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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긴 영화글 2009/04/07 18:57

[그림자살인] 추리에 관심 없는 탐정추리극


그림자살인 (Private Eye)
박대민 감독, 2009

알맹이 대신 포장에만 신경 쓴 영화

<그림자살인>에 가장 먼저 기대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장르영화에 대한 측면이다. 영화 스스로 ‘탐정추리극’이라고 표방하고 있듯 장르영화로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는지가 기본적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추리극에서 중요한 것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 속에서 얼마만큼의 긴장과 스릴을 자아내느냐다. 긴박하게 벌어지는 추격전과 두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곡예단의 곡예가 존재하는 <그림자살인>에는 분명 긴장과 스릴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것들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데 있다. <그림자살인>은 추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추리극이기 때문이다.

<그림자살인>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애써 감추려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의 추격 신부터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영화는 일종의 트릭을 통해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마저도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탐정 홍진호의 추리는 탐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진호에게 사건을 의뢰한 광수는 어느 새 탐정의 조수가 돼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리며, 범인의 트릭 역시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탐정영화, 혹은 추리영화로서의 재미를 기대했다면 잠시 접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림자살인>은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배우들의 활약에서 비롯된다. 특히 출세에 눈이 멀어 어떻게든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영달 역의 오달수는 영화 내내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또한 황정민 역시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진호에게 어떻게든 생동감을 불어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영화 후반 진호의 갑작스런 캐릭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황정민의 연기력 때문이다. 여기에 1900년대 경성을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들도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 데 한 몫 한다. 서민들이 살아가던 저자거리의 풍경과 눈을 떼기 힘든 곡예단의 화려한 곡예 솜씨는 분명 <그림자살인>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렇게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 <그림자살인>은 속도감 있는 편집과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영화에 몰입케 한다.

장르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그 외의 것들로만 관객의 시선을 끄는 <그림자살인>은 후반부에 이르러 피해갈 수 없는 자신의 허점을 드러내 보인다. 모든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진호가 범인들을 위해 마지막 무대를 마련하는 순간, 영화는 시간의 인과성은 무시한 채 그저 빠른 편집으로 긴박감을 조성하며 이야기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데만 전념한다.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의문에 대해 침묵할 뿐이다. 이미 추리에 대한 관심을 잊은 영화가 마무리라고 철저하게 신경 쓸 리 없다. 알맹이는 빼놓은 채 포장에만 신경 쓴 <그림자살인>은 그나마 화려한 포장 덕분에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어떤 포장이었는지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지 않듯 그 만족감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 공허하게 사라지고 만다. (★★☆)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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