 수많은 얼터너티브 밴드들에게 영향을 끼친 밴드인데, 무려 20년 만에 오리지널 멤버 - J 매시스(J Mascis), 루 발로우(Lou Barlow), 머프(Murph) - 가 재결합하여 얼마 전 새음반 <Beyond>를 발표하였다. 공연은 유니온스퀘어에 있는 '필모어 뉴욕 앳 어빙 플라자'에서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담한 공연장이라서 밴드와의 거리도 가깝고, 사운드도 상당히 괜찮았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라디오헤드, 스매싱 펌킨스, 앨리스 인 체인스 등의 노래들이 오래된 괴수 영화가 편집된 영상들과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후 9시 쯤 게스트 밴드인 오우썸 컬러(Awesome Color)가 나왔다. 굉장히 스트레이트한 락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버드와이저 두 캔을 먹어서인지 나름 신나게 공연을 봤다. 45분 정도의 공연이 끝난 뒤, 오후 10시 15분 드디어 다이노서 주니어가 무대 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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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Mas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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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 Barlow

새음반의 첫 번째 노래인 'Almost Ready'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관객들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세 명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꽉 찬 사운드에 정신이 멍할 정도였다. 새음반 수록곡들과 루 발로우가 밴드를 떠나기 이전에 발표했던 음반들에 수록된 노래들을 중심으로 공연은 진행되었다. 긴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J 매시스는 노래 중간중간 멘트 대신에 기타 애들립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하는 듯 보였고, 거기에 답이라도 하듯 머프 역시 노래 중간중간마다 쉴 새 없이 드럼을 쳐대며 공연의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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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음악에 빠져서 공연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술에 취한 - 어쩌면 약에 취한 걸지도 - 커플이 "아임 쏘리"라며 웃으면서 내 앞에 끼어들었다. 아, 왠지 불안해,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 커플 정신 없이 커플 댄스를 추며 내 앞에서 갖가지 애정행각을 선보이는데, 그 전까지 맥주 때문에 취했던 기분도 갑자기 말짱해져서는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 남자 덩치가 너무 커서 무대에서 열심히 기타를 후려치고 계신 J 매시스 형님의 기타 솜씨도 볼 수 없었고. 그래서 공연 절반 정도는 정말 재밌게 놀다가 나중 절반은 그냥 음악만 들었다. 조금 피곤하기도 하였고. 앞에서 커플이 그렇게 키스를 하고 있는데 공연에 집중이 되기나 하겠냐고. 하긴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공연 잘만 즐기고 있었으니 내가 이상한 걸 지도.

공연은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공연이 끝나니까 그냥 피곤하기만 하더라. 내 앞에 있던 커플들 때문에 이상하게 기분이 우울해진 탓도 있었고. 솔직히 부러워서...; 공연장을 나서는데 귀가 멍하더라. 거리가 조용하니까 더욱 더 귀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공연 많이 본 걸로 위로를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공연 많이 찾아봐야겠다. 여건이 되는 한.

DAY-232 : Air @ The Theater At Madison Square Garden (May 10,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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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9일부터 5월19일까지 뉴욕에서는 H&M 주최로 '하이 라인 페스티벌 (High Line Festival)'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이 라인'은 첼시 근처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에 있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철로인데 2008년을 예정으로 일반인에게 공원처럼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이 라인을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하는 하이 라인 페스티벌은 매년 다른 예술가들을 큐레이터로 초청하여 만들어나갈 계획인데 올해의 큐레이터는 바로 데이빗 보위.

데이빗 보위가 직접 고른 뮤지션들의 공연과 영화제 및 각종 문화 행사들로 이루어진 올해 첫 하이 라인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바로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 에어(Air)의 공연이었다. 최근 앨범 <Pocket Symphony>의 나른함에 한껏 빠져 있었던 데다가 말로만 들었던 바로 그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을 본다는 생각에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같은 날 웹스터 홀에서 코넬리우스(오야마다 케이고의 바로 그 코넬리우스!)의 공연이 있었음에도 나는 에어의 공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코넬리우스는 나중에 일본에 가서라도 볼 수 있을테니까ㅠ)

처음 들어간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조금 고급스러운 느낌. 음료와 술 등을 파는 매점들도 굉장히 깔끔하였다. 공연장 안에서는 마치 호텔처럼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이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주고 있었는데 가끔씩 심심한 관객들을 위해 이야기를 걸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도 어설프게 영어로 몇 마디;). 한편 무대는 생각한 것보다 작았고 좌석에서 앉아서 보기에는 조금 멀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하면 마치 예술의 전당처럼 고급 공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공연은 8시부터 게스트들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첫 게스트는 노르웨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케이트 합네빅(Kate Havnevik, 어떻게 발음해야 할 지 모르겠다;). 뷰욕(Bjork)의 느낌이 살짝 나는 노래들이었는데 북유럽 출신이라 그런지 목소리도 왠지 모르게 서늘하면서 슬픈 느낌이었다. 이어서 나온 게스트는 작년 한 해 가장 각광받았던 뉴욕 출신의 밴드 TV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 사실 그들의 음악이 조금 어려웠던 나로서는 이번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음악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게다가 어제 공연은 어쿠스틱 무대라서 그들의 음반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격렬함은 거의 없어 조금 아쉬웠다. 다만 어쿠스틱이라서 그런지 흑인 보컬의 목소리가 음반보다 더 소울풀한 느낌이라 살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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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45분 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에어가 무대에 등장하였다. 말끔해 보이는 새하얀 정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연은 거의 멘트가 없이 진행되었는데, 가끔씩 "땡큐"라던가 "위 러브 유"라고 짧게 영어로 이야기를 해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의외로 귀여운 모습들이 많았다고나 할까. 공연은 'Once Upon A Time', 'Mer Du Japon', 'Napalm Love'등의 이번 음반 수록곡들과 함께 'Remember', 'Cherry Blossom Girl' 등 예전 음반의 인기곡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슬퍼왔다. 차갑기 그지 없는 기계음들이 이상하게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고나 할까. 이 아이러니.

