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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직업병

2012/02/23 00:58 from 외로운 일기장
직장을 옮긴 이후로 직업병이 생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순위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새로 생긴 직업병이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을 향한 관심을 항상 열어놓는 것은 기자에게 필요한 덕목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이 설령 연예부 기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문제는 연예부에서 다루는 이슈가 가십거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처음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검색순위를 살펴보는 내가 싫었다. 그러나 사람의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직장을 옮긴지 10개월이 다 돼가는 요즘 검색순위는 어느 새 내 삶과 떼어낼 수 없는 것이 돼버렸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장근석이 검색순위를 오르내렸다. 일본 매체와 한 인터뷰 내용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런데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을 찾아봐도 그런 내용이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기계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었다. 기사를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락처를 알고 있던 홍보대행사에서 전화가 왔다. "명백한 오보입니다." 아차 싶었다. 어느 새 나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모두가 욕하는 그렇고 그런 기자가 돼있었다.

그날의 기억이 며칠 동안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다.

CGV 용산에서 '화차' 시사회를 보고 나와서 여전히 습관처럼 검색순위를 살펴봤다. 강용석과 채선당이 검색순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모두가 분노하던 의혹과 소문이 순식간에 거짓으로 판명난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시시각각으로 이슈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지금 그 찰나의 이슈에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열광하고 망각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서 터져나온 웃음이었다. 그러나 웃음도 잠시, 그 속에 감춰진 칼날이 내 자신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나였다.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나는 웃을 자격이 없었다.

단 하루라도 세상을 향한 관심에서 벗어나 나를, 나와 세상의 관계를 생각하고 싶다. 그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따라가고 싶다. 그러나 당분간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걸 '밥벌이'라고 합리화하면서.

* 그럼에도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그 안에 나름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하지 않은 매체라고 홍보사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그럼에도 힘겹게 인터뷰를 섭외해서 배우와 감독들을 만나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즐겁다. 물론 긴장되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보다 밥벌이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즐거운 일. 그렇고 그런 상업영화만을 보다 '줄탁동시'처럼 세상의 한 대목을 툭 잘라놓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를 보면 항상 가슴이 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담아낸 영화. 그런 영화를 가득 보고 싶은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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