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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재즈 라이프 (Bravo! Jazz Life)
남무성 감독, 2010년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요즘 애들은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 몰라. 인생이 뭔지 모른다고.”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가 독설과도 같은 한 마디를 내뱉는다. 젊은 세대를 훈계하려는 늙은이의 독단이 느껴지는 거친 한 마디다. 하지만 한 평생을 재즈에 바쳐온 이 위대한 뮤지션의 인생사를 듣다 보면 어느 새 그의 독설을 수긍하게 된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꿈을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당당함이 일상에 휩쓸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 재즈를 이끈 뮤지션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과 열정의 의미를 질문하고 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은퇴 공연 이후 시골에서 한적하게 살고 있는 한국 최초의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의 에피소드, 그리고 1960년대 중반부터 재즈 이론을 설파하며 재즈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재즈 이론가 이판근 선생의 연구실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는 사연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영화는 음악 다큐멘터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의 요청으로 탄생한 사회, 역사적 의미의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폐허가 된 철거촌에서 민요의 스탠더드 재즈화를 연구 중인 이판근 선생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재즈 1세대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재즈 1세대의 역사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이러한 위기의식으로 영화는 재개발의 논리에 익숙해진 나머지 너무 쉽게 과거를 망각하는 한국사회의 단면까지 파고든다. 더 늦기 전에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사명감. 이를 위해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재즈 1세대의 육성을 스크린에 차곡차곡 담아간다.

영화에 담긴 뮤지션의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수사반장’의 타이틀 연주로 널리 알려진 퍼커션 연주자 류복성은 대학생들과 술잔을 나누며 구수한 입담으로 재즈에 한 평생을 바친 인생사를 들려준다. 미 8군을 전전하며 레코드판을 모아 재즈를 배우고 연주를 해온 파란만장한 인생사다. 정겨운 선술집에서 재즈 1세대와 젊은 세대가 술잔을 주고받으며 과거의 열정을 나누는 풍경은 더없이 훈훈하다. 음악을 잘해야 사람이 된다며 재즈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드러내는 클라리넷 연주가 이동기, 남성 최초의 재즈 보컬이라는 칭호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 재즈 보컬리스트 김준, 자신의 삶을 바꾼 재즈의 의미를 들려주는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 등 1세대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에는 하나 같이 재즈에 대한 열망이 짙게 녹아 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형식이지만, 이들의 사연과 함께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이 영화에 흥을 돋우며 자연스럽게 재즈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다큐멘터리로서의 리얼리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활용된 극영화적인 연출도 “지루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라는 남무성 감독의 연출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재즈만을 위해 살아온 1세대 뮤지션들과 재즈 평론가 출신 감독의 열정이 빚어낸 근사한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재즈 1세대와 후배들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무대에서 울려 펴지는 아름다운 재즈 음악은 우리가 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되는지를 알게 해준다. 영화는 재즈 1세대 뮤지션의 삶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꿈을 위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꿈을 이루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앞만 보며 사는데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과거 세대가 남긴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

* 조이씨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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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생의별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