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NATION

'낙서장'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105년의 영화들.
  2. 에브리씽 이즈 어썸
  3. 심슨가족 오프닝 8비트 버전
  4. 으앙 무한반복
  5. 2014년 기억하고 싶은 영화들
  6. 2012년에 읽은 10권의 책
  7.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단상
  8. "그래, 물론 인생은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해" (1)
  9. 버스커버스커 (1)
  10.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종영을 바라보며
  11. 조금 늦었지만, 2011년 기억하고 싶은 영화·책·음반들
  12. '몸에 갇힌 사람들'(수지 오바크 지음, 창비)에서 발췌
  13. 영화 [금지된 사랑(Say Anything)] 중에서...
  14. 지난 일요일, EBS에서 HD로 방영한 <8월의 크리스마스> (2)
  15. 투표합시다!
  16.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네 번째: <언 애듀케이션> 개봉 기념 캐리 멀리건 스페셜 (2)
  17.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세 번째: 구스 반 산트 스페셜 (8)
  18.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두 번째: 이와이 슌지 스페셜 (14)
  19.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4)
  20. 독서취향 테스트 (12)
  21. 뒤늦은 편견 릴레이 (from 카푸치노~님) (6)
  22. 덕수궁 대한문부터 광화문까지 (2)
  23. 비빔툰 (6)
  24. 제대로 놀자 -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 (The ZEN)'
  25. 사라져가는 추억들 - 철거되는 세운상가, 낙원상가와 아트시네마, 그리고 <비카인드 리와인드> (20)

2105년의 영화들.

낙서장

'올해의 영화' 같은 걸 뽑아보고 싶었으나 취향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냥 올해 본 영화들 중 재미있게 본 영화들만 추렸다. *표시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오래 기억하고 싶은 영화들.


<한국영화>

검은 사제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극비수사

무뢰한

베테랑*

사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소셜포비아*

소수의견*

스물

암살

오피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차이나타운


<외국영화>

갓 헬프 더 걸*

괴물의 아이*

나이트 크롤러

내일을 위한 시간*

도라에몽: 스탠 바이 미*

러브 앤 머시*

리바이어던

마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빅 히어로*

빅 아이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스틸 앨리스*

스파이*

스파이 브릿지*

스폰지밥 3D*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앤트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위아영*

위플래쉬

이미테이션 게임*

이별까지 7일

인사이드 아웃*

종이 달

쥬라기 월드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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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이즈 어썸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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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 오프닝 8비트 버전

낙서장



지난주 방송된 심슨가족 시즌26 에피소드14 오프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제작진이 보고 방송에도 넣은 듯. 귀엽다. 뿅뿅뿅- 특히 마지막 부분이 최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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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무한반복

낙서장



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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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기억하고 싶은 영화들

낙서장

마음 같아서는 길게 글을 쓰고 싶지만 바쁨+게으름으로 리스트만 남긴다.


2014년의 한국영화

카트


이것이 한국 사회의 미래다.


2014년의 외국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유 가이즈 아 어썸!


2014년의 가슴 뭉클 영화

피크닉(신촌좀비만화 중에서)

비긴 어게인

보이 후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겨울왕국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2014년의 너무 묻혀버린 영화

슬로우 비디오

좋은 친구들


올해 나온 한국영화들 중 서울을 가장 예쁘게 담아낸 영화.


올해 한국영화가 놓친 가장 아까운 작품.


2014년의 유쾌통쾌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레고 무비

고질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

인터스텔라


2014년의 흥미진진 영화

나를 찾아줘

우아한 거짓말

갈증

경주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2014년의 왠지 언급해야 할 것 같은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도희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공주

조난자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자유의 언덕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2014년의 아역 배우

피크닉, 경주, 제보자, 카트의 김수안


이 아이는 '여행자'에서 본 김새론처럼 앞으로 정말 멋진 배우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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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읽은 10권의 책

낙서장

2012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겨우 10권이다. 작년에는 그래도 한 달에 적어도 한 권씩 책을 놓지 말자는 생각으로 틈틈이 13권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는 내가 생각해도 부끄러울 정도로 책을 안 읽었다. 가끔씩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바쁜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나 막상 1년의 끄트머리에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니 그 모든 건 다 핑계가 아니었나 싶다.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그럼에도 2012년을 함께 했기에 의미 있는 10권의 책들이다.




20대 시절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한국 소설가는 (부끄럽지만) 김영하, 박민규였다. 30대가 된 지금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소설가는 김사과다. 그의 글은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로 굳어가는 머리에 날카로운 채찍처럼 박힌다. '테러의 시'는 거침없는 문장으로 빚어내는 강렬한 이미지로 그는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소설이다. 앞으로도 그의 글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영화 '은교' 때문에 읽기 시작했지만 이내 흥미를 자아내는 소설의 구성에 빠져들어 순식각에 읽은 책이다. 하지만 은교에 대한 묘사에서 드러나는 처녀성에 대한 숭배는 좋은 시선으로 보려고 해도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 영화 '은교'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늙음과 젊음에 대한 테마를 더 잘 담아낸 소설에 한 손을 들고 싶다.




