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NATION

DAY-313 : Sonic Youth performing Daydream Nation @ McCarren Park Pool (July 28th, 2007)

여행기/뉴욕방황('06-'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낮에는 코니 아일랜드에 또 놀러 가서 네이던의 핫도그를 또 한 번 먹어주고 근처 아스트로랜드에 있는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롤러코스터싸이클론(Cyclone) 을 타고는 생각지도 못한 스릴에 체력을 소모한 다음 전날 가서 감동받았던 카네기 델리에서 또 치즈케이크를 먹고는 저녁 느즈막할 무렵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맥캐런 파크 풀(McCarren Park Pool)에서 소닉 유스(Sonic Youth)의 공연을 보고 왔다. 어제 공연은 1988년에 발표한 소닉 유스 최고의 명반 <Daydream Nation>의 전곡을 앨범 순서 그대로 연주하는 특별한 공연으로Don't Look Back Concerts에 서 주최하는 행사의 하나였다. Don't Look Back Concerts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명반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공연들을 주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다이노서 주니어, 벨 앤 세바스찬, 틴에이지 팬클럽 등이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은피치포크 미디어도 공동으로 참여하였다.

수영장에서 공연을 한다길래 수영장에서는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그 옆에 무대를 만들어놓고 공연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수영장의 물을 다 뺀 다음 거기서 공연을 보는 것이라서 조금 당황했다. 그래도 야외공연이라 그런지 마치 락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이 살짝 들어서 왠지 모르게 설레더라. 역시 또 소닉 유스의 티셔츠를 한 장 사준 다음 뉴욕의 대표적인 맥주인 브루클린 맥주 한 잔을 들고는 공연장으로 내려가 게스트인 슬릿츠(The Slits)의 공연을 봤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슬릿츠는 레게와 덥, 펑크가 혼합된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은근히 신나는 음악이었다. 음악에 맞춰 벌써부터 춤을 추는 관객들도 있었고, 바닥에 앉아서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는 젊은이들도 있었고, 부모님을 따라 온 건지 삼촌을 따라 온 건지 하여튼 아이들도 좋아라 신나해 하고 있었다. 공놀이도 하고; 슬릿츠의 공연이 끝난 다음 잠깐 동안 무대 세팅이 이어졌고 저녁 8시가 조금 안 되어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소닉 유스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킴 고든 누님의 인트로와 함께 Teenage Riot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앨범도 약간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직접 연주를 들으니 더욱 더 날 것의 느낌이랄까, 음악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 <Daydream Nation>이 나온지 어느 새 20년이 지났고 소닉 유스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어제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들은 88년의 그들이었다.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했고, 여전히 힘이 넘쳐나는 공연. 해가 지고 점점 어두워지자 공연장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고, 모두가 <Daydream Nation>을 직접 듣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하고 있었다. 앞에 있던 어느 아저씨는 노래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너무 신나 하늘 높이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소닉 유스 식의 펑크곡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모든 멤버의 열정적인 연주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곡인 Eliminator Jr.를 끝으로 90여분의 <Daydream Nation> 연주는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 무대는 써스톤 무어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작년에 발표한 <Rather Ripped>의 수록곡들을 연주하였다. Incinerate를 시작으로 Reena, Do You Believe In Rapture?, What A Waste를 연주한 뒤, 두 번째 앵콜 무대에서 Jams Run Free와 Pink Stream을 연주하였다. 앞서 연주하였던 <Daydream Nation>의 노래들이 젊음이 묻어나는 날 것의 느낌이었다면 <Rather Ripped>의 노래들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은 그들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 노련함이 무뎌짐이나 익숙해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젊으니까.

점점 소닉 유스가 좋아진다. 뉴욕에서 이들의 공연을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행운이 아닐까 싶다. 또 다시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킴 고든 누님의 매혹적인 댄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더 늙기 전에, 한 번만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 뉴욕을 떠나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아쉬운 것이 공연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 가면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비가 온다.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도 아니네. 왜 이상하게 비만 내리면 사람이 감상적이 되는 걸까. 쓸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