생각보다 짧은 50분 정도의 본 공연을 마친 에어는 잠시 무대 뒤로 사라졌다 관객의 앵콜과 함께 다시 무대에 등장하였다. 앵콜곡으로 연주한 노래는 바로 최고의 히트곡(;) 'Sexy Boy'. 음반에 수록된 것보다는 훨씬 열정적인 버전이라 새삼 놀랐고 그만큼 신났고 그만큼 다들 열광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역시 데뷔 음반은 <Moon Safari>의 첫 곡인 'La Femme D'Argent'였는데, 에어다운 몽롱하면서도 나른한 멜로디가 거의 절정에 이르러 듣는 이로 하여금 무아지경을 느끼게 만드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1시간 20분 남짓한 공연을 마치고 에어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작별을 고했다. 이번 음반에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자비스 코커까지는 아니어도 닐 해넌이 등장하여 'Somewhere Between Waking and Sleeping'을 들려주지 않을까 혼자 기대했는데 그런 건 전혀 없어서 참 아쉬웠고, 생각보다 공연 시간이 짧아서 살짝 실망스럽기도 하고, 앉아서 보느라 공연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해서 슬펐고,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하기 보다는 서로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어서 - 이게 미국식 공연 문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 짜증도 나긴 했지만 어쨌거나 멋진 공연이었다. 생각보다 춤추기 좋은 노래들도 있었고, 마냥 나른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이래저래 신나는 순간들도 있었으니까. 락 페스티벌 이런 데서 본다면 더욱 더 신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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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21 : Yo La Tengo @ Webster Hall (April 29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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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해서 패닉 상태라서 오늘도 하루 종일 집에서 거의 쓰러져 있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욜 라 텡고(Yo La Tengo)의 공연이 있는 날. 공연 가기 전에 센트럴 파크에 가서 <I Am Not Afraid Of You And I Will Beat Your Ass>를 들으며 공연 예습을 하였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센트럴 파크를 거닐고 있었다. 사진 찍기 바쁜 관광객들도 있고, 조깅을 즐기는 뉴요커들도 있고, 나처럼 혼자 쓸쓸히 사색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조만간 센트럴 파크 사진도 한 번 찍어야 할 것 같다.

시간 맞춰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늘 공연의 게스트는 브루클린 출신의 오네이다(Oneida)라는 밴드. 드럼과 기타, 키보드로 이뤄진 특이한 구성의 밴드였는데 조촐한 편성과는 정반대로 아주 열정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프로그레시브 펑크, 혹은 싸이키델릭 펑크라고 이름을 붙이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뉴욕에 온 이후로 여러 공연을 봤지만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이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밴드들과 많은 음악들이 있구나라는 것이다. 나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45분 남짓한 게스트 공연이 끝나고, 오후 9시45분 무렵 드디어 욜 라 텡고가 무대 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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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Not Afraid Of You And I Will Beat Your Ass> 앨범에 수록된 'I Feel Like I'm Going Home'으로 조용하게 공연은 시작되었다. 이어서 같은 앨범의 첫 번째 곡인 'Pass The Hatchet, I Think I'm Goodkind'로 분위기는 급반전하여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라 카플란(Ira Kaplan)은 마치 소닉 유스의 써스턴 무어처럼 기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었다.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너무 놀라서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저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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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던 욜 라 텡고는 공연 중반부에 접어들어 잠시 분위기를 바꿔 조용한 노래들은 연달아 연주하기 시작했다. 'Mr. Tough', 'Beanbag Chair', 'The Weakest Part' 등 욜 라 텡고만의 감수성 가득한 노래들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왠지 마음이 따스해지는 듯했다. 이런 세밀한 감성의 노래들, 그리고 그 정반대로 실험적인 노래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게 바로 욜 라 텡고만의 매력이 아닐까. 특별한 세션 멤버 없이 멤버들이 파트를 돌아가면서 연주를 하는 것도 참 인상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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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노래들로 잠시 예민한 감성의 세계를 선보인 뒤, 이어서 그들만의 화려한 무대로 공연의 후반부를 장식하였다. 'Watch Our For Me Ronnie' 같은 욜 라 텡고 식 펑크락은 정말 가만히 듣고만 있기 어려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냥 노래로만 음악을 들을 때는 이들이 그렇게 대단한 밴드라는 것을 알 수 없었지만(부끄럽게도 그랬다), 공연을 직접 보니 왜 이들이 이렇게 평가를 받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소닉 유스의 공연을 볼 때처럼, 이들도 다른 점에서 락 음악을 예술로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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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보다 훨씬 강렬했던 'The Story of Yo La Tengo'를 끝으로 준비된 공연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 무대. 처음 앵콜 무대는 준비되어 있던 앵콜곡으로 끝이 났고, 이어서 두 번째 앵콜 무대에서는 관객의 신청곡을 받아서 연주를 했다. 오랜만에 연주를 하는 노래들이어서인지 가끔 실수도 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게 귀여워 보였다. 앙증맞다는 느낌. 귀엽기도 하고 앙증맞기도 하다가 어쩔 때는 센치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폭발할 것처럼 감정이 넘쳐흐르는 이 모든 음악이 욜 라 텡고의 음악에 담겨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그리고 그건, 이들의 공연을 보고 몸으로 직접 느껴야 한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 새 시간은 밤 12시가 넘어있더라. 그렇게 나는 뉴욕에서의 생일을 맞이하였다. 어쩌면 내 인생 가장 쓸쓸한 생일이 될 지 모르지만(그래도 가장 우울하진 않을 거다. 나는 이미 내 생일 날 군대에 가는 가장 우울한 생일을 겪었으니까) 그래도 알차게 보내야지. 정신도 좀 차리고 이제는 정말로.