그냥 정신없이 빠져드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7년의 밤'은 소문과 달리 내게는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여러 등장인물의 내면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어서인지 3분의 1 지점까지는 몰입하기 힘들었다. 또한 많은 인물들이 하나 같이 성격적 결함을 지닌 인물로 다뤄지는 것도 답답했던 부분 중 하나. 다만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서서히 전체 이야기를 채워가는 구성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읽으라고 준 책. 제목 그래도 주진우 기자의 취재 뒷이야기들이 무협 소설처럼 채워져 있었다. 그만큼 흥미롭기도 했던 책. 그리고 기자는 역시 몸으로 뛰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하면서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 책.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진우 기자를 기자의 모범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던 책.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인터뷰에서 차기작으로 '고역열차'를 선택했다는 말을 듣고 읽었다. 실제 항만 노동자로 10대 후반을 보낸 소설가 니시무라 겐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사소설. 굉장히 자조적인, 때로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 황량하게 만드는 문장들. 좀처럼 희망을 찾기 힘든 이 소설의 해피 엔딩은 니시무라 겐타가 이 소설로 인해 일약 스타가 됐다는 사실 아닐까.




여자친구로부터 성문영이 번역한 책이라는 말을 듣고 지난해에 구매했으나 올해 들어서야 완독했다. 호기심 가득한 귀여운 소녀 플라비아 들루스의 모험과 추리를 담은 소설. 추리물로서는 평이한 수준. 대신 당돌한 플라비아 들루스의 캐릭터가 더 인상적인 책이었다. 이후에 나온 '꼭두각시 인형과 교수대'는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고이 보관중. 지난해 12월에는 시리즈 3권 '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도 발간됐다.




영화 '용의자X' 때문에 읽었다. 일본판 영화를 이미 봤기 때문에 소설도 금방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감상도 일본판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리를 가장한 멜로라는 느낌.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올해 읽은 책들 중 마음에 가장 깊숙이 파고 든 책. 모든 혁명은 문학에서 비롯됐다는 사사키 아타루의 도발적인 선언. 편지글을 읽는 듯 친절한 문체와 함께 문학은 여전히 죽지 않았음을 열변하는 그의 말에 굳어 있던 머리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한 번 열심히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 여자친구가 추천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과 함께 여자친구의 추천으로 읽은 책. 플로리다 펜서콜라(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의 고향으로 나오는 그곳)의 지하실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소녀 래칫이 어느 날 증조할머니의 재종형제(라고 쓰고 이모 할머니라고 부르는) 펜펜과 메누토의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 세상과 벽을 쌓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해온 펜펜과 메누토 할머니, 그리고 어깨에 난 '무언가' 때문에 늘 움츠러 있던 래칫,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버림 받는 것에 익숙한 거침없는 소녀 하퍼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무심한 듯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각자의 성장을 그려낸다. 때로는 썩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펜펜과 메누토의 이야기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짠하면서도 뭉클한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아직 읽고 있는 책이다. '고민하는 힘'의 강상중 교수가 3.11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사회적 사건과 아들의 자살이라는 개인적 사건을 맞닥뜨린 뒤 쓰기 시작한 책. 그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점점 유동적으로 변해가고 행복이나 희망이라는 가치도 바뀌어가는 지금, 늘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지금 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는 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해나간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친절하면서도 힘있게 주장을 펼쳤다면 '살아야 하는 이유'는 친절함과 동시에 조심스러운 태도로 우리 삶의 변화를 촉구한다. 2012년을 마무리하는 책이자 2013년을 새롭게 여는 책.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단상

낙서장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 지미 페이지가 등장했을 때부터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대니 보일이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은 기대감을 높였고. 뒤늦게 찾아본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기대만큼 멋있는 퍼포먼스였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만큼 영국 문화를 좋아한다는(좋아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 눈에 띈 건 영상과 퍼포먼스의 결합. 예전 올림픽 개막식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영상과 퍼포먼스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펼쳐진 개막식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영상 속 배우나 실제 인물들이 퍼포먼스와 연결되는 부분들은 정말 공들여 연출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대니 보일을 기용한 건가 싶기도 했고.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하늘에서 뛰어내리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물론 인형이었지만. ㅋ)


- 한국이었다면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 같은 걸 주제로 내걸었을 텐데, 영국은 산업혁명을 내세워 그 명과 암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보여줬다. 산업화를 이끄는 이들의 기대에 찬 눈빛과 피로에 젖은 노동자의 모습,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온 여성들을 한 자리에 모은 퍼포먼스에서 지나간 역사의 업적과 과오를 모두 끌어안고 현실을 바라보려고 하는 태도를 읽었다면 지나친 걸까. 영국인들에게는 생색내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스타디움 건설 노동자들까지 초대해 성화봉송 과정에서 그들의 노고를 보여주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짠했다.


- 물론 제일 좋았던 것은 영국 영화와 음악에 대한 퍼포먼스. 더 후, 롤링스톤즈, 비틀즈를 지나 레드 제플린, 데이빗 보위까지 이어지는 음악의 향연. 섹스 피스톨즈마저 이제는 영국을 자랑하는 문화적 상징이 된 건 조금 아이러니했지만. 뉴 오더, 해피 먼데이스를 지나 프로디지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90년대 영국 음악에 빠져 지내던 내가 떠올라 살짝 낯간지러웠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등장에는 살짝 콧등이 시리기도.


