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고민할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운 선택이 있는가 하면 몇날 며칠을 고민하게 만드는 선택도 있다. 선택의 무게감은 늘 다르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번 선택하면 그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한대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47번째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인생에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생에서 다시 오지 못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으나 사랑이 아닌 현실을 선택한 이들의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의 분위기는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1930년대 할리우드와 뉴욕의 풍경, 그리고 영화를 가득 채운 재즈 선율이 영화를 낭만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슬픔을 감싸 안은 낭만이 묘한 정서를 자아낸다.


영화의 주인공은 뉴욕 출신의 유대인 청년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다. 그는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에 온다. 맑고 온화한 날씨, 그리고 영화인과 스타들의 파티로 1년 365일 늘 화려한 할리우드는 바비에게 새로운 삶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곳이다.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에이전시 대표인 삼촌 필(스티브 카렐)의 밑에서 일하게 된 바비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인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바비에게 보니는 늘 동경해온 꿈과도 같다. 그러나 꿈은 손으로 잡으려고 할 때 사라지는 법이다. 보니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비는 그럼에도 보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또 전한다. 바비의 진실된 사랑 앞에 보니는 잠시 흔들린다. 그러나 마침내 찾아온 결정의 순간, 보니는 바비가 아닌 현실의 사랑을 선택한다. 바비 또한 보니를 끝까지 잡지 못한 채 할리우드를 떠나 뉴욕으로 돌아온다.



우디 앨런은 이번에도 이야기꾼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특히 바비와 보니가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장면은 80대의 노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로맨틱하다. 시종일관 유쾌한 톤을 유지하던 영화는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조금은 감상적인 분위기로 흘러간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 가정을 꾸리며 평온한 삶을 살던 바비는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를 만난다. 그리고 보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생은 코미디죠. 가학적인 작가가 쓴 코미디요." 보니에게 말하는 바비의 이 대사가 곧 '카페 소사이어티'의 테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우디 앨런 또한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삶의 양면성을 내밀하게 다뤄왔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와 같은 낭만과 '블루 재스민' 같은 서늘함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굳이 분류하자면 '미드나잇 인 파리'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정서는 '블루 재스민'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카페 소사이어티'의 마지막은 스크린에 담긴 화려한 풍경과 달리 아련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전한다. 바비와 보니는 꿈보다는 현실을 선택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꿈이 남아 있다. 바비와 보니처럼 우리도 인생의 수많은 선택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놓친 것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디 앨런은 "꿈은 꿈일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어찌됐건 인생은 비극이 아닌 코미디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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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록이다. 한 편의 영화는 그 영화가 만들어질 때의 시간과 공간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오락 매체인 동시에 역사를 담은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가치를 지닌다. 사람들이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 그 시절의 영화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마법 같은 경험을 한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서울 상암동에 있다. 6호선과 공항철도가 지나가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2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누리꿈스퀘어에서 내리면 한국영상자료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보존·서비스하는 공공기관이다. 1974년 서울 중구 남산동에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필름보관소가 그 전신이다. 1990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이전하면서 재단법인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2002년 영화진흥법에 따라 특수법인으로 개편됐다. 2007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청사를 지어 이전했으며 지난 5월에는 파주보존센터를 개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은 크게 한국영화박물관과 영상도서관, 시네마테크KOFA로 구성돼 있다. 1층에 있는 한국영화박물관은 자료원에서 수집한 다양한 영화 관련 자료를 통해 한국영화의 지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와 함께 청소년 대상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해 영화 인재 육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특별 기획전 '잡지로 보는 한국영화의 풍경, 「녹성」에서 「씨네21」까지'를 진행하고 있다. 1919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영화잡지 '녹성'을 시작으로 현재 발간되고 있는 유일한 영화잡지인 '씨네21'까지 국내 영화잡지 약 200부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특별전이다. 한국영화문화의 변천사를 손쉽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관람료는 무료다.


2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자료를 구비한 영화 전문 도서관인 영상도서관이 있다. 영화 관련 서적과 OST, 그리고 국내에 출시된 DVD와 블루레이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전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접하고 싶다면 꼭 한 번 찾아가봐야 할 곳이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에는 국내외 고전·예술·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상영관 시네마테크KOFA가 있다. 2개관으로 구성된 이곳은 극장에서 쉽게 보기 힘든 영화는 물론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을 상영하는 곳으로 영화 마니아들의 인기가 높다. 다채로운 주제의 기획전부터 영화인과의 대담 등의 부대 행사 등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6일부터는 최근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고(故) 구봉서의 추모전 '웃음을 사랑한 영원한 코미디언: 故 구봉서 추모 특별 상영'을 개최한다. 희극인이자 배우로 활동하기도 한 구봉서의 대표작 9편과 그가 걸어온 길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등을 11일까지 상영한다.


13일부터 21일까지는 '추석특선 영화: 극장을 다시 찾은 영화들' 기획전을 마련했다. '비포 선라이즈' '냉정과 열정사이' '그녀에게' '무간도' '이터널 션사인' '피아니스트'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총 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월요일과 추석 연휴 기간은 휴관한다. 9월 말에는 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끈 배우 윤정희의 특별전도 진행할 예정이다.


상암동까지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http://www.kmdb.or.kr)에서는 한국고전 영화를 VOD 서비스로 제공한다. 유튜브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서도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고전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한 주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작 영화들 사이에서 한번쯤은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아 오래 전 추억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영화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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