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일본 정부와 싸워온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10년 동안의 기록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일본은 언제나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바다 건너 있는 이웃나라이면서도 그렇게 가까워질 수 없었던 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두 나라 사이의 과거사 문제 때문이다. 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1927년, 16살이었던 송신도 할머니는 억지로 한 결혼에서 도망가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중국에 가면 자유로워진다는 말을 듣고 떠난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할머니는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이후 7년 동안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전쟁터에서 일본군에 의해 온갖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한 일본군이 같이 살자며 할머니를 일본으로 데리고 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그 일본군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 그때부터 “육체관계는 파산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이후 만나게 된 한국인 남편과도 성적인 관계를 갖지 않고 살아왔다. 세상의 온갖 편견 속에서 할머니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송신도 할머니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위한 모임’(이하 ‘위안부 모임’)과 함께 일본 정부의 사과를 얻어내기 위해 싸워온 10년 동안의 기록이다. 할머니의 사연은 그동안 위안부 모임이 기록해온 사진들과 육성 녹음 등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된다. 특히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할머니가 마음의 문을 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할머니가 위안부 모임을 처음 만난 것은 1990년대 초반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송신도 할머니의 억울한 사연을 알게 된 몇몇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위안부 모임이 만들어졌고, 그들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처럼 빈틈이 없었던 할머니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사람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가지고 있던 할머니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여고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학생들 나이 때 위안부에 끌려갔기 때문에 그때의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할머니는, 이야기가 끝난 뒤 학생이 내년에 어른이 되면 할머니와 꼭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제야 환하게 웃음 짓는다. 할머니의 그 웃음에서 느껴지는 상처가 아물어가는 모습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당분간은 일본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그동안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로 인해 실리적인 부분을 잃어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지지 않는다>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쉽게 과거사 문제를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을 겪었음에도 그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역사에 대해 증언해온 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래서이다.

출처: http://www.jiff.or.kr/daily/DailyView.aspx?seq=168&day=08&menu=04


Posted by 인생의별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