- 90년대 대표 영화에 '트레인스포팅'과 언더월드 노래가 나왔다. 대니 보일은 이 장면 연출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ㅎㅎ


- 메리 포핀스 나오는 장면도 짠했다. 볼드모트가 벌써 저렇게 유명한(?) 악당이 된 건가 싶기도 했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런던에서 또 올림픽을 한다면 그때는 해리 포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영국 의료 체계가 무상인 것도 이번 기회에 알았다. 이런 걸 올림픽에서 자랑하다니 영국은 무서운 나라였다-_-; (한국은 4대강 사업?;;)


- 악틱 몽키스가 축하공연에 나왔다. 한국이었다면 소녀시대가 나왔으려나... 폴 매카트니는 그 나이에도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멋있었다.


- 그러나 올림픽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여기까지. 메달과 순위에 연연하며 애국심에 불타오를 앞으로의 2주는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래, 물론 인생은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해"

낙서장






버스커버스커

낙서장

장안의 화제인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들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감성이 있는 노래였다. '벚꽃 엔딩'과 '여수 밤바다'는 한 번 듣고 나면 멜로디의 여운이 남는 매력이 있었다. 그 여운이 이들의 음악이 사랑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소탈한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밴드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1집 음반에 대한 반응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특히 '아이돌 일색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버스커버스커는 최근 홍대 인디 신의 한 경향과 맞닿아 있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 담백한 멜로디, 솔직한 가사. 버스커버스커 이전에도 비슷한 음악을 하는 밴드는 많았다. 그런데 무엇이 버스커버스커를 이런 엄청난 스타덤에 오르게 만들었는가.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두 다 알고 있다. 바로 '슈퍼스타K'다. 버스커버스커가 예정대로 '슈퍼스타K' 생방송 오디션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이들의 음반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슈퍼스타K'는 버스커버스커를 통해 "꿈을 이루게 하는 오디션"이라는 슬로건을 현실로 보여줬다. '슈퍼스타K', 더 나아가 CJ E&M이라는 기업이 버스커버스커와 대중 사이의 연결 통로가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지점이 못내 아쉽다. 결국 좋은 음악도 거대한 자본의 힘을 거치지 않으면 대중과 만날 수 없는 것인가.


영화도 음악도 그 자체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일까. 대중의 취향을 따르기 이전에 자신의 취향을 찾아서 먼저 영화와 음악을 찾아서 보고 들을 수는 없는 걸까. 영화가 상업영화 일색이 되고 음악이 아이돌 천국이 되는 현상에는 다양성을 찾지 않으려는 우리의 잘못도 있는 것 아닐까.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이 일회적인 소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감성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쓰고 보니 결론이 이상하다-_-;;;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종영을 바라보며

낙서장



열심히 챙겨보던 두 편의 시트콤이 끝났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하이킥3')과 MBC에브리원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구하라')가 바로 그 주인공. "몰락한 이들이 희망을 찾아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하이킥3'와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구하라'의 공통분모는 바로 평범하고 소박한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


부도 위기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는 안내상 가족과 취업에 힘들어하는 백진희, 입시가 아닌 꿈을 찾고 싶은 김지원 등 '하이킥3'의 인물들이 일상적인 캐릭터라면 잉여들로 가득한 '희엔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는 '구하라'의 인물들은 특수한 영역을 통해 현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전혀 다르지만 결국 거창하지 않은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하이킥3'의 마지막회, 안종석은 "우리가 살면서 갖는 모든 꿈들은 환상일지 모른다. 내게는 명인대와 김지원이 그런 환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환상이 있어 사람들은 살안간다"도 독백한다.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하이킥3'였지만 그 지지부진함도 결국에는 이렇게 소박하게 꿈을 이야기하기 위해 김병욱 PD가 소소한 이야기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구하라'의 마지막회, '인간적인 캐릭터들의 사람맛 나는 이야기'를 그릴 수 없는 주류 연예계의 현실과 그속에서 벗어나 '인도'를 바라보는 출연진들의 마지막 춤사위는 어쩐지 유쾌하면서도 쓸쓸했다. 그들의 꿈도 소박하지 않았을까. 시종일관 유쾌했던 '구하라'였지만 마지막회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었다.


무엇보다 두 작품 모두 로맨스에 은근한 방점이 놓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이킥3'는 김병욱 PD의 전매특허인 러브라인이 빠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 전작이 짝사랑의 애틋함을 중심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탐구했다면 이번에는 갓 연애를 시작한 커플의 풋풋한 관계와 사랑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감정에서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인물들의 이야기, 여기에 중년을 지나며 식어버린 관계 속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더해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사랑을 파고들었다. 여전히 김병욱 PD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구하라'는 로맨스가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지만, 마지막회에서 윤PD가 구대표에게 "내게는 희본씨도 중요해요"라며 예능국 PD를 선택하는 모습은 스치듯 지나갔지만 이 힘든 세상에서 사랑만큼은 여전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윤성호 감독만의 로맨티시즘이 엿보여서 반가웠다.


