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NATION

꿈에서 만난 언니네 이발관

음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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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공연장에 서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나 빼고는 대부분 끼리끼리 온 관객들이었다. 그리고 여성들의 비율이 너무 많았다. 혼자라서 너무 뻘쭘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는 순간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들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언니네 이발관입니다.” 수수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이석원이 인사를 했다. “첫 곡은 저희 새 앨범에 있는 노래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흘러나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어느 새 나는 혼자 공연에 왔다는 사실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채 공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첫 곡이 끝날 무렵,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언니네 이발관은 델리 스파이스와 미선이(루시드 폴)와 함께 감수성 한참 예민하던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인디 뮤지션 중 하나다.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델리 스파이스와 루시드 폴에 대한 애정은 예전에 비해 많이 식어버렸음에도 언니네 이발관에 대한 애정만큼은 변함이 없다. 언니네 이발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데뷔 음반이었던 <비둘기는 하늘의 쥐>이었지만, 빠져들게 된 것은 그 다음 음반인 <후일담>부터였다. 자켓과 부클릿의 데이트리퍼의 그림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어쩐지 외로움이 묻어나는 음반이었다. 소통과 관계의 문제에 대한 이석원의 가사들도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매력이 있어 좋았다. 언니네 이발관의 <후일담>은, 만약 누군가 내게 무인도에 가야 한다면 가져갈 음반이 뭔지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대답할, 추억 이상의 소중함을 간직한 음반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새 음반이 ‘드디어’ 나온단다. 지난 해 말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이제 나오는 걸 보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작년 쌈싸페 공연에서 새 음반의 티저 영상을 통해 새 노래를 잠깐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팬시’한 느낌이 들어 걱정스러웠다. 델리 스파이스와 루시드 폴에 대한 애정이 식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음악들이 예전에 비해 너무 세련되게 변했기 때문이다. 언니네 이발관도 <꿈의 팝송>부터는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럼에도 그들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히 그들의 음악 속에는 <후일담>의 정서가 묻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올 다섯 번째 음반 <가장 보통의 존재>가 어떤 음악들을 담고 있을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궁금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꿈에서까지 언니네 이발관이 나오는 걸 보면 어지간히 이번 음반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발매된 서태지의 음반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레코드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내게는 지금 언니네 이발관의 음반을 기다리는 기분이 딱 그렇다. 그러고 보니 <후일담>을 만나게 된 지 어느 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새로운 음악을 들고 다시 찾아온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덧] 이미 눈치 챌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인생의별’이란 닉네임은 바로 <후일담>의 수록곡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그대 나의 친구라고 말하네 / 인생의 별이 우리에게 있다며 / 이제 우리 친구라고 말하네 / 외로운 동안 둘이 함께 있어요” (언니네 이발관의 ‘인생의 별’ 중에서)



언니네 이발관 - 어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