DAY-206 : 영화의 천국에 어서 오세요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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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맨해튼에 있는 트라이베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Tribeca Film Festival)이 오는 4월25일부터 5월6일까지 열립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은 2002년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영화 제작자 제인 로젠탈이 9.11 이후 침체된 트라이베카 지역의 부흥(?)을 위해 시작한 영화제입니다. 오늘부터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티켓발매가 시작되어서 박스 오피스를 찾아가 지아 장 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와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반달(Half Moon)>의 티켓을 샀습니다. 언제나 영화제는 저를 흥분시키는 것 같습니다. 티켓을 사고 났을 때의 그 기쁨이란! 그치만 한국과 달리 영화제 티켓이 일반 상영 영화보다 더 비싼 건 정말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뉴욕까지 와서 이런 국제적인(?) 영화제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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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링컨 센터에 있는 월터 리드 씨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On The Edge: New Independent Cinema From China'라는 이름의 중국 독립 영화 특별 상영전을 통해 지아 장 커의 2004년도 작품인 <세계 (世界, The World)>를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숱하게 들어왔음에도 막상 그의 영화를 직접 볼 기회는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그의 영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계>는 베이징에 실제로 있는 테마파크 'The World'에서 댄서로 일하고 있는 타오(자오 타오)와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타이셍(첸 타이셍)을 중심으로 그들과 그들 주변의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The World'라는 이름대로 세계의 온갖 명소들을 그대로 모아놓은 테마파크 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타이셍은 타오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의심하고, 타오는 타이셍이 바람을 피우면 그를 죽일 거라고 말합니다. 한 커플은 남자가 여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였는지는 끊임없이 묻기도 합니다. 모두가 파편화되어 단절되어 가는 세상의 모습을 그린 영화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지아 장 커의 <세계>가 특별한 이유는 베이징이라는, 여전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중국의 중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테마파크 'The World'가 지닌 상징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가 끝난 이후 뉴욕을 방문한 지아 장 커 감독과의 Q&A 시간도 있었습니다. <세계>는 2004년에 열린 뉴욕 필름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미국 관객들에게 공개된 바 있는데 그때는 비자 문제로 뉴욕을 방문할 수 없어서 이제서야 뒤늦게 관객들을 만났다며 수줍게 인사를 한 지아 장 커 감독은 관객들의 질문에 정말로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뭐랄까, 영화만큼이나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DAY-203 : Placebo @ Roseland Ballroom (April 11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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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플라시보의 공연이 로즈랜드 볼룸에서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27달러. 사실 별로 기대는 안했는데 역시나 멋있었습니다. 브라이언 몰코가 섹시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섹시함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몰코가 나오니까 정말 많은 관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댈 정도니. 여자도 많았지만 게이로 보이는 남자들도 많았고, 군데군데 한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서는 놀기에 제일 좋았던 공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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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작은 가장 최근 음반인 <Meds>에 수록되어 있는 'Infra-Red'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같은 음반에 수록된 타이틀 곡 'Meds'를 연주한 다음 주로 지난 음반 수록곡을 위주로 공연을 진행하였습니다. 중간 쯤 지났을 때 'I Know'를 시작으로 예전 노래들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약간 편곡을 달리한 'Every You Every Me'를 지나 'Without You I'm Nothing'에서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2시간 남짓 진행된 공연 동안 관객끼리 싸움이 벌어지는 소동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정말 듣고 싶었던 'Nancy Boy'를 듣지 못했다는 것 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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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몰코를 볼 때마다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가 떠올랐습니다. 가냘픈 몸매에 초췌해 보이는 얼굴 그리고 눈가의 짙은 화장 때문인가-_-;; 하지만 김민규를 봤을 때는 섹시하다는 생각은 한 적 없는데(뭐 여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몰코는 정말이지 섹시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더군요. 부러워요, 전형적인 남성스러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정말로 부러워요.