아무튼 시트콤이 끝났다. 이제는 무얼보는 낙으로 사나. '무한도전'도 여전히 결방 중이고... 하나의 우주가 끝나는 순간이라 그런가 이상하게 아쉽다.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저 뮤직비디오. 며칠 째 입가를 떠나가지 않는다. "바로 발리우드 바로 발리우드~" 플래시몹도 있다. 이것도 필견.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조금 늦었지만, 2011년 기억하고 싶은 영화·책·음반들

낙서장

해를 넘겨 정리하는 2011년의 영화, 책, 음반들. 회사를 옮긴 작년 5월부터 바쁜 일상을 보내서 영화도, 책도, 음악도 많이 챙겨 보지도, 읽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나중에 2011년을 되돌아보면 다음 목록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길게 글로 남기고 싶지만 시간 부족(을 빙자한 게으름;)을 이유로 간단한 언급만 남긴다.

2011년의 한국영화

파수꾼
무산일기
만추
티끌모아 로맨스

(아차상: 두만강 / 시선 너머 / 써니 / 미안해, 고마워 / 풍산개 / 혜화, 동 / 마당을 나온 암탉 / 최종병기 활 / 오직 그대만 / 돼지의 왕 / 오늘)

2011년의 외국영화

아이 엠 러브
환상의 그대
라푼젤
블랙 스완
세상의 모든 계절
고백
네버 렛 미 고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차상: 더 브레이브 / 파이터 / 히어애프터 / 황당한 외계인: 폴 / 한나 / 마셰티 /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슈퍼 에이트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2011년의 책

저녁의 구애 / 편혜영 (문학과지성사)
큰 늑대 파랑 / 윤이형 (창비)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문학동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세계사)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세계사)
미나 / 김사과 (창비)
최순덕 성령충만기 / 이기호 (문학과지성사)
달로 / 한유주 (문학과지성사)

2011년의 한국 음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우정모
모임 별 / 아편 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신윤철 / 신윤철 [EP]
얄개들 / 그래, 아무 것도 하지 말자
정차식 / 황망한 사내
조동희 / 비둘기
트램폴린 /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2011년의 외국 음반

Battles / Gloss Drop
Beastie Boys / Hot Sauce Committee Part Two
Bon Iver / Bon Iver, Bon Iver
Cut Copy / Zonoscopte
Destroyer / Kaputt
Fleet Foxes / Helplessness Blues
Foo Fighters / Wasting Light
Girls / Father, Son, Holy Ghost
M83 / Hurry Up, We're Dreaming
Modeselektor / Monkeytown
Neon Indian / Era Extraña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Belong
Perfume / JPN
Radiohead / The King of Limbs
Real Estate / Days
SebastiAn / Total
Toro Y Moi / Freaking Out [EP]
Toro Y Moi / Underneath the Pine
tUnE-yArDs / w h o k i l l
Washed Out / Within and Without
Yuck / Yuck

'몸에 갇힌 사람들'(수지 오바크 지음, 창비)에서 발췌

낙서장


- [SBS ‘빅토리’, 다이어트 통한 삶의 변화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글을 쓰게 된 건 여자친구 소개로 읽은 책 '몸에 갇힌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 동안 일 때문에 잊고 지냈던(혹은 잊으려고 했던) 자본주의 미디어의 무시무시함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깨닫게 한 책. 구체적인 감상과 의견을 글로 남기고 싶었으나 게으름을 핑계로 발췌한 부분만 남겨 놓는다.

- 세상에는 언제나 사회적․문화적 지시에 의해 형성된 몸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려는 것은, 몸에 대한 현재의 문화적 담론을 볼 때 우리는 신체 불안정화의 시대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고, 우리의 몸은 뭔가 새로운 광란의 분위기에 둘러싸였다는 것이다. (p.33)

-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알려준 사실들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섹슈얼리티란 개념은 잘못이라는 사실이다. 성적 욕망은 갈등과 갈망, 환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몸 그 자체가 프로이트시대의 섹슈얼리티만큼이나 복잡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내 주장의 핵심이다. (p.36)

- 우리가 깃들여 살려고 노력하는 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몸들은 우리에게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우리는 몸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려는 것일까?

- 우리 시대의 몸은 전시하는 장소가 되었다. (p.143)

- 다양한 몸의 표현방식들을 차라리 결여된 몸들의 위기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145)

- 신체적 증상은 몸이 몸 자체와 몸의 욕구들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몸이 그저 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p.149)

- 오늘날 몸은 우리가 깃들어 사는 장소라기보다는 차라리 환상을 담는 덮개가 되었다. (p.203)

- 지난 30년간 시각문화의 새로운 문법이 널리 퍼졌고, 소비가 곧 권력을 얻는 일이라는 논리가 득세했으며, 다이어트․제약․식품․성형수술․스타일 산업이 활약했고, 열망이 민주화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깃들여 사는 몸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 수 있고, 완벽하게 만드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우리는 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몸을 당연한 것이자 즐거운 것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몸에 새로운 육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몸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여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 몸에 대한 상업적 착취와 신체적 다양성의 격감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 (pp.271-272)

- 책에 대한 감상을 살짝 덧붙이자면 사례들이 많아서 흥미롭기는 했는데 글의 호흡이 길어 몰입은 잘 안 되는 편.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는 심히 공감한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에서.

