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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아이돌은 어떻게 뮤지션이 되나?

영화관/긴 영화글


전설은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긴 여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팝 음악계의 전설 비틀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스타가 되고 전설이 되기 위해 시련을 겪고 성장하는 시간이 있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는 영국 리버풀 출신의 4인조 밴드 비틀스가 어떻게 팝 음악계의 전설이 됐는지를 다룬다. 비틀스의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와 TV 다큐멘터리로 다뤄졌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의 이야기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흥미롭다. 비틀스의 이야기를 한 밴드의 성장담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비틀스의 활동 시기 중 유일하게 공연 투어를 다녔던 초창기 1963년부터 1966년까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생존해 있는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인터뷰, 여기에 먼저 세상을 떠난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생전 인터뷰 자료가 함께 엮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비틀스 멤버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느낌이다.


"우리는 그저 연주를 하고 싶었어요." 처음 비틀스의 꿈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청춘이었다. 1963년 영국에서 첫 번째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Please Please Me)'를 발표하며 스타덤에 오른 비틀스는 같은 해 두 번째 앨범 '위드 더 비틀스(With the Beatles)'를 발표하고 인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스타'라는 세간의 주목도 치기어린 청춘의 모습을 지워내지 못한다.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을 향해 농담을 마다하지 않는 비틀스의 유쾌한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다양한 게스트들의 이야기다.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 배우 우피 골드버그, 시고니 위버 등이 등장해 어린 시절 겪었던 비틀스에 얽힌 추억담을 털어놓는다. 비틀스가 출연한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 '헬프!' 등을 연출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은 당시 비틀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1964년 미국 진출과 함께 출연한 전설적인 '에드 설리반 쇼'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 장면이 더해져 60년대 비틀스의 인기를 체감하게 만든다.


청춘은 고통과 마주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영화는 1965년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바꿔 이들의 성장을 쫓아간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공연 스케줄 속에서 점점 지치기 시작한 비틀스 멤버들은 자신들과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비로소 고민하기 시작한다. '여성 팬을 울리기 위한 가사'를 쓰는 데만 온힘을 쏟았던 '아이돌 스타' 비틀스는 고민과 마주하면서 '뮤지션'이 되고 '아티스트'로 나아간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비틀스가 1965년 발표한 '러버 소울(Rubber Soul)'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에는 이상해서 듣지 않았다. 그런데 6주가 지난 뒤 계속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뮤지션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결국 비틀스는 1966년 8월 미국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중단하고 앨범 작업에만 매진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와 '화이트 앨범' 등 비틀스 후기의 명반으로 이어진다.


폴 매카트니는 잦은 공연으로 지쳐 있을 무렵 "비틀스의 문제는 성장할 동안 순회공연을 하느라 성장기를 놓쳤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털어놓는다. 그들이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뒤늦게나마 그 성장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아이돌 스타로 시작해 어느 순간 뮤지션이 된 비틀스의 모습을 담은 영화 후반부는 왠지 모르게 뭉클하게 다가온다. 특히 명곡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와 비틀스의 초창기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전설의 등장과 탄생을 보여줘 오랜 잔상을 남긴다.


1966년 공연을 중단한 비틀스는 1969년 딱 한 번 공연을 한다. 런던 애플사의 옥상에서 펼쳐진 공연이다. 영화는 이 전설적인 공연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지친 기색 없이 공연을 즐기는 네 명의 멤버들의 모습은 기나긴 성장을 거쳐 정점에 선 예술가의 성취와 여유를 느끼게 한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1965년 8월 뉴욕 셰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 실황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선명한 화질로 함께 상영된다. 역사상 최초로 대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전설적인 공연을 생생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비틀스의 활동 시기 중 가장 흥미로운 60년대 후반부가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는 아주 작은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는 비틀스를 접하기 위한 훌륭한 입문서와도 같다. 비틀스의 팬이라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