DAY-181 : Explosions in the Sky @ Webster Hall (March 20,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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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이 인스트루멘털 포스트-락 밴드는 웹스터 홀만이 아닌 모든 공연장의 티켓을 다 팔아치웠고, 당신이 믿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입니다." 인디 성향의 무가지 L매거진(The L Magazine)에 실린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공연 정보. L매거진의 이야기처럼 어제 밤 나는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음악이 전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한껏 느끼다 왔다.

소닉 유스의 공연을 보았던 웹스터 홀에 도착한 것은 공연 입장 시간인 오후 7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어제의 공연은 일루비움(Eluvium)과 페이퍼 체이스(The Paper Chase)라는 두 게스트 밴드와 함께 하였던 공연이었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무대에 등장한 일루비움은 오레곤 주 포틀랜드 출신의 매튜 쿠퍼(Matthew Cooper)의 원맨 밴드로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 그리고 랩탑으로 앰비언트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마치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음악처럼, 조용히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 심장을 동요케 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음악과 함께 무대 위 스크린으로 상영된 영상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오후 9시가 되어서 등장한 페이퍼 체이스는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와 마찬가지로 텍사스 출신의 밴드로 굉장히 실험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프로그레시브라고 해야 할까, 아방가르드라고 해야 할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음악이었다. 유머가 사라지고 시니컬함만 남은 프라이머스 같은 느낌. 두 밴드의 공연이 끝난 뒤, 드디어 오늘의 메인인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가 무대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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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셋팅 중인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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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관객들을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보컬도 없는 인스트루멘털 락 밴드의 공연이 이토록 열광적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최근 발매된 앨범 <All of a Sudden I Miss Everyone>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연주를 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예전에 발표하였던 노래들이 세트 리스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였다. 보컬이 없기 때문에 공연은 멘트 한 마디하지 않고 쉼 없이 계속되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음악의 향연 속에서 관객들은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넋이 나간 듯 그들을 바라보곤 하였다. 실제로 듣는 그들의 음악은 음반으로 들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 듣는 이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고나 할까.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였는지 뒤로 갈수록 피곤해서 공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좀 더 일찍 공연을 하였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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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연장에서는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의 씨디들은 전부 다 10달러에 팔고 있었다. 특히 최근 발매된 음반 <All of a Sudden I Miss Everyone>은 리믹스 음반이 포함된 2DISC 스페셜 에디션이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10달러에 팔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공연 간다고 그 전날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16달러나 주고 샀는데, 눈물을 머금고 스페셜 에디션을 다시 샀다. 리믹스에는 어제 공연의 게스트였던 페이퍼 체이스와 일루비움을 비롯하여 포 텟(Four Tet)등이 참여하여 음반 수록곡 전 곡을 새로운 편곡으로 들려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기분이 흐뭇...;;; 그나저나 공연 혼자 보는 거 너무 재미없다. 4월 말에 있는 요 라 텡고의 공연이 가고 싶은데 그것마저 혼자 가면 정말 쓰러져버릴 지도; 어디 같이 갈 만한 사람 없나. 외국인 친구라도 만들어야 하는데-_- 다음 주부터 새로 시작되는 학교에서라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으아-

DAY-176 : <숏버스> DVD 발매 기념 싸인회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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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때 집에서 맛있게 끓인 짜파게티를 먹으며 냄비 받침 대신 깔아둔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우연히 'Shortbus DVD Signing'이라 쓰인 이벤트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를 보자마자 먹던 짜파게티도 내팽개치고 신문을 유심히 살펴보니 내용인즉슨 영화 <숏버스(Shortbus)>의 감독 존 카메론 미첼과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유니온스퀘어에 있는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싸인회를 한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DVD를 살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한국에서는 당분간 발매 불가능이므로;) 이벤트 기사를 보는 순간 DVD를 사야만 한다는 신의 계시라는 생각에 급하게 짜파게티를 먹어 치우고는 유니온스퀘어까지 달려가서 DVD를 사왔다.