영화 [금지된 사랑(Say Anything)] 중에서...

낙서장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데뷔작 [금지된 사랑]에서 제일 좋아하는 한 장면. 존 쿠삭의 풋풋한 청춘영화. 즐겨찾기 정리하다 이렇게 블로그 업데이트... -_-;;


지난 일요일, EBS에서 HD로 방영한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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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아이폰으로 촬영;)

좋아하는 영화가 너무 많은 지금, 인생의 영화를 단 한 편 고르라는 질문은 내게 너무 잔인한 질문이다. 좋아하는 영화에 담긴 사연이 제각각이고, 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서로 다른데 그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건 마치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 둘 중 누가 좋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생의 영화'라는 의미를 지금껏 살면서 처음으로 영화를 통해 마음이 움직인 경험이라고 간주한다면, 단 한 편의 영화를 고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다.

고등학교 시절 비디오로 본 <8월의 크리스마스>는 마치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한 순간이었다. 단번에 영화에 사로잡힌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몇 번이고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좋은 영화는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였고, 멜로영화도 때로는 이렇게 가슴을 울릴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였으며, 카메라가 넌지시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그후로도 나는 매년 꼭 한 번씩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20대가 된 뒤, 허진호 감독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기 전까지 <8월의 크리스마스>를 관람하는 건 마치 연례행사와도 같은 일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8월의 크리스마스>를 그냥 기억 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너무 많은 영화를 본 나머지 영화에 대한 감흥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 무엇보다도 허진호 감독의 행로에서 만족보다는 실망을 더 많이 한 지금, 마치 쉽게 손상될 것을 두려워해 박물관에 보관해 둔 보물들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EBS에서 HD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방영한다는 소식은 나의 잊혀진 보물을 다시금 꺼내게 만들었다. 물론 그 출발은 HD로 태어난 정원과 다림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HD 방영답게 영화는 DVD로는 즐길 수 없었던 짠한 화질이 너무나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화질에 대한 감탄도 잠시, 순식간에 영화에 빠져든 나는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던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과 함께 서서히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정교하게 계산된 카메라의 시선, 섬세하게 담아낸 빛의 느낌, 그리고 그 속에서 감정을 나누고 있는 정원과 다림의 모습은 고등학교 시절 본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나를 사로잡은 이유를 비로소 알게 했다. 지금까지의 나를 지탱해온 감성의 근원이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에 있었다. 다시 한 번 내 인생의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겠다. 내 인생의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을. 내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인 영화는 많고 많지만, 그럼에도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을 때 느낀 그 '첫경험'만큼의 울림을 받은 영화는 없으므로.


투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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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잽싸게 씻고 투표하고 왔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투표소라서 슬리퍼 신고 동네 산책하는 기분으로 슬쩍 갔다 왔습니다. 지난번 대선 때는 오후 늦게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서 오전에 갔더니 역시 사람이 많지 않더군요. 덕분에 가뿐한 마음으로 투표를... 아무튼 아직 투표 안하신 분들은 신분증만 챙겨서 후딱 다녀오시길! 날씨도 좋은데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오기 딱 좋은 날입니다.

그런데도 투표할 의향이 없으시다면 다음 동영상을...

indiesitcom 할수있는자가구하라 자매품1 두근두근 No Vote No Sex from indiekoohara on Vimeo.



윤성호 감독의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자매품 '두근두근 No Vote No Sex'. 윤성호 감독의 센스가 빛나는 영상입니다. 왠지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팍팍 생기지 않습니까? (출처는 http://indiesitcom.com/)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네 번째: <언 애듀케이션> 개봉 기념 캐리 멀리건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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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리는 아이팟 터치 / 아이폰 배경화면은 <언 애듀케이션>의 주인공인 캐리 멀리건 스페셜. '배니티 페어' '더 옵저버' 등에서 활약했던 저명한 저널리스트 린 바버가 분기별 문학지 'Granta'에 기고한 12페이지 가량의 짧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언 애듀케이션>은 <어바웃 어 보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원작으로 유명한 닉 혼비가 각색 및 각본에 참여하고 덴마크 출신의 론 쉐르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다. 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17세 소녀 제니가 연상의 남자 데이빗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랑을 통한 성장을 그린 <언 애듀케이션>에서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은 단연코 주연을 맡은 캐리 멀리건이다. 그녀는 사진만으로도 느껴지는 귀여운 매력으로 영화를 감싸안는 놀라운 흡입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피터 사스가드, 알프리드 몰리나, 엠마 톰슨, 올리비아 윌리엄스, 샐리 호킨스 등 적은 비중으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호흡도 <언 애듀케이션>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 17살 소녀 제니의 상쾌한 성장기 <언 애듀케이션>은 오는 18일 개봉 예정이다.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세 번째: 구스 반 산트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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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터치 / 아이폰 배경화면 세 번째는 구스 반 산트 감독 스페셜. 사실은 배경화면 핑계로 살펴보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필모그래피 정리, 라고나 할까; 데뷔작 <말라 노체>부터 <밀크>에 이르기까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정말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는 느낌이 포스터만 놓고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러니 구스 반 산트를 좋아할 수밖에.

