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영화관/짧은 영화글 2009/02/19 20:20블레임: 인류멸망 2011 (感染列島 / 제제 타카히사 감독, 2009)
스토리
2011년, 도쿄 근교의 시립병원 응급센터. 의사 마츠오카 츠요시(츠마부키 사토시)는 고열증세로 입원한 환자를 단순한 감기로 진단한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입원한 환자는 상태가 급변하면서 사망하게 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일본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에 WHO 메디컬 담당자인 코바야시 에이코(단 레이)가 병원으로 파견돼 마츠오카와 함께 바이러스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감염의 원인이 조류 독감에서 파생된 신종 인플루엔자가 아닌, 정체불명의 신종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를 ‘블레임’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전대미문의 치사율과 감염 속도에 일본 열도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영화를 보기 전에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은 핑크영화로 영화계에 입문해 그동안 주로 살인이나 폭력을 뒤섞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영화. 치명적인 감염 속도를 지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은 단 한 장으로 작성된 충격적이면서 참신한 기획서로 2008년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20여 개 나라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수년간의 자료조사와 방대한 분량의 취재자료를 통해 실제로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재현하는 데 주력한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은 일본에서 지난 1월 17일 개봉해 324개 스크린에서 첫 주말 동안 약 3억 엔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놓치지 말 것
폐허가 돼버린 도쿄 시내를 배경으로 한 포스터는 <일본 침몰>과 같은 재난영화를 연상케 하지만,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통해 일본 사회의 단면과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초점을 둔 영화다. 인간적인 의사 마츠오카와 냉철한 에이코 사이의 갈등,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관료주의적 대처,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군중들의 집단행동 등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는 <아웃브레이크>처럼 바이러스의 정체와 백신의 개발에 초점을 둔 중반부를 지나 예상치 못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회로>를 떠올리게 하는 엔딩인데, 전체 이야기의 흐름과 매끈하게 이어지지 못해 오히려 허무개그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이러스를 통해 일본 사회에 메스를 들이대려던 영화는 결국 어디 하나 제대로 손대지 못하고 공허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GOOD: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아가는 중반부까지는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BAD: 제제 다카히사 감독에게 <눈먼자들의 도시>를 보여주고 싶다.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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