그리고 어제 밤에 영화를 보았고, 마치 <펀치 드렁크 러브>를 보았을 때의 충격과 감동에 빠지고 말았다. 그 충격과 감동을 가득 안고 오늘 <숏버스>의 DVD 발매 기념 싸인회에 갔다. 감독 존 카메론 미첼과 네 명의 배우가 참석하였다. 예상했던 것만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정말로 <숏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저번에 참석했던 오노 요코의 싸인회와는 달리 이번은 굉장히 자유스런 분위기여서 감독과 배우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고(그래서 어설픈 영어로 몇 마디 나눠서 너무 감격했다는ㅠ), 사진 촬영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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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이 브래넌(세쓰 역), 피터 스틱클스(칼렙 역), 폴 도슨(제임스 역), PJ 드보이(제이미 역). 영화 속에서 게이 커플(들)로 등장해 정말 천 하나 걸치지 않고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보여준 네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니까 계속해서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올라서 내가 더 민망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열연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팬들을 만나는 저 솔직함이 너무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여성분들은 실제로 저 네 사람을 만난다면 비명 꽤나 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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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버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제임스, 제이미 커플. 영화를 본 사람은 저 두 커플이 얼마나 귀여운 지 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임스를 연기한 폴 도슨(오른쪽 두 번째)의 연기가 너무 맘에 들었는데(이 역시 영화를 보면 안다;) 그래서 보자마자 "당신 연기가 정말 좋았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봐줬는데, 왠지 므흣한 미소였다. 아마도 저 네 사람 다 실제로 게이가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오히려 더 즐거웠음. (사진 찍는다니까 환하게 미소까지 지어줬는데 사진이 흔들렸다-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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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카메론 미첼.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말쑥한 모습이었다. 보자마자 <헤드윅>에 나왔던 그 헤드윅의 모습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얼굴에서 헤드윅이 떠오르지 않더라. 긴장해서 몇 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싸인만 받았다. 흑-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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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의 싸인이 존 카메론 미첼 감독, 그 오른쪽 위가 피터 스틱클스, 아래가 제이 브래넌, 왼쪽 위가 PJ 드보이, 그리고 폴 도슨. 포스터도 나눠줘서 거기도 싸인 받았다. 고이고이 소장해야겠다.

영화는 좋았다. 노출이 정말로 심하긴 한데 그렇다고 막 거부감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인의 불안한 심정을 인간의 원초적인 부분인 섹스와 연결시켜서 이야기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여튼 <헤드윅>처럼 그냥 가볍게 보고 말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결말이 전해주는 감동이 마치 <헤드윅>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따뜻함이 묻어난다고나 할까. 또한 배경이 뉴욕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더 친숙한 느낌이었다. 물론 노래도 좋다. 단순히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개봉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무삭제로 DVD 출시라도 되면 참 좋을텐데 가능하려나. 말 그대로 '솔직함'이 담겨 있는 영화. 그 솔직함이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그저 아쉬울 뿐.

어쨌든, 즐거웠던 하루.

DAY-149 : Sonic Youth @ Webster Hall (February 16,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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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유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부끄럽지만) 지난 해에 나온 <Rather Ripped>부터였다. 그 이전에도 몇 번 관심을 가져보려고 했지만 그냥 듣기에는 조금 거북한 느낌이 들어서 친해지는 것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갖가지 노이즈와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그들의 음악이 대중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욕에 온 뒤로 그들을 다시 듣기 시작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노이즈와 불협화음 속에서 숨겨진 기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이토록 낯선 음악에서 어떻게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는 지 궁금하였고, 그들의 연주가 정말로 보고 싶었다. 그 무렵 그들의 공연 소식을 알게 되었고, 드디어 공연을 통해 그들 음악의 실체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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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스퀘어 근처에 있는 클럽 웹스터 홀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 무렵. 날씨가 많이 추워서인지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다. 예정대로 6시 30분부터 공연장 입장을 시작하였다. 표를 보여주고 공연장에 들어가 소닉 유스의 티셔츠를 산 다음 공연장 앞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7시 30분에 게스트인 우든 원드(Wooden Wand)가 등장하였다. 소닉 유스의 게스트라고 해서 그들처럼 어려운(;) 음악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컨츄리 풍의 통기타 음악이라 약간 의외였다. 어쩌면 게스트 공연이라서 통기타로만 공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노래는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었으나 같이 노래하러 나온 누나(인지는 모르겠지만;)가 예뻐서 대만족. 30분의 짧은 공연이 끝난 뒤 다시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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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유스가 등장하기 전 사운드를 맞추기 위해 몇몇 스탭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장비들을 점검하였다. 무대 한켠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수많은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들이 왠지 모르게 소닉 유스답다고 생각하였다. 무대 위에 무려 다섯 개의 앰프가 있는 것도 그랬고. 보통 같으면 앰프 세 개(일렉트릭 기타 두 대와 베이스 기타 한 대를 위한)만 있으면 될텐데. 도대체 공연장에서 어떤 연주를 들려주려는 것인지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하였다.

스탭들이 사운드를 다 맞추고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스턴 무어 형님이 무대 위로 달려 나오기 시작했고, 나머지 세 명의 멤버(리 레이날도, 스테브 셸리, 킴 고든)와 한 명의 세션 멤버(짐 오루크인가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 이름을 못 들었다ㅠ)가 뒤를 이어 나왔다. 다섯 멤버가 연주한 첫 곡은 <Daydream Nation>에 수록된 'Candle'.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세션 멤버가 베이스를 연주한다. 킴 고든 누님과 함께 더블 베이스. 써스턴 무어 형님의 현란한 기타 솜씨에 넋을 잃고 있는 동안 첫 곡이 끝났고, 이어서 바로 킴 고든 누님이 <Rather Ripped> 수록곡인 'Reena'를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오오, 무대 위에서 정신없이 몸을 흔드는 누님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누님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아아! (난 아무래도 여성 베이시스트에게 매력을 느끼는 듯. 스매싱 펌킨스의 다아시도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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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대략 1시간 40분 정도 계속되었다. <Rather Ripped>에 수록된 노래들을 중심으로 연주하였고 간간히 예전 노래들도 연주하였으나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다. 킴 고든 누님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신들린 듯한 댄스로 나의 마음을 빼앗았다(지금도 누님의 섹시한 한 율동이 눈에 선하다ㅠ). 써스턴 무어 형님의 제 멋대로 기타를 다루는 현란한 손놀림도 놀라웠고, 리 레이날도 형님은 반대편에서 묵묵히 기타를 연주하면서 간간히 놀랄 만한 기타 연주를 보여주었다. (드러머 스티브 셸리 형님은, 죄송하게도 자주 볼 수가 없었다. 앞에 있던 외국인 아저씨 키가 너무 커서ㅠ) 4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젊은(youth) 그들.