<카우걸 블루스> <투 다이 포>는 괜찮은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서 생략. <파인딩 포레스터>는 영화를 안 봐서인지 이상하게 애정이 안 가서...;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두 번째: 이와이 슌지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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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심심풀이 삼아 올렸던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이 의외로 검색경로의 상위권을 차지하길래 다시 한 번 만들어 본 배경화면들. 이번에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로 만들었다. 그런데 오래 전 영화들이라 그런지 포스터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몇몇 배경화면은 그다지 화질이 안 좋은 것들도 좀 된다. 그래도 이와이 슌지의 팬이라면 포스터만 봐도 가슴이 벅찰 듯. 그러고 보니 겨울이라 그런가 오랜만에 이와이 슌지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 아무튼.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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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만들어 본 아이팟 터치+아이폰 배경화면. '만들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원래 있는 사진들을 320x480 사이즈로 크롭했을 뿐임; 아오이 유우는 좀 더 예쁜 사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검색 능력 부족+귀찮니즘'으로 저거 하나만 겨우 구했다. 머리를 쥐어 짜내 봐도 영화 포스터말고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좀 더 찾아봐야지.

지금 내 아이팟 터치의 배경화면은 <미스 리틀 선샤인>.



독서취향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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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와 유라시아 대륙 끝자락에 나타나는 툰드라 지대는 태양빛이 워낙 약해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계절별 온도차가 극심한 곳으로 일부 지역에선 겨울과 여름 기온차가 60도 이상 벌어진다. 지표 30cm 이하 토지는 영구동토층을 형성하고, 표토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극지 생명체들의 삶의 순환을 창조한다.

차갑고 황량하고 기이한. 툰드라는 당신의 취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기후대입니다.

  • 빙산처럼 관조적인:
    툰드라 해안을 고요히 떠다니는 빙산처럼, 당신의 취향은 쿨하고 초연한 편. 기본적으로 당신은 남들이 어떤 책을 보는지 거의 관심이 없으며, 모든 책과 책에 대한 취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즐김.

  • 단단히 얼어붙은:
    동토층에 기반한 지대처럼 확고한 논리적/이성적 기반을 가진 스토리를 선호함. 기이한, 특이한 내용의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논리와 상식을 벗어나선 안됨.

  • 얼았다 녹았다...:
    좋아하는 책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거나, 이랬다 저랬다 함. 어떤 때는 비주류 성향의 픽션을 좋아하다가도, 어떤 때는 극히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베스트셀러에 빠지는 경우도 있음.

당신의 취향은 인터넷 출판 시대의 주류입니다. 고전적 의미의 출판 시장을 여성들(소녀 취향)이 장악하고 있다면, 현대 인터넷 시대에 온라인 출판 시장은 당신 취향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취향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 반응하리라 예상됩니다.

어슐러 르귄
달의 주기에 맞춰 '발정'하는 성의 주기
성의 주기는 평균 26일에서 28일이다. 21일 또는 22일 동안 각자는 성적으로 활동이 없는, 잠재상태의 '소머'이다. 18일째 되는 날 뇌하수체의 작용에 의해 호르몬 변화가 시작되며, 22일째 또는 23일째 되는 날 각자는 '케머', 즉 발정기에 들어간다. 케머 첫 단계(카르하이드 말로 '세헤르'라고 한다)에서 그들은 완전한 자웅동체를 유지한다. 성의 발현과 발정은 격리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세헤르' 때 만일 혼자 있거나 케머 중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성적 결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성적 충동이 너무 강해서 그것이 그의 인격을 완전히 지배하며, 그 밖의 모든 충동을 억누른다. 케머 중인 파트너를 찾으면 호르몬 분비는 그들 중 한 사람이 남성호르몬 또는 여성 호르몬에 지배될 때까지 더욱 자극된다. 생식기는 팽창하거나 수축하며, 상대의 변화에 흥분한 파트너는 자동적으로 다른 성의 역할을 맡게 된다. 가끔 케머 상대에게 동일한 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 어둠의 왼손 中

스타니스와프 렘
"이 과거의 망상이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하고 벌건 백주에 느닷없이 나타난다면? 자기에게 달라붙어 절대로 떨어지지도 않고 죽일 수도 없는 것이라면? 그럴 경우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어디서지?"
"바로 여기야. 솔라리스에서."
- 솔라리스 中

로저 젤라즈니
 냄새에 대해서도 민감해졌겠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상상할 수 있는 구역질나는 냄새말고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사람 살이 썩어가는 냄새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악취가 오랫동안 풍겨왔던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누군가가 그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위병이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을 들여다볼 생각을 할 때까지, 도대체 몇 개의 빵, 몇 잔의 맛없는 스프가 손대지 않은 채로 그냥 썩어가야 하는 것일까?
- 앰버 연대기 中


테스트는 여기에서 할 수 있음.
그런데 독서취향까지 외톨이면 어떻하냔 말이다!! ㅠㅠ


뒤늦은 편견 릴레이 (from 카푸치노~님)

낙서장
카푸치노~님에게서 아주 오래 전에 받았으나 이제야 작성하게 된 편견 릴레이입니다(-_ㅠ).

