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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지 “반짝 아이돌? 멋진 아티스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관/영화, 그리고 대화

 


수지는 연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춤이 좋고 노래가 좋을 뿐이었다. 아이돌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수지는 또래 아이돌처럼 우연치 않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커져갔다. 그 아쉬움이 19세 소녀의 마음에 열정을 심었다. 지금 수지의 꿈은 반짝 아이돌이 아닌 멋진 아티스트, 연기의 재미를 아는 배우다.

제일 풋풋한 수지가 있는 영화, ‘건축학개론’

지난달 26일 서울 압구정 한 카페에서 수지를 만났다. 주말 동안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음악 프로그램과 영화 무대 인사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낸 수지는 “개봉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반응들을 보며 소중한 데뷔작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무대 인사에서도 관객들의 눈가가 촉촉해진 모습에 느낌이 남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건축학개론’은 1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을 그린 감성 멜로. 수지는 스무 살 승민(이제훈)의 첫사랑 서연 역을 맡았다. 제주도에서 혼자 서울에 올라와 대학을 다니는 서연은 외롭지만 늘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순수한 캐릭터다. “감독님이 저보고 말투가 군인 같다고 했어요. 무뚝뚝한데 밝은 아이라고 할까요. 서연이도 애교 있고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서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난 수지는 스무 살 서연에게 생기를 불어넣으며 가슴 떨리는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연기를 펼쳤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수지에게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감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이 아니라서 고민이 많았다”는 수지는 “첫사랑의 기억은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은 있어서 그런 기억을 끄집어내 연기했다”고 말했다. 연락 없던 승민이 갑자기 나타나 ‘꺼져’라고 말하던 장면을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신으로 꼽은 수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은 그냥 그 순간에 몰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걸 믿지 않아요. 저는 서로 친해지면서 상대방의 진짜 매력을 느끼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서연과 승민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에 공감이 더 갔어요.”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의 스무 살 시절이 순수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건 아직 사랑의 경험이 많지 않은 수지의 풋풋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건축학개론’은 수지에게 소중한 의미의 작품으로 남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에 남을 영화예요. 제일 풋풋한 수지가 있는 영화라서 10년, 20년 뒤에도 꺼내보고 싶을 것 같아요(웃음).”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려는 열정을 지닌 소녀

수지는 아직 설레는 첫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속 승민과 서연처럼 캠퍼스 커플을 해보고 싶었다는 수지는 아직 궁금한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19세 소녀. “승민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남자는 답답할 것 같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아이돌의 화려한 이미지 속에 감춰진 10대 소녀의 당돌하고 발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춤이 좋고 노래가 좋아서 가수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수지는 이제 또래들을 포함해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말 그대로 진짜 ‘아이돌’이 됐다.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가 이토록 빨리 아이돌 스타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유명 기획사 덕택은 아니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즐겁지 않았어요. 배우는 것도 없는 것 같았죠. 준비생, 교육생을 거치면서 서서히 열정이 생겨났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고 더 간절해지고 있어요.”

미쓰에이로 활동할 때도 수지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무대에서 ‘셧 업 보이’라고 노래하잖아요. 그런데 제 외모는 그렇게 세보이지 않아서 늘 아쉬웠어요. 그래서 화장을 더 진하게 해서 어떻게든 노래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드라마 ‘드림하이’로 시작한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바쁜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맞춰 대본만 외웠어요. 나중에 모니터를 하는데 너무 아쉬웠죠. 그 덕에 연기 욕심이 굉장히 생겨서 매일 다이어리에 ‘나는 연기할 거다’라고 썼어요.” 지금의 수지보다 앞으로의 수지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려는 성숙한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드라마 한 편과 영화 한 편을 마친 수지에게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아직 연기의 재미를 알지 못한다는 수지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사화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수지는 남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꿈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은 스케줄이 바빠서 음악적으로 배울 시간도 연기 수업을 받을 시간도 경험을 쌓을 시간도 많지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서 무대를 즐기고 연기의 재미도 느끼고 싶어요. 반짝하는 아이돌이 아닌 멋진 아티스트,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