모든 멤버들의 악기를 이용한 노이즈(기타와 베이스로 그런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향연을 끝으로 공연은 끝이 났다. 공연을 보고 나니 더욱 더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불협화음과 노이즈를 통해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이 불협화음과 노이즈가 아닌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이 대중적인 음악을 만든다면 그 누구보다도 팝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자신이 그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을 펼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줍짢은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소닉 유스는 이제 단순한 뮤지션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 자리잡은 것 같다.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고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위대함.

덧. 다음에 공연 갈 때는 절대 덩치 큰 아저씨 뒤에 안 서야지. 아저씨 키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냄새(특히 팔을 들면 맡을 수 있는-_-)때문에 아죽 죽을 뻔 했다는; (게다가 뒤에서는 술에 취한 커플이 밀어대질 않나. 좀 괴로웠음)

DAY-143 : Yes, I'm A Witch.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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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요코를 만났다. 얼마 전 발매 된 그녀의 새 음반 <Yes, I'm A Witch>의 싸인회를 통해서 말이다. <Yes, I'm A Witch>는 오노 요코가 선택한 여러 뮤지션들이 오노 요코의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한 음반으로 포커파인 트리, 애플즈 인 스테레오, 캣 파워, 스피리츄얼라이즈드의 제이슨 피어스, 플레이밍 립스 등이 참여하였다. 오노 요코를 굉장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존 레논의 미망인인데 안 만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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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와 'W' 사이에 있는 사람이 오노 요코;;;;

싸인회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옆에 있는 서점 BORDERS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다. 일찍 가서 기다리기 위해 오후 1시쯤 서점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노 요코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존 레논을 좋아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꽃을 사들고 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의 사람은 그 유명한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롤링스톤 지 표지가 프린트된 엽서를 들고 설레여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유명인이라서인지, 사진도 못 찍고, 가방도 검사하고, 자기 이름도 싸인 못 받고 그냥 그녀가 해주는 싸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만난 그녀는, 사진으로 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얼굴에 있는 주름들로 그녀의 나이를 실감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만의 카리스마는 여전하였다. 생각보다 인자한 모습이라 사뭇 놀라기도 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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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디는, 그냥 그렇다. 브라더 브라더스(The Brother Brothers)가 참여한 타이틀 곡 'Yes, I'm A Witch'가 제일 맘에 들고, 캣 파워와 플레이밍 립스, 폴리포닉 스프리(The Polyphonic Spree)가 참여한 곡들도 그럭저럭 들을만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래, 나는 마녀야."라는 앨범 타이틀. 왠지 그녀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 가사도 그렇고.

DAY-99 : Rest in peace, James Brown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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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제임스 브라운의 시신이 오늘 하루 할렘에 있는 아폴로 극장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학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서 할렘으로 갔다. 처음으로 가는 할렘이라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아폴로 극장 앞에 도착하였을 때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그를 보기 위해 그 곳을 에워싸고 있었다. 중간중간 백인들과 동양인들이 있긴 하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시나 흑인들이었다. 아폴로 극장 앞 도로를 달려가는 버스 안에서 흑인 운전기사가 성호를 긋는 모습을 보며, 소울의 '대부'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그를 만나지는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아폴로 극장 밖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부디 저 세상에서 행복하길. 그리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할 우리들을 위해 훵키한 천국을 만들어주길.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가본 할렘은 또 다른 뉴욕의 분위기였다. 스파이크 리의 영화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듯한 느낌. 온통 흑인들로 가득찬 이 동네는, 어쩌면 우리가 '위험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는 힙합이 흘러 나오고 있는 이 동네는 또 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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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갑자기 학원 선생님과 반이 바뀌는 바람에 수업에도 흥미를 잃고 크리스마스 연휴에 퍼질러 놀아서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다 연말이라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여전히 만사가 귀찮다. 피곤하다. 그래서 이번 주까지는 그냥 마음껏 쉬련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을까?;;;

DAY-84 : The Blower's Daughter

여행기/뉴욕방황('06-'07)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 티켓을 산 것은 순전히 충동구매였다. 2집을 들을 당시 너무 우울하고 심심한 날들이라서(지금도 별반 나아진 건 없지만;) 그냥 홧김에 지른 거였다. 그래서 막상 공연 날이 되어도 별로 설레지도 않고 심지어는 표를 환불할까도 고민했는데 결국 보고 말았다. 어쨌거나 음악은 직접 들을 때 그 감동이 제일 큰 법.