그런데 막상 편견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쓸 말이 없다는. 왜냐면 제 자신이 편견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야말로 그 어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다는 편견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빠진 말을 하거나 행동을 보이면 가차없이 지적하면서도, 남들이 제 말이나 행동에서 그런 부분들을 발견해내면 무조건 아니라고 발뺌을 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틀렸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남을 평가하는 기준과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 사이에 발생하는 이 간극이 제게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갖게 합니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에는 익숙해진 편견에 빠져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뭐, 이게 다 지나치게 완벽주의를 추구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편견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왠지 편견 릴레이라고 하면서 일기를 써버린 느낌입니다. 하하하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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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부터 광화문까지

낙서장




오후 늦게가 되어서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미 노제는 끝났고 운구 행렬도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자리를 뜰 줄을 모른 채.
광화문으로 걸어가다 보니 슬슬 전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인의 뜻을 생각해 일상 생활로 돌아가달라는 경찰의 방송이 귀를 울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사실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다.

TV로 영결식을 보는 데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이 슬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도 광화문은 전경 버스로 철저하게 막혀 있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배우지도 깨닫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비빔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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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한겨레에서.

한겨레는 대학 들어가면서부터 읽게 됐다. 읽고 싶지 않아도 과방과 학회실에 널린 게 한겨레라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재미도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매일 연재되던 비빔툰은 학교 가기가 무섭게 찾아볼 정도로 좋아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은 아직 알 수가 없으니 그런 면에서 좋아한 건 아니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귀엽고 정감어린 그림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나 할까. 언젠가부터 1주일에 한 번 연재로 바뀌었다. 그래도 변함없이 비빔툰은 한겨레에서 즐겨보는 꼭지 중 하나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아직 세상 물정 모르던 겨운이가 이제는 남들을 의식하는 고민에 빠진 어엿한 소녀가 됐다. 소녀의 고민 속에서 나 자신의 고민이 보였다. 소녀나 어른이나 다 같은 고민을 한다. 비빔툰은 살아가면서 쉽게 잊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지친 마음에 부는 따스한 바람 같은 느낌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놀자 -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 (The 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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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놀 줄을 모른다. 그 흔한 축제 하나 없는 것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여긴다. 모두가 하나같이 빨간 옷을 입고 거리로 몰려 나와 밤새도록 소리를 지르며 함께했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 축제가 전무한 한국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서는 그때 있었던 일들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 이후로 사람들은 다시금 그렇게 놀아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사람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음침한 곳에서 노는 것이 전부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답답함을 털어내고 자유롭게 놀 줄을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지난 11월 21일부터 홍대 앞에 위치한 씨어터 제로에서 열리고 있는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The ZEN)’은 이런 경직된 한국의 놀이 문화에 일침을 던지는 공연이다. 이름처럼 한바탕 놀아보자고 작정한 퍼포먼스 공연이다. 한바탕 놀기 위해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은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의 연기를 보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배우와 같은 위치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공연에 동참하게끔 만든다. 그 시도가 짐짓 낯설면서도 신선한 면이 없지 않다.

공연은 시작 전부터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목욕가운을 입고 입장을 기다리라니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면 처음부터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그 불편했던 목욕가운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짐을 깨닫는다면, 왜 목욕가운을 입고 공연을 봐야 하는 건지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두 명의 배우들에게 이끌려 공연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운 조명에 짙게 스모크가 깔려 있는 공연장 가운데에는 거대한 비닐이 쳐져 있고 그 안에 여섯 명의 배우들이 멍하니 서있다. 이 얇은 비닐처럼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에서 배우와 관객의 구분은 언제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비닐이 사라지는 순간 관객은 이제 배우와 하나가 되어 공연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아닌 공연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반자가 된다. 이 낯선 공연장 안에서 관객들이 어떤 기분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배우들은 자연스런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한다.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강한 태도로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 과정이 어색하기 보다는 오히려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한바탕 놀아보자는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의 의도는 충분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조명이 꺼진 채 배우들이 라이터를 켜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순간이다. ‘나’ ‘너’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에’ ‘나는 여기서 생각해’ ‘너는 거기서 생각해’를 배우들이 반복하며 말할 때, 관객들은 배우들과 자신의 구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곧 너일 수도 있다는 사실, 나와 너 사이의 벽을 허무는 순간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이 펼치는 놀이판의 정체다. 그때부터 관객들은 이제 한 사람의 배우가 되어 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고무공을 서로 주고 던지는 난장이 펼쳐지기도 하고, 누구 할 것 없이 춤을 추는 춤판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결국 클럽에서 춤을 추며 노는 것과 다른 게 없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클럽과 이 공연이 다르다면 그건 마음 상태에 있을 것이다. ‘놀이터 퍼포먼스 더 젠’은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만든다. 마음 속 모든 걸 털어내고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 상태. 이 자유야말로 놀이의 본질임을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연을 통해 관객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중요한 공연인 만큼 관객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많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한참 공연을 즐기면서 이제야말로 제대로 놀아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연은 끝나버린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되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그 아쉬움을 현실 세계에서의 놀이를 통해 해소해서 놀 줄 모르는 이 대한민국을 진정한 놀이판으로 만들어보자는 공연의 숨겨진 의도일지도 모른다.