벤 폴즈처럼 자세하게 공연에 대해 적지는 못하겠고, 대신 앵콜로 부른 'The Blower's Daughter'의 동영상으로 공연 감상을 대신해야겠다. 중간중간 '끼익끼익'하는 소리는 카메라가 초점 맞추는 소리; 디카로 찍은 거라서 어쩔 수가 없다. 캠코더를 하나 장만할까 이 기회에-_-

사실 공연이 좀 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하드(hard)한 노래도 많이 하고, 어쿠스틱 기타랑 보컬에 이펙트를 걸어서 의외로 거친 무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무릎 꿇고 기타 치면서 부른 'Eskimo'랑 마이크 없이 생목소리로 무대 앞에 나와서 부른 'Canonball'이 정말 멋있었고, 그 외에도 'Volcano', '9 Crimes', 'Elephant', 'Rootless Tree' 등 1집과 2집에서 좋은 노래들은 다 연주했다. 마지막 앵콜 부를 때는 게스트들까지 다함께 나와서 무대에서 와인을 마시며 술에 취한 척을 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의외로 재밌기도 하더라. (마지막 앵콜곡은 아마도 1집에 수록된 'Cheers Darlin''인듯;)

그런데 데미안 라이스, 생각보다 키가 작더라;; 무대가 멀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공연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 낮에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극장에서 <로맨틱 홀리데이>랑 <보랏>을 봤는데 영화 이야기는 내일로ㅡ




DAY-79 : John Lennon's 26th Anniversary

여행기/뉴욕방황('06-'07)
존 레논이 세상을 떠난 지 26주년이 되는 오늘 센트럴 파크의 스트로우베리 필즈에 갔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기타를 치며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와 존 레논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시간이 갈 수록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를 그리워했다.

존 레논을 알게 된 이후로 매년 12월 8일이 되면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를 생각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그의 노래를 듣는 게 너무나도 슬펐다. 만약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이 세상은 조금은 더 평화롭지 않았을까?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어쩌면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해달라고 그에게 조그마한 편지라도 적어서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많은 뮤지션들도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떳떳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존 레논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War is over, if you want it.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은 'Happy X-mas (War Is Over)'의 후렴구가 더욱 더 슬프게 들렸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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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일본 방송국 TBS에서도 나와서 사람들 인터뷰도 하고 다같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어 가던데,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에서 언급이나 했을까. 하긴, 우리나라는 비틀즈하면 'Yesterday'랑 'Let It Be'랑 'Hey Jude' 밖에 모르니까 뭐;;

DAY-74 : 안젤리카 필름 센터를 가다.

여행기/뉴욕방황('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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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카 필름 센터의 입구. 공사중인 관계로 조금 험상스럽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수면의 과학(The Science of Sleep)>을 보기 위해서 소호 근처, Houston St.과 Broadway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안젤리카 필름 센터(Angelika Film Center)에 갔다. 맨하탄까지 가는 길에 차가 밀려 영화 시작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허겁지겁 표를 사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자그마한 상영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며, 극장 바로 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가서 영화 보는 내내 지하철 지나가는 소음을 들어야 하는, 하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이라는 안젤리카 필름 센터. 그런 극장에 도착하니 마치 영화의 전당 같은 곳에 온 듯한 기분에 이상하게 설레였다. 설레임을 한 가득 안고 상영관을 들어서니 다행히도 예고편 덕분에 아직 영화는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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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오피스의 현재 상영작 목록

<수면의 과학>은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로 이름을 알린,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기발한 뮤직비디오들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선보였던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이자, 이전까지 함께 작업해 온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이 아닌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제작한 첫 영화다. 6살 이후로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는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 온 스테파니(샬롯 갱스부르)를 좋아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이야기. 사실 <이터널 선샤인>은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영화였기 때문에, 미셸 공드리 감독이 찰리 카우프만이 아닌 자신만의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살짝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물론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수면의 과학>은 오히려 찰리 카우프만이 없음으로 인해 미셸 공드리 감독만의 상상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터널 선샤인>보다는 쉬우면서, 좀 더 기발한 영화라는 느낌. 엔딩이 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고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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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바깥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 역시 공사중이라서 좀 험상스럽다;

안젤리카 필름 센터는 멀티플렉스가 아니라서 다른 상영관의 영화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기도 상영관 앞에서는 아무도 감시를 하지 않는,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시스템. 11달러나 주고 산 티켓이 아까워서 한 편이라도 더 봐야 할 것 같아 선택한 영화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파운튼 (The Fountain, 한국 개봉 제목은 '천년을 흐르는 사랑')>. 줄거리를 한 줄로 정리한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며 반복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그렇게 만만한 영화는 아니다. 영원회귀 사상(?), 평형우주 이론(?) 등이 활용된 듯 하나 역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를 하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고, 생각만큼 재미는 없는 것 같다는 느낌. 너무 진지한 분위기라고 할까. 그렇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끊임 없이 반복되는 사랑이라는 영화의 모티브 자체는 나름대로 매력적인 듯 하다.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야 말로 내게 있어서 진정한 행복인 것 같다. 뉴욕엔 너무나도 많은 극장들에서 너무나도 많은 영화들이 상영중이고 그것들을 다 보기에는 시간도 모자르고 돈도 모자르다. 다시 영화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헤어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ㅡ 

덧. 두 번째 영화를 보면서 배가 고파서 팝콘을 사먹었는데 잘 모르고 콤보 메뉴를 시켰더니 이런 팝콘이랑 음료수랑 초콜렛 합해서 무려 10달러-_-;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바꿔달라 말도 못하고 그냥 우걱우걱 팝콘을 씹어 삼켰다. 앞으로는 절대 팝콘을 안 먹을 것이다-_ㅠ  

DAY-60 : I met Ben Folds!

여행기/뉴욕방황('06-'07)

그렇다. 그토록 기다렸던 그 날이 왔고, 결국에 그를 만나고 말았다. 벅찬 감동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다시 보고 싶어요, 아아아아아 벤 폴즈ㅠㅠ

맨하탄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반. 공연 입장은 6시 반부터라서 잠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공부하던 책 좀 보다보니 어느 새 시간은 5시 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저 벤 폴즈를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설레여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스타벅스를 나와 공연장인 헤머스타인 볼룸(Hammerstein Ballroom)로 갔다. 가는 길에 저녁으로 빅맥을 먹고;

6시 좀 안 되어서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흑인 아저씨들이 암표라도 팔려는지 벤 폴즈의 티켓이 있다느니, 또는 벤 폴즈 티켓을 안 팔겠냐느니 얼쩡거리고 있었고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 벤 폴즈의 수 많은 팬들은 그저 공연장 문이 열리기만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 끝에 가 서서 빨리 입장하기를 기다렸다. 아아, 사방에 미국인이 가득.

6시 반이 조금 넘어서야 줄이 줄어들기 시작. 형식적인 가방 검사를 하고 티켓을 체크한 후 바로 공연장을 입장. 아아, 이게 얼마만의 공연인지! 들어가자마자 벤 폴즈와 게스트 콘 모(Corn Mo) 관련 상품들을 팔고 있다. 벤 폴즈의 팬 티셔츠를 20달러나 주고 질러버렸다. 흑.

하지만 공연은 바로 시작하지 않고 1시간이나 지난 8시가 되어서야 게스트인 콘 모가 등장하였다. (그는 벤 폴즈의 'Get Your Hands Off My Woman'에 참여하였다.) 장발 머리에 마치 살찐 액슬 로즈를 떠올리게 하는 콘 모는 벤 폴즈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하드 락을 들려주었다. 8곡 정도를 정말 열심히 불렀다. 노래 하나는 정말, 잘 하더라. 목소리가 얼마나 큰 지;

콘 모의 공연이 끝났지만 벤 폴즈는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사람들도 기다리느라 지쳤는지 계속해서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지만 공연은 시작할 기미가 안 보인다. 어느 새 시간은 9시. 드디어 등장한 벤 폴즈.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In Between Days'를 연주하는데 자꾸 실수를 한다. 관객들이 어리둥절한 사이 갑자기 경비들이 나타나 벤 폴즈를 붙잡는다. 알고 보니 그는 가짜 벤 폴즈. 그제서야 진짜 벤 폴즈가 등장해 가짜 벤 폴즈를 한 대 때리고는 공연을 시작한다. 첫 곡은 'Trusted'.

이번 앨범 수록곡과 솔로 앨범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공연은 'Bitches Ain't Shit'에서 거의 절정에 달했다. 온갖 슬랭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에 담겨 있다니. 노래의 후렴구인 "Bitches can't hang with the streets"을 모두가 따라하며 공연장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는 'Landed'. 울고 싶었다. 정말로.

벤 폴즈 혼자 남아서 예전 노래를 부르겠다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벤 폴즈 파이브 1집에 수록되어 있는 'Boxing'. 하지만 중간에 가사를 까먹었는지 갑자기 관객들에게 가사를 묻는다. 그러고는 이래서 옛날 노래를 부르기 싫다나. 이거 너무 귀엽잖아 정말로. 벤 폴즈 파이브 시절의 노래를 몇 곡 혼자서 연주한 다음 드럼과 베이스가 다시 나와서 연주한 노래는 'Army'. 날아갈 것만 같아.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Kate', 'Zak and Sara'로 한껏 분위기를 띄운 공연은 'Not The Same'으로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앵콜은 벤 폴즈 파이브 3집에 수록되어 있던 'Narcolepsy'. "I'm not tired"라는 후렴구가 왠지 모르게 슬프게 들린다. 두 시간이 넘은 공연은 이렇게 끝.

집에 오는 길에 벤 폴즈의 노래를 들었는데, 뭐랄까 앨범이 라이브보다 못하다는 느낌이다. 너무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직접 들어야만 그의 열정,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앨범도 훌륭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역시나 그는 귀여웠고, 재밌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수많은 조크들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미국인 친구를 만드는 것도 역시나.

하지만 다음 달에는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 다음에는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