- 연말에 친구 덕분에 보게 된 공연. 친구 부탁으로 후기 아닌 후기를 작성했다가 뒤늦게 올림;
- 공연은 1월18일까지 계속될 예정. 더 자세한 정보는 http://cafe.daum.net/theaterzero 참고.

 

사라져가는 추억들 - 철거되는 세운상가, 낙원상가와 아트시네마, 그리고 <비카인드 리와인드>

낙서장
#1
세운상가가 사라진단다. 종묘 공원 앞에 있는 그 낡은 건물 말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봤다. 처음 세운상가를 간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케이블방송이 없던 시절이었다. 유선방송까지 보지 않던 우리 집은 안테나로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안테나를 사러갔다. “세운상가는 용산 전자상가보다 호객 행위가 심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 다음으로 세운상가를 간 건 고등학교 때였다. 방송반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러갔다. “세운상가에 가면 야한 비디오도 판다던데.” 친구가 얘기했다. 세운상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진 적은 없었다. 그곳에 무관심해졌다. 그리고 세운상가는 점점 낡아져 갔다. 지금은 흉물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세월이 지난 지금 그곳에서 가끔 지나간 서울의 흔적을 발견한다. 세운상가를 지나갈 때마다 20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묘한 기분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곳에 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2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매년 주최하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을 갔다. 시간을 잘못 알아 택시를 타고 허겁지겁 달려갔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숨을 돌리고 내용들을 받아 적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올해 ‘공간의 발견, 행복의 시네마테크’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관객이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낙원 악기상가에 어울리게 낙원음악영화제를 개최한단다. 공간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야심이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낙원상가도 곧 없어진다지만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상영관을 꾸며가겠다.” 물론 전용관 확보를 위한 노력도 잊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니까 서울아트시네마도 몇 년 내에는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운명에 처해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유일한 악기전문상가인 낙원상가도 사라질지 모른다. 대학교 시절 밴드를 할 때 낙원상가를 자주 다녀가곤 했다. 수원까지 드럼 세트를 들고 옮긴 끔찍한 기억도 있다. 극장은 또 어떠한가. 수많은 고전들을 만난 곳. 그리고 우디 앨런의 영화와 처음 조우한 곳. 한 동안은 계속되겠지만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른다니 한숨이 나온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

#3
미셸 공드리의 <비카인드 리와인드>를 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터널 선샤인> 때문에 공드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이터널 선샤인>을 공드리의 영화가 아니라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공드리의 <휴먼 네이처>, 스파이크 존즈의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의 시나리오를 썼다)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드리가 직접 각본을 쓴 <수면의 과학>을 봤을 때 나는 난삽하고 빈약한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만 메우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 미안해요, 공드리. 나는 당신보다 찰리 카우프만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비카인드 리와인드>도 당연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예상을 뛰어넘는 영화였다. 공드리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이야기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빠져들어 버렸다. 허름한 비디오 가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물론 여전히 영화는 난삽하다. 비디오테이프의 내용들이 지워지기까지의 이야기들은 공드리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설정이긴 하지만 웃음과 함께 허탈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됐든 간에 중요한 건 주인공들이 조악하게 만드는 비디오다. 공드리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들 듯, 영화 속 주인공들도 자신만의 발상으로 영화를 재구성한다. 처음엔 그냥 웃음거리를 위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조악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영화의 즐거움임을 드러낸다. 단순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즐기기만 하던 관객들은 이제 주인공들과 함께 영화 생산의 주체가 되어 촬영과정에 동참한다. 조잡한 촬영과 편집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순간,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잊고 있는 무언가를 상기시키며 뜻밖의 감동을 선사한다. 추억을 지킨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는, 삶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감동인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추억이 남아있는 비디오가게가 남아있지 않다. 동네에서 비디오가게가 사라진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많은 것들이 그렇게 변해가고, 사라져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것들에 빨리 익숙해지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말 그대로 테크놀로지의 시대다. 뭐든지 부수고 새로 짓는다. 집에서 조금만 가면 있는 구파발은 꽃시장이 있고 서민적인 느낌이 묻어나던 따뜻한 동네에서 으리으리한 고층아파트들이 가득한 삭막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주택들도 하루 아침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새로운 게 좋으니까. 인터넷은 100메가 광랜도 빠른데 몇 년 뒤에는 더 빠른 인터넷이 등장한단다. 핸드폰은 눈 깜짝하면 새로운 모델들이 등장한다. 모든 것들이 너무 빨리 변해간다. 덩달아 추억들도 사라진다.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이러다 추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들과 함께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도 추억의 장소라고 보여줄 곳이 없을 것 같다. 그런 우리들에게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묻는다. 당신의 추억도 사라져가고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